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뒤영벌은 어떻게 나는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몬드라곤의 기적』

협동조합에게 한 수 배우다

조우석_희망제작소

몬드라곤 본사의 옥외간판 사진

▲몬드라곤 본사 전경

좌천당한 신부가 만든 협동조합, 몬드라곤

2011년 매출 1,397억 유로, 총자산 3만2450억 유로, 금융, 제조, 유통, 지식의 4개 부문, 281 여개의 조직에서 8만3천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스페인 10대 기업이 있다. 이곳은 제트엔진용 가변전지, 위성 발사용 로켓 센서설비부터 의료장비, 엘리베이터, 소시지, 도시락, 사료까지 만들어서 판다. 여행사무소, 헬스클럽도 운영하며, 유치원, 대학, 보험 및 연기금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건축물로 손꼽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도 건설했다. 이 기업이 연구개발 분야 투자하는 예산은 1억6500만 유로로, 1,885명의 연구자가 이곳에서 일한다. 1956년 5명의 공동창업자가 만든 석유난로공장에서 출발한 이곳은 세계 최고의 협동조합, 몬드라곤이다.

사실 몬드라곤은 한 편의 영화처럼 시작되었다. 몬드라곤을 창설한 돈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타(이하 '아리스멘디')는 신학생 신분으로 파시스트인 프랑코가 일으킨 내전에 맞서 싸우다가 전쟁포로로 잡혀서 사형직전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사면되어 풀려난 인물이다. 내전 종료 후 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대주교에게 벨기에 루뱅대학 입학을 청하였으나, 아리스멘디의 성향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던 대주교는 아리스멘디를 시골로 '좌천'을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1941년2월5일 몬드라곤에 도착한 아리스멘디 신부는 도착하자마자 의료소와 운동경기장을 세우고 축구리그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지역주민에게 숙련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 기술전문학교를 설립했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석유 난로공장인 울고를 설립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1956년 설립된 울고가 판매한 석유난로는 난로인지 냉장고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지역주민들은 그런 울고의 석유난로를 꾸준히 구매해주었다고 한다. 지역주민을 위한 회사이기 때문에, 그 회사가 잘 되어야지 우리 집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왼쪽 : 책 ‘몬드라곤의 기적’ 표지
오른쪽 : 책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표지

형편없는 제품이었지만 기술학교 기반의 인프라와 지역주민의 막강한 지지와 아리스멘디를 포함한 울고 창업자 5인과 초기 출자자 100인의 열정과 헌신에 힘입어 울고는 창립 10년도 되지 않은 1960년대 초반에 스페인 100대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1956년에 설립된 울고는 시작 당시에는 협동조합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3년이 넘도록 정관이나 내규 없이 운영되었다. 법적으로는 아리스멘디 한 사람만 운영자로 되어있었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이 서로를 신뢰하며, 특히 아리스멘디를 굳게 믿고 의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동이라는 끈으로 강력하게 서로를 묶고 지지하면서 조금씩 성장했다.

몬드라곤에서는 누구나 조합원으로서 의무만 이행한다면 몬드라곤이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비조합원에 대한 차별은 없다. 비조합원은 조합 출자금을 내지 않은 근로자이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소유권이 없으며 따라서 출자금에 대한 (이자)배당을 받지 못할 뿐이다. 또한 조합원이 아니기 때문에 총회에서 의결권이 없다. 이것을 제외하면 비조합원과 조합원은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출산휴가로 인해 발생되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업이 확장되고 있어서 고용이 필요한데 피고용인이 조합원이 될 의사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 비조합원이 고용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전체 근로자 대비 비조합원의 비율이 15%를 초과할 수 없으며, 비조합원이라 하더라도 일정기간의 근로기간과 교육훈련기간을 거치고, 대략 1년 치 연봉에 해당되는 출자금을 내기만 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몬드라곤의 비조합원은 스스로 조합원이 되거나 비조합원이 되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책 ‘뒤영벌은 어떻게 나는가’ 표지
‘리베라 떼라’의 땅을 경작하는 청년들 사진

▲ '리베라 떼라'의 땅을 경작하는 청년들

협동조합, 우리만 몰랐나?

김연아 선수와 함께 21세기 스포츠 천재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가 뛰고 있는 세계 최고의 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주인은 19만 명의 조합원이다. 쉽게 말하면, 1899년 창립된 FC바르셀로나는 조합원이 구단주를 선출하는 협동조합이다. 1922년에 조합원이 이미 1만 명을 넘어섰다. 잘 몰랐지만 우리 주변엔 협동조합이 의외로 많다. 차두리 선수가 열심히 '활약'하고 있는 서울우유도 협동조합이다. 대니쉬 크라운 협동조합은 덴마크 양돈 사업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자국 내 우유 생산량의 99%를 협동조합에서 출하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AIG와 시티그룹이 파산해서 국유화될 때 협동조합 은행의 수신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일본 가구 3분의 1이 생활협동조합원이다. 세계 4대 통신사인 AP 통신 역시 협동조합이다. 인도에는 5만8000개 협동조합과 2억4000여 명에 이르는 조합원이 있다. 미국 전기협동조합은 4천 만 명의 조합원에게 전기를 공급한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전 세대의 45%가 협동조합 주택에서 살고 있다. 스웨덴 동네진료소의 66%가 협동조합이다. 브라질 유니메드 그룹은 364개의 협동조합과 9만3000여 명의 의사를 거느라고 8만3000 곳의 병원과 진료소를 운영하며 천 만 명의 주민에게 의료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 연합에 30만 개의 협동조합이 있으며 이들은 480만 개의 일자리와 1억4000명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농업생산량의 50%를 협동조합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쯤 되면 협동조합을 우리만 몰랐던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지경이다.

국가와 국민은 협동조합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이탈리아 헌법에 명기되어 있다. 그런 탓인지 유럽에서도 이탈리아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달해있다. 이탈리아에 재밌는 협동조합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주택협동조합 '무리', 다른 하나는 B형 사회적협동조합인 '리베라 떼라(Libera Terra)'이다. '무리'는 10년 간 월세를 낸 조합원 세입자가 '무리'에서 지은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면 정상 판매가격에서 10년 동안 낸 월세만큼을 제하고 집값을 받는다. '리베라 떼라'는 20~40대 지역 청년을 고용해서 정부가 마피아에게서 압수한 토지에서 농사를 짓는다. 무시무시한 마피아가 언제 총을 들고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밭 갈고 새참 먹는 것이다. 배포가 대단하다

궁금하면 읽어보시라

UN은 2012년을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정하면서 협동조합으로 더 나은 세계가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협동조합 기본법 시행 이후 협동조합 설립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리운전자협동조합, 햇빛발전소협동조합, 수제화협동조합, 건설협동조합부터 유아교육협동조합, 퍼실리테이터협동조합, 역사문화협동조합, 중소상공인협동조합, 북카페마을협동조합, 공제협동조합, 카세어링 협동조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2013년3월10일까지 신고수리 된 협동조합 수만 481건이다.

이쯤 되면 협동조합이 무엇이고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인지 궁금하다. <뒤영벌은 어떻게 나는가>,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몬드라곤의 기적>의 3권의 책을 통해 앞서 쓴 내용보다 훨씬 깊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협동조합이 말하는 7원칙, 협동조합 사상의 뿌리와 사회적 역할, 세계 각국의 협동조합의 현황과 사례, 성장과 정체성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몬드라곤의 10대 원칙과 전략, 몬드라곤이 처한 현재의 고민과 해결방안, 몬드라곤의 역사와 교훈이 궁금하지 않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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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

필자소개
조우석은 희망제작소에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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