[프로젝트F1] 연희동프로젝트

“국내 작가의 해외진출 지원의 전초기지”

오수수 _ 전시기획자

연희동프로젝트는 화랑과 전속 작가라는 계약관계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르다. 작가와 개방된 관계, 즉 해외전시 성립 및 판매 건에 대해서만 커미션을 취하는 형태로 작가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갖는다. 타 화랑과의 공조관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가가 원하면 언제든지 타 화랑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비교적 개방적 형태임을 전제한다고 한다.

서대문구 연희동 128-6. 조용한 주택가에 새하얗고 매끈한 정육면체 건물이 들어섰다. 2009년 3월에 첫 개관한 이 전시공간은 연희동프로젝트. 이곳에서는 현재《연희동에서》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연희동프로젝트는 '연희동'에 위치한 ';전시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이자, 해외진출을 위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대행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공간이다.



작가와의 개방적 비즈니스 관계 바탕,
매니지먼트 대행 프로젝트 실행

연희동프로젝트 외관
이 공간의 대표는《뮤지엄 시리즈》로 한국 미술계에서 비교적 잘 알려진 배준성 작가의 친동생이자 매니저로 활동해오던 배윤성 씨다. 배윤성 대표는 이전부터 배준성 외에도 김준, 정광호, 신명선 등 30~40대 작가들을 관리하며《from Korea》전시를 통해 국내작가들을 해외에 소개해왔다. 그는 다각도의 실험과정을 거치면서 글로벌 미술시장에 한국 작가들의 진출 가능성을 발견함과 동시에 마케팅 노하우를 터득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략화하기 위해서 최은경을 디렉터로 영입하고, 김준, 배준성, 정광호, 홍성철, 홍성도, 김동유, 김홍주, 김남표, 이유진, 임영선 등 10명을 참여 작가로 하여 연희동프로젝트(법인)를 개관하였다.

첫발을 내딛는 연희동프로젝트의 미션은 다음과 같다.
 

 

현대 미술의 흐름이 구미에서 중국 및 인도 등 아시아 현대미술의 강세로 그 흐름이 확장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한국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에 발맞추어 연희동 프로젝트는 경쟁력 있는 한국 작가들을 보다 전략적으로 '그룹핑(grouping)'하여 국제무대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현대미술을 세계 현대미술의 문맥과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자 2009년 3월 26일 개관합니다.

연희동 프로젝트는 특히 해외 프로모션에 초점을 두어 국제적인 갤러리나 미술관과 협력하여 교환전시나 아트페어 공동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 또한 작가와 함께 전시계획, 작품관리 및 판매의 협의를 함께하는 포괄적인 매니지먼트를 통해, 세계적인 한국작가의 성장과 우리미술의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연희동 프로젝트의 개관전인《연희동에서 / From Yeonhui-dong》는 한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꾸준한 성장이 기대되는 작가들을 그룹핑하여 세계 속으로 나아가기 위한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개관전《연희동에서》보도자료 중

연희동프로젝트는 화랑과 전속 작가라는 계약관계로 이루어지던 기존의 시스템과는 다르다. 작가와 개방된 관계, 즉 해외전시 성립 및 판매 건에 대해서만 커미션을 취하는 형태로 작가와의 비즈니스 관계를 갖는다. 최은경 디렉터에 의하면, 연희동 프로젝트는 작가와 특별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신뢰'를 바탕으로 '감성' 비즈니스 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타 화랑과의 공조관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작가가 원하면 언제든지 타 화랑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비교적 개방적 형태임을 전제한다고 한다.


전문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그룹핑

연희동 프로젝트는 배 대표의 해외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싱가포르, 터키, 네덜란드 등 3~4개 지점의 갤러리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해외에 소개하는 주요 전략으로 '그룹핑'을 내세운다. 다양하고 독특한 지역 문화적 특성을 보이고 있는 세계 미술시장에 맞춰, 전문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과 작가를 그룹핑한다는 것이다.

디렉터의 말을 빌리면, 특정 지역문화에서 선호하는 특정 작품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반면에 특이하게도 거부감이 형성되거나 평가반응이 늦게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현지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다른 커뮤니티에서 전시하도록 다른 장소를 제안하며 소개하기도 한다고 한다. 디렉터는 "한 작가가 어느 지역에서 성과를 얻고 그리고 다른 작가가 또 다른 지역에서 성취해낼 가능성을 위해 지속적인 기획과 연구를 할 것이며, 여기에서 얻어지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다 전문적인 마케팅을 실천"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은 대표와 디렉터가 직접 작가를 발굴하고 있으며, 동시에 연희동프로젝트 공간 자체가 시스템을 갖춰 전시를 지속해나가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5월 17일《연희동에서》 전시가 끝나면 앞으로 6월에는 기획전, 그리고 10월과 11월에는 각각 홍성철, 정광호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다. 이렇게 연희동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전 위주의 전시로 홍보 및 프리젠트가 계속된다. 전시장 각 층마다 바닥색과 질감을 달리하여, 한 건물 내에서 개성이 다른 개인전들이 존속할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연희동 프로젝트는 앞으로 맨투맨 마케팅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임을 피력하고 있다.
 

연희동프로젝트 전시 공간(왼쪽부터 1층, 2층, 지하)


아트/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관심 증가

최근 우리나라 미술계에는 아트/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 대한 소식들이 심심치 않게 전해지고 있다. 우선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1월에 '미술문화진흥 2012' 계획을 발표했다. 그 중, 미술가들의 자생력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사립미술관협회(회장 노준의)와 함께 미술작가의 전시장 접촉법, 재원조성전략, 홍보전략 등의 내용을 담은『아티스트 매지니먼트 매뉴얼(Artist Management Manual)』을 발간ㆍ배포하였다. 또한 "4월 9일부터는 미술작가의 자기운영 전략을 9개 강좌로 구성하여 전국 7개 지역(서울, 경기, 대전, 부산, 경북, 광주, 청주)에서 미술작가들을 대상으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렇듯 정부기관부터 미술관협회에 이르기까지 이미 국내 미술시장을 비즈니스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만큼 팽창ㆍ글로벌화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처럼 한국의 미술시장이 대형화ㆍ글로벌화 되었고,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은 2008년 약 2000억 원대까지 성장했고, 화랑에서 이뤄지는 전체 거래까지 포함하면 전체 미술작품 시장 규모는 약 6000억~7000억 원대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아티스트 매니저의 출현"을 가져왔다. 연희동프로젝트 외에도 이미 2006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기획사인 '드 아카데미(De Academy)'의 대표이자 아트디렉터 키미 킴 씨(40), 2007년 기획사 '아트 매니지먼트 유니언'을 설립한 미술 저널리스트 박준헌 씨(39) 등이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표방하면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아티스트 매니저를 양성하는 수료 기관이 등장했고, 서울디지털대학교에는 국내 유일의 '아트비즈니스학과'도 개설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볼 때, 현재 우리미술시장 규모에 대한 점검과 관련 비즈니스 시스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화 및 분석, 그리고 생산의 주체인 작가들과의 시너지 효과 조성의 가능성 및 공정한 계약관계 형성 등, 여러 부분에서 타진할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앞으로 더욱 팽창되고 글로벌화 될 이러한 아트비즈니스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국내 상황에 맞는 활성화 방안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외진출, 거의 모든 작가들이 절실히 원한다

최은경 디렉터
해외진출을 원하는 우리나라 작가들이 많으냐는 필자의 질문에 최은경 디렉터는 확고한 어조로 거의 모든 작가들이 이에 대해 절실함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한다. 작가 지원, 작가 매니지먼트란 영원한 숙제는 작가에게 물어봐야 하고, 작가 스스로 필요성에 의해 자발적으로 대행시스템을 찾아야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아직 국내 대부분의 작가들은 기획대행사의 선택을 바라고 기다리는 상황이다. 선택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정부가 지원하는 아트비즈니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프로그램을 수강해야 한다.

"이제 작가나 화랑이 모든 것을 맡아 하던 시대는 끝났다. 현대 미술사를 움직일 주요한 주체는 작가의 상품 가치를 관리하고 이끌 '아티스트 매니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가 있고(구보경 서울디지털대학교 아트비즈니스학과 교수, [주간 조선] 4월 9일자), 아직 전문화된 아티스트 매니저가 존재할 수 없는 미술계의 미성숙을 꼬집는 이들도 있다. 즉 대중 및 미술계의 인식에서부터 예술을 상품화 및 비즈니스 관점으로 정의하기 시작한 시작 단계이고, 미술시장의 글로벌화에 따른 국내미술계 내부의 필요성이 표출되기 시작한 걸음마 단계이인 것이다. 이들의 우려는 요즘 불거져 나온 기획대행사와 연예인들의 불화, 일련의 비상식적이고 불미스러운 연예계의 사건, 사고들을 보면서 더 증폭되었을 것이다. 비즈니스로 관계 짓는 상황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강자와 약자 관계가 아닌, 명확하게 동의된 윈-윈 관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연희동프로젝트는 스스로를 '국내 작가의 해외진출 지원의 전초기지'라고 정의한다. 이와 함께 연희동프로젝트는 그들의 목표 자체가 일정부분 이상적임을 인지하고 있다. 결국 이 지원 커뮤니케이션이 원만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희동프로젝트의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연희동프로젝트가 '우리 작가들이 세계무대로 나아가 포지셔닝 하기 위한 첫 발걸음, 그 프로젝트의 시작'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내세운 만큼 전문적인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구축해 가기를 기대한다.

위 글은 최은경 디렉터와의 인터뷰 및 연희동프로젝트 관련기사에 근거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참고자료
'이효리 뒤엔 연예인 매니저, 화가 뒤엔 아티스트 매니저!' 박세미 기자, [주간조선] 2009년 4월 9일자


오수수  

필자소개
오수수(본명 오세원)는 포천아시아비엔날레 및 dna 프로젝트매니저,《책방전시리즈》(갤러리 무이) 등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전시기획사 SW(청록파) 대표이자 계원예술대학 전시디자인과 겸임교수로서 전시기획, 강의, 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카고미술대학에서 예술행정 석사학위를 받았고, 홍익대학교에서 미학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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