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예술경영인에게 영감을 주는 책 ① 『파운틴 헤드』

“오직 나만이 나의 근원이다”

배정아_바나나문 프로젝트 대표

『파운틴 헤드, Fountain Head』 에인 랜드 저, 민승남 역(휴머니스트, 2011년)

▲ 『파운틴 헤드(Fountain Head)』 에인 랜드 저, 민승남 역(휴머니스트, 2011년)

"오직 나만이 나의 근원이다."

"오직 나만이 나의 근원이다."라는 오만해 보이는 글귀가 책 표지에 쓰여 있다. 몇 년 전, 친구에게서 선물로 받은 『파운틴 헤드(Fountain Head)』는 무척 두꺼운 양장본 책이었으며, 오만한 헤드 카피와 건축학도들의 필독서라고 하여, 대체 왜 나에게 선물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책이었다. 작가 에인 랜드(Ayn Rand)가 『파운틴 헤드』를 처음 썼을 당시, 너무 지적이고 논쟁적이라고 무려 12개의 출판사에서 거절당했지만 결국, 출판에 성공했으며 이 책은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로 불린다고 한다.

일단, 건축가라면 누구나 흠뻑 빠져들 것이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무조건 최고의 건축물을 탄생시켜야 하는 소설 속 인물들과 함께, 한 건물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흥미로웠다. 건물에 대한 비평이나, 대중들의 관심, 그리고 건축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설명은 건축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 읽어도 빠져들 수밖에 없다. 또한 건축물을 접하는 건축가의 고민, 평단의 이해, 대중의 호기심, 각 예술 방면 사람들의 논쟁 등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다.

예술 전반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하워드 로크와 함께 논쟁을 나누었으면 좋겠다.

건축을 대하는 네 가지 생각

『파운틴 헤드』는 총 두 권으로, 소설의 주요 인물인 하워드 로크, 피터 키팅, 게일 와이낸드, 엘즈워스 M. 투히, 이렇게 네 인물의 이름이 각 소제목으로 붙어 총 4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의 뉴욕의 맨해튼이다. 하워드 로크와 피터 키팅은 건축학도라면 누구나 꿈꾸는 스탠턴 공대 건축학과를 다니는 라이벌 사이이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성과 열정으로 설계도를 그리는 하워드 로크는 결국 졸업 전에 퇴학을 당한다. 하지만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100% 맞게 설계를 하는 피터 키팅은 훌륭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큰 건축 회사에 들어가 승승장구하게 된다.

중간에 언급했듯이, 배경은 1930년대 미국이다. 미국이 경제 공황에 접어들기 바로 직전, 뉴욕에 마천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던 바로 그 시대이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 이 당시 지어진 빌딩으로 유명하다. 이 빌딩 이후에 경제 공황이 오기는 했지만. 어쨌든 미국 황금시대의 부자들은 어떻게든 돈을 써서 자신들의 부를 보여주고 싶어 했고, 건축가들은 재벌들의 구미에 맞는 높은 건축물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었다. 다시 주인공들 이야기를 하자면, 피터 키팅은 놀라운 사업 수완으로 부와 명예를 한 번에 갖게 되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을 하는 하워드 로크는 월세도 밀리고, 결국 공사 현장에서 일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을 한다.

『파운틴 헤드』는 하워드 로크라는 위대한 건축가의 이야기이다. 재벌들은 돈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하워드 로크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건축물을 만든다. 처음에 일거리가 들어오지 않아, 공사 현장에서 직접 돌을 나르면서 일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일하면서, 인부들과의 관계를 비롯하여, 건축물의 재료와 환경까지도 생각한다. 그는 지금 당장 멋지고, 화려한 건축물보다는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클라이언트의 철학과 역사를 반영하고, 주변 경관에 어울리면서, 오래 갈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든다. 하지만 지금 당장 나의 부와 명예를 드러낼 수 없는 건축물, 그리고 건축가의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작품들에 사람들은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하워드 로크는 그의 신념 하나 만으로 버티고, 결국 최고의 건축가가 되게 된다.

하워드 로크의 라이벌이었던 피터 키팅. 최고의 감각과 수완을 갖춘 피터 키팅은 건축회사에 들어가 계속해서 클라이언트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건축물들을 쏟아 내면서 빠르게 인기 건축가가 되고, 큰 부자가 된다. 하지만 그의 작품에는 그의 영혼이 들어 있지 않았다. 인기에 영합한 작품들은 결국 그 어떤 철학도 담아내지 못하게 되고, 그의 능력을 그렇게 소모해버리고 만다. 결국 매일매일 신문 지면에 오르내리던 그의 이름을 사람들은 지루해하기 시작한다.

게일 와이낸드. 빈민가에서 태어나 거지처럼 자란 게일 와이낸드는 타고난 머리 회전으로 신문사에 들어가더니, 결국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언론 재벌이 되었다. '저널리즘'이라는 단어는 그저 사전에 등재돼 있을 뿐이고, 게일 와이낸드의 신문사는 거대한 자본으로 무장하여, 시장을 잠식한다. 신문을 팔기 위해서라면, 황색 기사뿐만이 아니고, 자기 자신까지도 대중에게 '거리'가 되고자 한다. 대중들은 모든 산업에 손을 뻗고 있는 게일 와이낸드에 의해서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고, 들어야 할 것을 듣지 못한다. 독자들은 그의 신문을 통해 그의 사상, 그의 철학, 그의 역사, 그의 관점을 따라가게 되며, 자신들 개개인의 생각은 철저하게 지배당한다.

그리고 엘즈워스 M. 투히, 건축 평론가이다. 유명한 건축 평론가인 엘즈워스 투히는 그 존재 자체가 권력이다. 평론이라는 권력을 손에 쥔 그는 자신의 이익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 글을 쓰고 비평을 한다. 펜 끝으로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면 누구든 밟아버리고, 누구와도 손을 잡는다. 예술과 손을 잡는 사람은 버리고, 권력과 손을 잡는 사람과는 친구가 된다. 사람들은 엘즈워스 투히의 평을 바이블을 대하듯이, 믿어버린다.

예술경영인에게 필요한 신념 

『파운틴 헤드』는 이렇게 건축을 둘러싼 네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부와 명예, 권력과 인기 등에 타협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자신의 인생과 예술관을 개척하는 하워드 로크는 남이 만든 세상에서 살지 말고,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대부분은 지금 당장의 부와 명예를 이루고 싶어 하는 피터 키팅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가 예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언론과 비평, 권력과 부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 이 시대와 타협하지 않을 신념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예술'과 '경영'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 예술경영인들은 양쪽을 함께 맞추기 위해 오히려 자신의 주관이나 의지를 잃어버리고 활동하게 된다. 나도 그렇다. 예술도 좋지만, 관객도 의식해야 한다. 예산이 없으면 예술도 불가능하다. 경험을 하면 할수록, 우리는 '예술'과 '경영'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서 결국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처음에 우리가 왜 '예술'을 하고 싶어 했는지, 왜 예술경영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파운틴 헤드』는 우리에게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다.

물론, 하워드 로크와 도미니크 프랭컨의 목숨을 건 사랑을 만나는 것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묘미이다.

 

 
 
필자사진_배정아 필자소개
배정아는 공연기획사 바나나문 프로젝트와 피지컬 씨어터 페스티벌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연극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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