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②

어느 기획자의 기획 연대기

계명국_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장

태풍 너구리와 함께 찾아온 여름방학! 본격적으로 '스펙쌓기'에 돌입할 대학생들과 어디선가 정성스레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을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Weekly@예술경영]에서 전문 기획자 3인의 공연계 입문기를 소개합니다./[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① 김덕희 서울예술단 기획팀장/[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② 계명국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장/[하우투] 나의 공연계 입문기 ③ 정성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공연운영팀

1994년, 입학과 동시에 전공을 포기하다

나는 새내기였고, 음대가 없는 대학의 오케스트라 단원이었다.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공대생이었던 나는 죽도록 동아리 활동에 매달렸고, 1학년에게는 좀처럼 잘 주어지지 않았던 정기 연주회에 서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여름방학 내내 엉덩이가 짓무르도록 연습을 하고 연주회에 섰던 날, 연주회가 끝나고 동기들과 부둥켜 안고 울면서 결심했다. "이런 감동을 평생 가지고 살고 싶다!"

2000년, 딴따라의 길로 인생의 길을 정하다

졸업 학기에 취업을 슬슬 걱정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서, 내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이 뭔지 생각해 보았다. 음악, 공연, 무대..., 대학교 내내,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관심 있었고 내가 즐겁게 함께 했던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고, 그 다음에 예술의전당 공연기획팀을 찾아가 아르바이트(나는 이것을 계속 인턴이라고 우기고 있다)를 구할 수 있었다. 공연장에서 보낸 이해 여름은 정말 행복했다.

2001년, 꿈을 키워가다

졸업을 했고, 기대했던 예술의전당 공채는 없었다. 대신 예술의전당 선배들의 추천을 받아 LG아트센터에서 '다시 인턴부터'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눈을 뜨면 회사에 가고 싶고, 회사에 오면 집이 생각나지 않는 그런 꿈만 같은 생활이었다. 특히 그곳에서 좋아하는 공연 일에 대하여 체계적인 업무 습득을 할 수 있었고, 관심 있었던 음악 공연뿐만 아니라, 연극, 무용 등의 공연을 담당하면서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의 기반을 가질 수 있었다.

2004년, 새로운 감동을 만나다

이해에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나는 업계 선배이자, 학교 선배였던 축제 감독님을 돕기 위해 호기롭게 휴가를 내고 축제에 참여했다. 태어나서 가장 많은 비를 맞았던 그날, LG아트센터 객석 수보다 5~6배나 되는 관객들이 한꺼번에 내뿜는 감동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어쩌면 여기에 지금까지 키워 온 내 꿈을 옮겨 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2007년, 필드로 나가 삼천갑자의 내공을 키우다

LG아트센터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어디로 옮기기 위함이 아니라 '공돌이 컴플렉스'에서 비롯된 유학병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것은 나의 길이 아니란 것을 쉽게 알게 되었고, 나의 멘토 인재진 대표님과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기서 내가 LG아트센터에서 체계적으로 배웠던 공연 기획과 실행 과정들이 얼마나 소중한 재산인지를 알게 되었다. 자리를 옮긴 맨 첫해부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금전적으로 쪼들리고, 지역과의 문제가 계속 있었던 초기의 생활은 조금 힘들었지만, 이것들을 통해 많은 경험을 얻었고, 새로운 차원의 축제를 꿈꿀 수 있었다.

2010년, 축제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갖게 되다

축제가 안정되면서, 가평에서의 삶은 내게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특히, 2010년부터 축제와 또 다른 아티스트 매니저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내가 공연 관련 된 일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꿈이었다. 또한 가평 관내 벽화 사업이나, 지역 특산품을 이용한 축제 상품 개발 사업 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가평 이주 후 계속 진행했던 지역 주민 예술교육 사업이 슬슬 그들의 삶을 통해 그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광주에서 월드뮤직페스티벌도 이해부터 맡아서 진행하게 되었다.

2013년,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다

새로운 축제를 시도하게 되었다. 객석에 약 500개의 바비큐 판을 깔고 음악과 바비큐를 동시에 즐기는 '자라섬 리듬&바비큐 페스티벌'이나, 큰 대로에 8개의 무대를 순차적으로 만들고 번갈아 가며 공연을 해 한 지역 자체가 축제의 도시로 변하게 기획하였던 '제스피 재즈 페스티벌' 등이었는데, 첫해치고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리고 자전거 대회와 함께 하는 음악 축제, 박물관에서 하는 주말 가족 축제 등 다양한 축제들을 기획하고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2014년, 축제를 넘어 새로운 꿈으로

축제를 만들고 진행하는 기본 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자리를 잡았고, 이제 나는 축제와는 또 다른 일들을 시작하고 있다. 국악과 재즈 연주자를 모아 밴드를 만들어 전 세계의 한국문화원과 함께 해외 투어를 다니고, 그간 일을 돕던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밴드를 조직하여 그 밴드의 대표가 되었다. 하지만 축제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3-4개의 축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화된 새로운 꿈들은 다시 축제로 환원되고, 축제를 통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고 생각한다.

부록: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은 동종업계 후배,
혹은 이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 여기에 쓰여 있는 내용들은 모두 사실이지만,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개연성이 높은 사실은 아니므로 적용에 주의하셔야 한다.
- 우리는 결국 누군가를 감동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감동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절대 남을 감동시킬 수 없다. 남을 감동시키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감동을 경험하라.
- 결국 이 일을 잘하게 만드는 힘, 쉽게 낙담하거니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은 꿈이다. 자신의 꿈이 뭔지를 우선 결정하기 바란다.

 

사진제공_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무국

 
 
계명국 필자소개
계명국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사)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있다.
 

 

덧글 1개

덧글입력

  • 사이다순
  • 2020-01-28 오전 4:55:16
그래서 아티스트들에게 갑질하고, 중간에서 돈 뒤로 빼서 구속되셨다죠. 이런 사람이 문화예술계에 계속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1인. 과정은 배울 것이 많을 수도 있으나, 이런 인물의 컬럼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http://www.inche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00327#06YC[Del]

quickmen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