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굿보스 배드보스(Good Boss, Bad Boss)』

당신과 함께라면

염혜원 _ 자유기고가

 

소위 '문화예술'계에서 일을 한다고 하면 때론 열악한 근로환경조차도 괜찮지 않느냐는 식의 반응을 대할 때가 있다. 즉, 박봉이지만 일은 재미있을 것이라는 게다. 일반 직장인들이 겪는 반복적인 회의와 업무적인 스트레스, 성과 압력에서 벗어나 이 분야의 종사자들은 진정한 일의 기쁨과 의미를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내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은 아무리 이 분야의 일들을 의미론적으로 이해하려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가지게 되는 소박한 요구조차 던져버리기는 힘들다는 것 때문이다. 일반 회사와는 달리 극장이나 갤러리 등을 일터로 삼고 있더라도 그곳 역시 사무실이긴 마찬가지이다. 여타의 직장에서 발생하는 잡무의 시달림, 업무선상에서 부딪히게 되는 인간관계 등에 노출되는 것은 똑같다. 그렇다고 해서 기능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려 하지만 이에 따른 보상이 적다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더더욱 직장 내에서 수행하고 있는 자신의 업무에 대한 관심과 지원, 나아가 조직 내 인간적인 배려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경향도 있다. 이를테면 보수가 적은 만큼 대우를 해주는 것이 마땅한 게 아닌가 싶지만, 역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리더라면 자신이 이끌고 있는 단체나 기관의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리려하겠지만 아쉽게도 그가 가진 개인적 역량과 조직을 이끄는 데 필요한 역량은 차이가 생기는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일반 회사처럼 대표나 관리자에게 요구되는 운영능력, 이를테면 리더의 자격 혹은 자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대표나 관리자의 리더쉽이 요구되는 것은 이들의 영향력이 관련 종사자들에게 실로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으며, 또한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직장 내 조직관계에서 발생하는 소모적인 갈등과 마찰을 문화예술계라고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화예술계 종사자라면 개인의 직업만족도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없이 거리가 먼 현실을 감내해야 하고 여기에 고난의 이중주라고 할 수 있는 직장 내 갈등, 이를테면 대표나 관리자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서라도 정말 훌륭한 '보스'를 만났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갈망이지 않을까. 로버트 서튼의 『굿보스 배드보스』(도서출판 푸른숲, 2011)는 이러한 현실적인 갈망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설득력을 지닌다.

굿보스 표지

좋은 보스를 부탁해

『굿보스 배드보스』는 일단 다양한 분야의 보스들, 이를테면 일반 대기업에서부터 카페 매니저나 연극 연출가, 애니메이션 감독 등 주목하는 대상의 범위가 넓으면서도 이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리더의 자격을 이끌어내고 있다. 즉, 분야와는 상관없이 우리들의 보스는 '공인된 또라이'로 전락하기 쉬우며, 보스 스스로가 이를 경계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피해를 낳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보스들이 실천해야 하는 행동지침을 주제별로 요약해 놓은 부분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실제 상황에서 유용하게 대처하거나 대입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간혹 이러한 지침들이 특별한 노하우로까지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실제 현실에서 조직원들의 입장을 고려해 생각해주는 보스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조직원에게 해고라는 나쁜 소식을 전할 때 일반적인 보스들이 취하는 행동과 좋은 보스들이 취하는 행동들을 보면 그렇다. 해고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라도 그 대상자에게 이를 대처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선택권을 줘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일 테지만 대다수의 보스들은 이를 차일피일 미루다 기습적으로 이를 통보하는 경우가 있다. 아니면 먼저 이에 대한 소문이 나오게 해서 당사자를 상당 기간 불안에 빠뜨리고 난 다음 준비된 수순을 밟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좋은 보스일수록 악역을 감수하더라도 신속하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해 주고 그 직원이 상황을 예측할 수 있게끔 배려를 해준다.



또라이 보스가 되지 않는 몇 가지 행동원칙

한편, 모든 보스가 뛰어난 리더쉽이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추고 있지는 않더라도(설사 그가 아무리 또라이일지라도) 그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저자는 어떤 조직이나 기관의 성과와 실패를 두고 리더에게 온갖 영광과 비난이 모아지는 것은 이에 대한 실제의 배경이나 원인을 어렵게 파헤치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리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 쉽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보스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보스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제 능력보다 자신을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자신이 지닌 인간적안 약점이나 문제점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바로 여기서 좋은 보스와 나쁜 보스는 눈에 띄는 차이점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어떤 결과로 도출되는 지는 이 책이 증명하고 있는 사례들을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좋은 보스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적인 보스를 만난다면 좀 낮은 급여를 받더라도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좋은 보스와 일하면 적어도 심장병이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는 것을 이 책에서는 정확한 통계치를 통해 알려주고 있다.
 
 
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을 공부했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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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26 오후 1:51:46
좋은이야기이네요. 적은보수, 열악한업무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예술적인 열정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간의 견고하고 끈끈한 인간관계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요사이 여러 경제적 위기로 안그래도 힘든 문화예술계 단체와 기업들이 더 어려워져 있는 모습을 봅니다. 저도 그렇구요. 하지만 편하고 좋을 때 친한 사람보다는,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이 진짜더라구요. 다들 힘내시길![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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