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F1] 2009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

지역문예회관이 달라졌다

소홍삼 _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문예회관들은 지역의 핵심적인 문화기반시설로서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증대하면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명실상부한 공연예술 시장으로서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공연예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며 그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국회 국정 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바로 지역문예회관 비판 말이다. 의원들은 낮은 활용도를 질타하고, 언론은 '무용지물',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기획공연보다는 대관공연이 주를 이루고, 행사장으로 전락해 버린 공연장, 낮은 가동률과 썰렁한 객석, 초대권 남발, 운영의 비전문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은 채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해 고립되고 활기를 잃어버린 모습이 지역문예회관의 자화상이었다.

수상자들 모습그러면 현재의 문예회관들은 이러한 비판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졌을까? 물론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지만, 수년 전에 비하면 문예회관 운영에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들이 가시화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난 6월 10일,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이하 전문연)의 주최로 열린 '문예회관 운영 우수사례 발표대회'는 문예회관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우수사례 발표에는 총 6개 기관이 본선에 올랐다. 전국의 문예회관을 도시의 규모와 시설 운영형태 등 체급(?)을 고려해 3개의 그룹(A, B, C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별로 두 개의 기관이 발표를 가졌다. 20분간의 짧은 발표 시간임에도 각기 처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문예회관을 활성화 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문예회관 종사자들의 고민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그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각기 처한 지역적 환경과 상황이 매우 상이한 현실에서 문예회관의 우열을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비합리적인 행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4개 기관의 우수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자치단체 접근법이 주목된 칠곡군 '7가지 행복충전 프로젝트'

우선 군 단위 문예회관 그룹(C그룹)에서 장관상을 받은 칠곡군 교육문화복지회관은 '7가지 행복충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00년 5월에 개관한 칠곡군은 청소년센터, 사회복지관, 공연장, 전시장, 수영장, 노인건강실 등 명칭 그대로 교육과 문화, 복지시설을 아우르는 복합시설이다.
칠곡군은 문화시설의 활동에서 나아가 자치단체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화, 복지, 체육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브랜드화한 점이 관심을 끌었다.

칠곡 평생학습축제
첫 번째 '가족과 함께 즐기는 문화감동의 행복'이라는 타이틀로 칠곡사랑 음악회와 영화상영, 기획공연을 정기적으로 진행해오고 있다. 두 번째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문화나눔의 행복'은 다양한 문화예술동아리들의 지원과 육성사업을 벌이며, 이 문화동아리들이 접근성이 낮은 오지지역과 소외된 이웃을 찾아가는 문화서비스를 펼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 행복은 한국문화를 배우는 '다문화가족의 행복'이다.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가족을 위한 한국어, 동화읽기, 역사탐방, 예절교육 등의 사업을 통해 한국문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활동들이다. 특히 한국요리교육과 다문화가족 서포터즈 육성, 자녀와 함께 하는 놀이문화교육 등은 실생활에 밀접한 활동들로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청소년의 행복', '노년의 행복', '여성의 행복'과 일곱 번째는 다함께 즐기는 '문화공동체의 행복'으로 은빛가요제, 청소년 가요제, 문화예술동아리 발표회, 마당놀이 등 건강한 지역공동체 문화를 가꾸기 위한 축제와 문화 활동들을 포함하고 있었다.

칠곡군은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지속적인 문화예술서비스와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함께 즐기는 행복한 문화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자치단체 차원의 접근법이 주목할 만하다.


지역기업의 지속적 협력 끌어낸 목포문화예술회관

기초자치단체 단위의 B그룹에서는 수성아트피아와 목포문화예술회관 모두 장관상을 수상했다. 목포시는 2005년 이전에는 대부분 무료로 공연을 진행하였으나, 2006년부터 공연을 유료로 전환했다고 한다. 언뜻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연 관계자들이 보기에는 너무도 당연한 얘기를 성과처럼 발표한다는 사실이 황당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지역문예회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업예산을 늘리기 위해 문예회관 종사자들이 시 예산부서와 시의회를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2005년 3천만 원에서 2008년 3억 원으로 3년 만에 10배의 예산을 증가 시킨 노력도 인정을 받았다. 또 다른 성과중의 하나는 목포시에 소재해 있는 삼호중공업과의 후원협약체결이다. 공연물 투자협약서를 체결, 상호협의 하에 매년 우수공연물 2개 작품에 대한 공동투자를 추진하고, 기획공연의 좌석 30%를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 협력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억 원 가량이라고 하니, 목포문예회관의 기획사업 예산과 맞먹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기업과의 협력으로 문예회관 측은 기획공연 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관객개발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사회 공헌 풍토가 성숙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사례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문화도시락' 등 독창적 아이디어 빛난 수성아트피아

수성아트피아 마티네 콘서트(2008)
수성아트피아는 전문화된 아트센터를 목표로 2007년 개관했다. 수성아트피아는 다목적 회관 수준의 각종 행사, 재롱잔치 등의 대관을 배제하고 공연 및 전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예술교육 등 예술활동 그 자체를 위한 전문적인 공연장, 전시장, 아카데미라는 뚜렷한 미션을 설정하여 운영해오고 있다. 수성아트피아는 대구의 문화중심을 표방하며 굵직굵직한 공연과 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무대에 올리고 있는 '세계 걸작 대구 초연전' 등은 수준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다. 이밖에도 수성아트피아는 빈 벽면의 갤러리, 소품 아트워크 등 전 공간을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자판기 앞면을 클림트의 작품 '키스'로 래핑하는 시도들은 작지만 세심한 노력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시도로 기업체와 소외계층을 연결하는 문화복지 프로그램 '문화도시락사업'을 들 수 있다.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들은 모든 문예회관마다 다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수성아트피아는 기업체의 후원을 소외계층의 문화복지 프로그램으로 연계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문화도시락사업'이라는 친근하고 인식하기 쉬운 명칭으로 브랜드화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화가 고프면 배달합니다" "문화예술과 동떨어져 사는 이웃에게 문화도시락을 싸 주시지 않으시렵니까" 등 브랜드를 활용한 홍보 아이디어가 참신한 사례로 손꼽을 만하다.


지역밀착형 극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성남문화재단

광역단체와, 재단, 시설관리공단 운영 성격의 문예회관이 속한 A그룹에서는 성남문화재단이 장관상을 수상했다. 성남아트센터는 개관 이후 '세계 최고수준의 공연을 맨 처음 만나는 곳'이라는 슬로건처럼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공연들을 유치하면서, 공연장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확실한 성과를 거두었다. 최고 브랜드의 공연단체 초청, 국내초연, 그리고 대형 뮤지컬의 장기공연 등을 통해 공공극장의 새로운 파워를 쌓아 나갔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성남의 기획방향에 대해 공연예술계와 지역 내의 여론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성남문화재단은 2007년부터 방향키를 수정하였다. 지역 특성과 시민 욕구를 반영한 지역밀착형 문화정책 수립을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역밀착형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어진 대표적인 사례가 '사랑방문화클럽'이다. 사랑방문화클럽은 성남 시민의 자생적인 문화활동을 지원함으로써 문화예술동호회 활동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의 토대를 만들고자 시작되었다. 2006년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간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문화클럽을 네트워크화하고 리더협의회를 구성하여 활동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게 되었다. 2007년 1월부터 5월까지 몇 차례의 워크숍과 클럽파티를 거쳐 2007년 5월 사랑방문화클럽 운영위원회를 발족하였다. 사랑방문화클럽은 웹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클럽 간 연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성남문화재단의 후원으로 공연·전시·교육·지역 공헌 사업을 하고 있다. 또한, 매년 가을에 사랑방 문화클럽을 비롯한 지역 동호회들의 축제인 클럽 축제를 개최한다.
 

성남문화재단 사랑방문화클럽 로고, 오페라인부천 공연

전문연 회장상을 수상한 부천문화재단의 '오페라 인 부천'과 '무대 곁 2%'도 우수 사례로 꼽을 만하다. 부천문화재단이라고 하면 떠오를 수 있는 기획프로그램을 만들고자 진행한 '오페라 인 부천'은 부천의 새로운 문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획으로 평가받았다.

문화자원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인 '무대 곁 2%'는 열린문화학교를 통해 배출된 자원활동가들이 자체적으로 모임을 가져 심화학습을 진행하면서 공연장 자원활동, 공연장 모니터링, 하우스 어텐던트, 미디어 감상 진행 등을 통해 수혜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되는 단계까지 성장해 문예회관의 커뮤니티 활성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우수사례 발표 기관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함안문화예술회관은 대공연장의 행사(많은 문예회관이 겪고 있는 골칫거리중의 하나)를 제한하기 위해 '대공연장은 전문예술공연만 허용하도록 제한'한 조례를 제정했는데 이러한 사례는 다른 지역 문예회관에서도 벤치마킹해 볼만한 사례이다.


지역공동체와 연계된 커뮤니티센터

2000년 이후 우리나라 문예회관 운영의 특징과 흐름은 특정 개념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운영형태와 방식, 공간구성 등을 보여주고 있다. 1960~70년대의 '시민회관 시대', 80~90년대의 '문예회관 시대', 그리고 90~2000년대의 '아트센터 시대'의 특징들을 현재의 문예회관에서 모두 찾아 볼 수 있다.
 

목포문화예술회관, 함안문화예술회관

현재 우리나라 문예회관들은 창작중심 공간보다는 문화향유 거점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예회관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인 순수문화예술 장르에 관한 향수기회 제공은 지역으로 갈수록 더욱 중요한 기능임에 틀림없다. 과거보다 수준 높은 작품을 유치하고, 공연의 횟수를 늘려 문화향수의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다.

또 문화예술회관은 그 기능면에서 종합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단순히 공연장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지역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과 위치를 갖고 있다. 특히 문예회관이 단순히 예술의 유통보급 기능을 넘어서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공동체 형성과 지역문화예술의 상징성까지 갖게 됨으로써 지역사회와의 연계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지역문예회관이 지역사회와 맥을 같이 하면서 고급문화로 범주화되어있는 예술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 문제를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단순한 예술향유 기획의 확대라는 효과 그 이상으로 예술활동에 대한 체험과 이해를 통해 지역공동체와 연계된 커뮤니티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흐름이다. 성남문화재단의 지역문화정책과 '사랑방문화클럽', 부천문화재단 '무대 곁 2%', 칠곡의 '7가지 행복충전 프로젝트' 사례들이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는 사례이다.

이번 사례발표에서는 그다지 강조하지 않은 내용들이지만 문예회관별로 문화예술교육사업을 상당히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흐름으로 읽힌다. 예술프로그램과 함께 교육프로그램 또한 문예회관이 제공할 수 있는 대표적 서비스이며 문예회관의 존립근거를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아직 풀어야 할 난제는 남아있지만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발전 과정에서도 아직 한계와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문예회관이 창작과 향수라는 두 축의 균형추가 향수 쪽으로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쏠려 있다든지,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한 운영 시스템 구축의 미비, 관객층의 깊이와 부피의 확대, 필수적인 전문 인력 확보, 공무원 순환보직의 문제, 지역별 여건에 따른 차별화된 운영전략 미비 등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수없이 많다. 하지만 과거 수년 전보다 발전한 지금의 자화상을 보듯이 앞으로 수년 후에는 지금보다 한층 더 진화된 모습의 문예회관들을 기대해 본다.


소홍삼  

필자소개
소홍삼은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천상병예술제, 더불어 사는 사회문화제 등 다양한 축제기획과 경기지역문예회관협의회 초대회장을 맡아 공공극장 최초로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현재 전국문예회관연합회 운영위원,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기획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서경대 연극영화과에 출강하며 예술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2008 올해의 프로듀서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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