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오페라하우스 리처드 에반스
이승엽 _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교수
2007년 9월,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즈 주정부는 39세의 리처드 에반스를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새 대표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1973년 개관이래 6번째 대표다. 그와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당신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대표로 임명되기 전 약 10년 간 벨 셰익스피어 극단과 호주 국립발레단 대표로 일했다. 이 단체들은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계약단체 이런 단체가 9개쯤 있다에 해당된다. 매년 다른 공연단체들과 시간과 공간을 쪼개 시드니오페라하우스에서의 시즌을 갖는 세입자 입장이었는데 한순간에 집주인이 된 셈이다. 임명되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임용 절차에 시간이 좀 걸렸다. 국제 공모를 거쳤다. 물론 내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황송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생각한 것과 현실은 정말 다르다. 임명 때의 흥분은 눈 녹듯 사라지더라. 내 앞에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재정 감각 점점 더 중요해져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대표로 임명될 때 당신은 겨우 39세였다. 내가 알기로 호주에서 그 자리는 마이클 린치나 팀 제이콥스, 로이드 마틴 등과 같은 거물들이 맡았던 자리다. 이런 거물급 전임자들과 차별되는 당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어떤 조직이든 그 생애주기에 따라 각각 다른 종류의 경영자를 필요로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예술기관의 경영은 예술적 선도력이 우선되는 경향과 재정적인 점을 중시하는 경향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최근에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경영자 타입이 등장했다. 재정적인 감각은 더욱 중요해지고 '예술적'이기만을 고집하는 CEO는 존재 자체가 힘든 형편이다. 요즘의 이사회는 재정적인 센스와 능력을 요구한다.
그의 임명 당시 주정부의 문화부 장관은 그를 '공연예술부문의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며 '성공적인 공연 만들기와 복합공연기관의 운영이라는 양쪽 모두를 잘 아는 인물'이라고 추켰다. 이사회 의장은 '유머 감각을 갖춘 강력한 기업가 타입'으로 시드니오페라하우스를 잘 아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호주국립발레단이나 벨셰익스피어컴퍼니와 같은 공연단체와 시드니오페라하우스 같은 대형 아트센터는 경영에서 차이가 클 것 같은데?
그렇다. 언급한 공연단체는 하나의 예술 형식만을 다룬다. 특정 예술 형식에 맞는 관객을 개발하고 그쪽의 결과물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큰 아트센터는 완전히 다르다. 예술 형식은 물론이고 연령, 인종 등을 넘어 커뮤니티의 모든 사람들이 다가올 수 있는 접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니 하나의 예술 형식을 다루는 공연단체와는 다른 일을 다른 방식으로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드니오페라하우스는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관광 명소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이 지역의 상징이 되게 하고 연간 방문하는 7백 5십만 명에게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똑같이 중요하다. 필요한 자본과 건물을 가지고 아트센터를 운영하며 국제적인 관광 명소로도 연계하는 것은 하나의 예술단을 운영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리노베이션, 정치적 타이밍과 큰 행운 필요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너무 잘 알려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본다. 우리 홍보팀에서 보낸 자료를 봐 달라. 인터뷰 기사 아래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을 참고하기 바란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아트센터라기보다 관광 명소로 알려지는 것에 대한 근심이 크다고 들었다. 관객개발이나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것도 이 때문 아닌가? 요즘 시드니오페라하우스의 핫 이슈는 무엇인가?
우리가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때문에 아트센터로서도 우리만의 명성과 차별성을 갖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핫이슈로는 대충 이런 것들을 들 수 있다. 하드웨어 관리와 보수가 필요한 공간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이 그 중 하나다.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내에서,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일도 중요하고 가능하면 넓은 관객층과 교감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을 이용해서 우리 프로그램을 발전시키는 것도 이슈거리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오너에 해당하는 주정부로부터 받는 재정지원의 수준을 재정립하기 위해 운영을 재점검하는 것이다. 지금의 재정지원은 오래전 모델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은 어떻게 되고 있나? 우리도 흥미 있는 부분이다. 들리는 얘기로는 중앙정부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것 같다.
오페라극장과 장치 반입구 부분을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복잡하면서도 야심찬 프로젝트다. 주정부와 중앙정부 모두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경제적 여건이 다른 이 두 정부의 정책을 동시에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치적 타이밍과 큰 행운이 필요한 것 같다. 이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것은 명백하지만 발표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유동적이다.
우리 돈으로 약 6천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거대 프로젝트는 아직 중앙정부로부터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부는 작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를 맞아 복지와 교육 부문을 더 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현지 언론에서는 '차라리 다른 데 오페라하우스를 짓는 게 낫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의 이유에는 원 설계자였던 우촌의 설계를 비롯해서 긴 설명이 필요하다.
커뮤니티에 예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과 열정
뉴질랜드에서 스테이지 매니저로 출발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오클랜드 대학에서 영어와 이탈리아어를 공부했는데 졸업하기 전에 일을 시작했다. 스테이지 매니저는 물론이고 홍보와 제작, 흥행도 맡았다. 그러다가 뉴질랜드의 한 인형극단의 매니저(GM)로 일하게 되었다. 1993년에 호주로 건너왔고 그 후에 주로 인형극단이나 극단, 발레단 등에서 공연단체 경영을 맡아왔다.
예술경영자로서의 당신의 성공비법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는 것, 그리고 신뢰다.
예술경영자로서의 포부 같은 것을 말해 달라. 나중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동안 내가 맡은 일은 죽 예술가들의 작업을 도와 관객들에게 신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이 관객들에게는 신나면서도 사람을 풍족하게 하는 하나의 도전이다.
젊은 예술경영인이나 예술경영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예술경영은 할 만한 일이지만 대가가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커뮤니티에 예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열정을 바쳐야 한다.
필자소개 |
덧글 9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