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예술경영인이 추천하는 책➀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무장한 계획가보다 움직이는 인재가 필요하다

황운기_문화프로덕션 도모 대표

국내 여성 인력 1천만 시대, 공연계 역시 많은 여성 인력이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인력이 리더가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높은 비정규직 비율에 따른 잦은 이직 때문일까? 그럼에도 여기, 현명하게 공연계를 지키는 여성 인력들이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리더십을 발견하려 한다. / 특집 ① [좌담] 공연계 여성 리더십 환경 조성, 무엇이 문제인가? / ② [현장+人] 여성 연출가로 공연계에서 우뚝 서기까지 / ③ [하우투] 공연예술계에서 여성으로 일하는 노하우 / ④ [서평] 『여자, 노동을 말하다』
  예술단체 1호 사회적기업 '노리단'을 시작으로 전체 사회적 기업의 10% 정도를 문화예술관광 사회적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어색하지만 극단도 악단도 '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경영 시스템 역시 일반 기업과 유사한 형태와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물론 지원 기관의 기준에 맞추어야 하는 이유 때문에 불편하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일반적인 노무 관리와 회계 관리 등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사업 확대의 기회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단체들이 '기업'과 '경영'이라는 단어를 애용할 생각은 별로 없는 듯하다.

복지가 가능한  '예술문화기업'으로

img2

▲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톰 피터스 저(21세기북스, 2005년)

직원의 복지를 위해 매년 1개월 유급 안식월을 갖기로 하고 시범 차 한 달간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 두툼한 두께의 책을 한 권 가지고 갔는데 그 서적이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였다. 춘천의 문화재단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것이었는데 여타 경영서적과 비슷하려니 해서 읽기를 차일피일 미뤘던 책이었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보통의 경영 서적에서 주장하는 바와는 정반대의 문장들이 나타난다. 답답하고 억눌린 기업문화에 자율과 열정, 창조성을 바탕으로 '반(反)관료, 비도덕, 비합리'를 주장하는 이 도발적인 언어표현은 차라리 예술문화기업에게 어울릴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책의 구성은 마치 팝업 북처럼 여기저기 느낌표(!)와 물음표(?) 등을 남발하며 일반적인 것과 혁신적인 사안들을 일일이 싸움 붙이듯 많은 테이블에 "☆VS★"를 보여주고 있다.

그때에서야 문화프로덕션 도모(Production DOMO, 이하 도모)에서 실천하려던 것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그 당시 도모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 끝나고 사회적 기업에 진입하던 시기로, 미래에 대한 확신과 중장기 계획이 명확히 드러나야 할 때였다. 문화예술계는 전문 인력의 부족과 많지 않은 급여로 이직률이 높고, 지역에 갈수록 실정이 더 안 좋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기존 기업과 다른 경영은 불가피하였고, 한 달간의 여행에서 '복지가 가능한 예술문화기업으로 성장'이란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구체적인 실행으로 저자가 언급한 '여성중심의 경영과 자기계발이 가능한 경영환경'을 구현한 사내 시스템을 만들어 갔다. 이런 노력들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개최한 <2012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으뜸상 수상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끊임없이  '일할 만한 곳'으로

괴팍한 생각을 고부가가치의 원천이라고 저자 톰 피터스(Tom Peters)는 말하고 있다. "공연예술의 시장은 어디에 있을까?" "어떤 마케팅을 해야 광대한 여가 산업에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까?" "중앙으로 집중된 문화 사업을 지역에선 어떤 형태로 마케팅 해야 할까? 저자는 '철저한 계획'보다는 '움직일 수 있는 행동'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많은 예술단체들은 '기획자의 부재'를 경영의 난제로 보고 있으나, 이는 지식과 이론으로 무장한 계획가보다는 움직이는 인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냉정하게 말해서 대자본의 광고가 없더라도 개인의 발 빠른 움직임이 티켓 판매율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img2
img2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 시상식 무대에 선 문화프로덕션 도모 직원들
▲ 2013년 춘천좋은문화소비자협동조합
창립 총회에 참여한 황운기 대표


<2013 예술경영 컨퍼런스>에서 대상을 받았던 발표사례 '우물 안 마케팅'의 착안은 '거꾸로 생각하고 행동이 중요하다'는 이 책의 생각을 실천해 본 것이다. 인구 30만 이하 도시엔 공연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단 생각을 뒤집어서, '지역 내 네트워크 강화를 통한 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실천으로 옮겨 보았다. 이렇게 쌓여진 성공 사례들이 부차적으로 지역이란 한정된 공간에서 사회·경제이론을 활용한 '안정적인 생산'과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면(문화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실현), 문화예술기업의 자립과 시민의 예술문화 참여가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도모는 '춘천좋은문화생산자협동조합+춘천좋은문화소비자협동조합'을 만들어 지역 공연예술의 공급과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시장개발을 하고 있다.

사실 경영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적자원관리(Human Resource Management, HRM)다. 대량생산의 시대가 지나고 고부가가치가 창조적 산물을 창출하는 시대에서는 좋은 인재를 선발하고 그들이 오래 머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저자는 인력관리에서도 "괴짜친구를 고용하라!", "리더를 따르지 않는 사람을 찾아라!", "짜증 난 사람들과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어찌 보면 "예술가를 고용하라"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실제로 애플(Apple)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사례를 들면서, "잡스의 성공이 많은 미술가와 시인, 음악가를 채용한 결과"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인력들을 성공적으로 관리, 유지하는 비결로, 이곳을 끊임없이 '일할 만한 곳'으로 만들라고 한다.

요즘 도모의 이슈는 '일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은 생활'이다. 일상이 일하는 것이고 일이 노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자주 토론하고 있다. 당연히 작가나 연출가는 일과 여가가 분리되지 않은 삶이 가능하나, 배우들의 경우에는 연습이 자기개발인지 노동인지, 꼭 하고 싶은 사업을 위해 기획서를 집에까지 끌고 가는 것이 일인지 아닌지 애매한 경계점이 있는 실정이다.
 
img2

▲ 2013년 '가족친화인증기업 인증패'

그런 난점을 차치하더라도 저자는 '일할 만한 곳' 즉, 멋진 일을 경험하면서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더불어 경영적인 측면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세계 최고로 만들라고 저자는 충고한다. 여기서 세계 최고란 '기업의 긍지와 자부심을 말하며 구성원 스스로 동참된 상태'를 말한다. 세계 최고! 도모에서 세계 최고는 무엇인가? 콘텐츠가 아직 최고는 못되지만, 복지만큼은 최고라 말하는 구글(Google)만큼 노력하고 있다. 급여가 적지만 착한 복지로 국내 동종 업계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증거로 예술단체 1호로 '가족친화우수기업' 인증을 받았고, 올해는 출산과 육아로 고민하는 직원을 위해 사내 보육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미래를 경영하라

저자 톰 피터스는 굉장한 속도로 질주하는 세상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것을 기계가 대신하고, 현대인은 전 세계를 오가며 많은 자유를 느끼지만 통제된 삶을 살 것이라며 암울한 미래를 예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라 강조하고 새로운 리더십을 '재창조'라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목표를 가진 끝없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하며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다루고 있다. 그는 '리더는 이 파괴의 시대를 이끄는 안내인'이라고 말한다. 어렵고 힘든 것이 예술이기에 많은 선배 리더들이 단념하고 포기하고 살아간 것이 많다. 하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 기업의 리더는 미래를 경영해야 한다.


사진제공_문화프로덕션 도모

   
 


관련기사
[하우투] 구성원이 즐거운 복지를 위하여
 

 
 
황운기 필자소개
황운기는 문화프로덕션 도모의 대표이사이며, 춘천국제연극제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최근 창립한 춘천좋은문화생산자협동조합 이사장이며 춘천좋은문화소비자협동조합과 협동조합대한민국소극장열전을 창립하여 이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정 여행을 추구하는 (주)좋은여행도모와 글로벌 타악 퍼포먼스 그룹 (주)솔타를 경영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와 가족 친화 경영을 통해 예술문화단체들의 혁신적인 복지 경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덧글 0개

덧글입력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