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F1] 미술관 5월 어린이 프로그램

‘보러’ 가는 곳? ‘하러’ 가는 곳!

문혜영 _ 학예사 · 홍익대학교 박물관

지난 5월,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은 전국의 미술관들에서 다양한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5월만 반짝하는 행사성 프로그램보다는 장기 진행형 프로그램들이 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주요 관객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음을 알 수 있다.

미술관은 앞으로 교육기능을 앞세우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던 어느 큐레이터의 말처럼 우리에게 미술관은 ';보러'; 가는 곳에서 ';하러'; 가는 곳으로 그 개념이 바뀌고 있다. 그 중에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은 지난 몇 년간 봇물처럼 터져 나와 미술관 교육의 주요 영역을 차지하게 되었다.

지난 5월,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은 전국의 미술관들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들로 알록달록 수놓아졌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5월만 반짝 하는 행사성 프로그램보다는 장기 진행형 프로그램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 미술관에서 어린이들이 주요 관객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 어린이 대상 전시와 프로그램의 주요 흐름은 무엇이었을까? 워낙 다양한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려 한눈에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대체적으로 살펴보면 초창기에 많았던 단순 체험식 프로그램에서 진화하여 다양한 관점의 유기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전시와 소장품 연계 교육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어린이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이성과 감성의 통합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늘어나고 있다는 좋은 신호이다.

짧은 지면을 고려해 눈에 띄는 프로그램들을 다음의 순서로 살펴보자. 우선, 가정의 달을 겨냥한 전국 사립미술관들의 대규모 연합행사인 '2009 뮤지엄 페스티벌'을 통해 문화소외지역을 비롯한 전국 어린이들의 미술교육 현장과 전국문화축제로서의 가능성을 짚어본다. 다음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수도권 소재 미술관들에서 있었던 기획력 돋보이는 프로그램들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지난 5월의 전국과 수도권의 미술관 어린이 프로그램 전반과 그 경향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97년부터 어린이미술관을 운영하며 의욕적인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어린이전시와 교육프로그램들을 둘러보고 국립기관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전국 44개 사립미술관 참여 '2009 뮤지엄 페스티벌',
올해는 공동 개발 프로그램 '어린이미술관아카데미' 운영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전경
'뮤지엄 페스티벌'은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이하 협회)가 주최하는 가정의 달 행사로 어린이와 함께하는 전국규모의 가족체험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총 44개의 사립미술관이 참여해 미술관의 특성이나 현재 전시와 연계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사립미술관의 정체성을 '교육기능'에서 찾으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것으로 갤러리와 차별되는 미술관의 공공성 실현을 표방한다. 올해는 특히 각 미술관들의 개별 기획과 더불어 협회가 개발한 공동교육프로그램인 '어린이미술관아카데미'가 추가되어 지역편차가 심한 미술관들의 애로를 타개하고 균형과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미술관이 위치한 지역특성이나 장소를 살린 경우로는, 양반촌으로 이름난 서울 북촌미술관의 초상화 전시 활용 프로그램, 올림픽조각공원 내 소마미술관의 야외조각공원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 그리고 전북 부안의 천문대가 있는 금구원야외조각미술관의 세계천문의 해를 기념한 ';예술적 천문학 축제'; 등이 있었다.

미술관 소장품을 활용하거나 진행 중인 전시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되었다. 강원도 석봉도자기미술관의 가족도자체험 행사와 목암미술관의 조각소장품을 활용한 프로그램, 그리고 대림미술관의 기획전인《불 컬렉션》과 연계한 도자, 사진, 무용 프로그램을 비롯해 미술관 공간을 활용한 ';환기미술관 공간읽기';, 전라지역 농촌 남진미술관의 《민화전》을 활용한 프로그램 등이 있었다.

2006년 21개 미술관의 참여로 시작한 '뮤지엄 페스티벌'은 개성 강하고 독립적인 전국의 사립미술관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 뜻을 같이한 고무적인 행사라 하겠다. 앞으로도 각 기관별 노하우 교류와 상호협력, 공동프로그램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리라 본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지원과 호응으로 소외지역을 비롯한 전국 어린이들의 미술문화 체험기회를 확대하고 전국적인 미술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미술관 소장품 전시 연계 프로그램,
장기적 투자, 전문적 기획력 돋보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미술관들은 다양한 일반전시와 프로그램들로 미술현장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들은 어린이프로그램에 있어서도 앞서가는 시도와 장기적인 투자, 전문적인 기획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5월에 있었던 수도권 소재 미술관들의 어린이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살펴본다.


금호미술관 《움직이는 미술관》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가장 많이 소개된 대표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다. 미술관 4개 층을 전부 활용하여 작가와 건축가 디자이너들이 새롭게 해석한 공간 개념이 어린이 눈높이로 펼쳐졌다. 바퀴를 달아 움직이는 대형 퍼즐을 통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직접 체험하는 정소영 작가의 <움직이는 섬>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해 디자인된 가구와 공간 등으로 상상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전시를 만들었다.

2009 경기도자비엔날레 《에듀 비엔날레》도자체험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관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교육프로그램의 하나다. 경기 남부권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은 경기도자비엔날레는 전시의 특성을 살려 단순한 만들기가 아닌 다양한 도자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올해는 ';에듀 비엔날레';를 통해 도자체험, 교육, 제작은 물론이고 미끄럼틀, 흙밟기장 놀이터, 물레성형, 핸드페인팅 등 도자체험의 거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다.

소마미술관 + 아트센터 나비 《앨리스 뮤지엄전》 디지털 시대에 살게 될 어린이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며 새로운 소통을 준비하는 창의성 프로그램이다. 소마미술관과 함께 미디어 아트에 강한 아트센터나비가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고 3D 인형극으로 가상극을 즐기는 등의 프로그램이 있었다.

백남준 아트센터 《달나라 백남준》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정의되는 ';백남준';은 이제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미술가를 넘어 한국을 빛낸 위인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어린이날을 맞은 백남준 아트센터는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달나라 백남준';이라는 제목으로 가깝게 접근할 수 있도록 어린이 안내책자를 만들고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어린이 동반 가족의 무료입장과 무료 우유를 제공했다.

이 외에도 코리아나미술관의 애니메이션 원리 체험 특별행사, 국내 최초 어린이미술관인 헬로우 뮤지엄 등이 있었으며, 방학마다 전문적인 어린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리움미술관 등의 사례를 주요프로그램으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의 앞서가는 프로그램들은 참여 인원이 제한적이고 비교적 고가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그 문턱이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없다. 때맞춰 예약할 시간도 없고 입장료부담도 덜고 싶지만 프로그램의 질은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찾는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까? 마지막으로 5월에는 평일에도 붐비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가보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 미술관 전면 개편,
전시에 대한 다양한 접근 프로그램


놀이동산과 동물원, 과학관이 모여 있는 과천은 어린이 동반 가족관객들에게 특별히 접근성 문제를 안겨주지는 않는다. 인근 서울 과천, 안양 등의 인구밀집지역에서 주말과 방학에 많이 찾아온다. 이에 호응하여 국립현대미술관은 어린이미술관을 전면 개편하고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국립기관의 책임감과 수준을 요청받는 과천현대미술관의 어린이 프로그램들을 살펴보자.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미술관 정기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

상설기획전 《거울아, 거울아 - 그림 속 사람들 이야기》 새롭게 바뀐 어린이 미술관이 야심차게 선보인 기획전이다. 어린이들이 전시공간을 탐구하고 작품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하루 3~4회 열리는 '정기교육'과 '엄마도슨트' 시간에 참여하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전문 직원의 생생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나도 큐레이터', '나도 작가', '영어로 배우는 현대미술'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의 핵심은 관람과 교육을 통하여 전시 주제에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역할놀이'라는 수단이 활용되는데 '나도 큐레이터', '나도 작가' 프로그램은 한 장르를 다양한 측면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도라고 하겠다. 작품 설명은 우리말로 듣고 전문강사와 수준에 맞는 영어로 토의하는 '영어로 배우는 현대미술'도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무지개 가족 미술관 소풍' 신중하게 시험 진행 중에 있는 다문화 가정 프로그램이다. 교육에 참가한 가족들이 향후 자발적으로 미술관을 이용하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공공성 프로그램으로 주목된다.

어린이 미술교육 전문가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프로그램들이 앞으로 그 규모와 질 모두에서 발전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한다면 장애어린이 불우어린이 등 특수환경 어린이를 위한 맞춤교육,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연구ㆍ개발, 소규모 미술관들과의 콘텐츠 공유 시스템 구축 등이 있겠다.


기획자의 책임감과 프로그램 검증 필요

이상과 같이 지난 5월 전국의 미술관에서는 수많은 어린이날 프로그램들이 성황을 이루었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미술관이란 무엇일까 자문해본다. 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처럼, ';놀이공원보다 여유롭고 공연관람보다 저렴한 곳'; 일까? 성인들에게 미술이 취미나 선택의 영역이라면 어린이들에게 미술 프로그램은 훗날 주체적인 문화향유자를 만드는 기초 작업이 된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남다르다. 특히 그 수혜자가 무엇이든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감수성을 지닌 어린이라는 점에서 기획자의 책임감과 프로그램의 검증 또한 요청된다. 양적 결과를 앞세운 천편일률적 체험행사나 주마간산식 전시 관람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전국의 미술관들 각각의 특성을 살린 양질의 어린이 프로그램이 활발히 기획되어 다양한 환경의 어린이들이 미술관과 만나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전반적인 내실의 구축을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
www.artmuseums.or.kr
최근성, 「박물관의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삼성어린이박물관 특별세미나 자료집, 2006.

도움주신 분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마케팅팀 김은경 (작품설명 담당)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홍보마케팅팀 오영렬 (언론보도 담당)
그 외 어린이미술관 관계자 여러분

 


문혜영  

필자소개
문혜영은 홍익대학교 미술사학과를 졸업하였고'1950~60년대 한국영화포스터'의 시각문화적 연구에 대한 논문을 썼다. 인포아트코리아의 문화열차 프로젝트 팀장과 경기 군포문화원 사무국장을 거쳐《2007 칸딘스키와 러시아거장전》큐레이터로 일했다. 현재 홍익대학교 박물관에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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