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기술① 경청하기

딴 생각하지 말고, 암기하듯이

정수경 _ 구루피플스(주)아그막 연구원

연재순서: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모르는 ① 경청하기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들은 많건 적건 간에 이러한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혹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빨리 이것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아침에 출근한 서지연 씨를 박 대리가 황급히 부른다. "지연 씨, 어제 발표를 어떻게 한 거야? 발표자료하고 발표내용이 다르다고 어제 발표한 자료 지금 팀장님한테 보내라고 하시던데? 팀장님 엄청 화나신 것 같아". 놀란 지연 씨가 말한다. "아닌데요. 왜 팀장님이 그걸 다르다고 생각하시지? 발표내용에 맞춰서 자료를 만든 건데..." 그러나 박 대리는 지연 씨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면박을 준다. "시간 없다고 대충한 거 아냐? 어쨌든 난 모르겠으니까 지연 씨가 알아서해. 아침부터 이게 뭔 난리야...". 이 일로 인해 하루 종일 풀이 죽은 지연 씨는 퇴근 무렵 복도에서 팀장과 마주친다. 주눅이 든 지연 씨가 우물쭈물 하고 있는 사이 팀장이 웃으며 이야기 한다. "지연 씨, 오전엔 자리에 없어서 내가 박 대리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하긴 했는데 들었지? 이번 발표 인상적이었어. 참석자용 자료를 슬라이드 화면을 그대로 쓰지 않고 사람들이 읽고 이해하기 쉽게 다시 만든 게 참 좋던데? 수고스럽겠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커뮤니케이션 절차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오류

지연 씨의 업무방식을 칭찬하고자 한 팀장의 의도는 왜 처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 때문이다.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절차를 살펴보면 대체로 이렇다. 우리는 내가 가진 어떤 '의도'를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 '의도'는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 표정, 글 등의 수단을 통해야지만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상대방은 그러한 여타의 표현 수단을 '해석'하여 나의 '의도'를 짐작한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 해석을 기반으로 자신의 '의도'를 정하고 역시 그것을 다시 각종 언어적/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나에게 전달한다. 나 역시 그의 언어적/비언어적 표현 수단을 '해석'하여 상대방의 '의도'를 짐작하게 된다. 즉, 애초에 말하고자 하는 나의 의도가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전달 매체를 통하고, 상대방의 해석이라는 필터를 지나서야 전달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커뮤니케이션 오류가 발생하게 된다. 주된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는 다음의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의도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적/비언어적 수단의 문제이다. 내가 전하려는 의도의 성격이나, 중요성 등을 감안하여 적절한 전달매체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서로 만나 대화로 이야기 하는 것이 좋은지,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진지하게 내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좋은지, 일대일 대화가 효과적일지, 간단한 메모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사안인지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요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많이 사용되는 문자메시지나, 인터넷 메신저 대화의 경우, 서로의 표정이나 말투가 배제된 상태에서 대화가 오가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언어적/비언어적 수단을 활용하여 원래의 의도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때도 오류가 발생한다. 우리는 말이나 표정, 행동, 글 등을 통해 내 의도를 표현하지만, 내가 적절한 표현방법을 구사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다. 게다가 위의 사례처럼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제3자가 그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오류 가능성을 포함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서로가 가진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 등의 차이로 인해 해석상의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이다. 어떤 정보를 해석할 때 우리는 자신이 가진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동원하여 그 정보를 해석하게 마련이다. 이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은 서로 다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오류, 오해가 발생하게 된다. 앞의 일화에서 팀장은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서 한 "발표자료와 발표내용이 다르다"는 말을 박 대리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한 것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참신한 시도를 칭찬하고자 한 팀장의 긍정적인 의도가 박 대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일을 잘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 것이다. 어디 이런 상황뿐이랴. 어떤 사람에게는 영화배우 누구누구를 닮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기분 나쁘게 들리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참조 이미지 - 여러 테이블에서 대화중인 사람들 일러스트


경청하기의 장애, 말하는 속도와 생각하는 속도의 차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들은 많건 적건 간에 이러한 오류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한, 혹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빨리 이것을 발견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방법은 바로 경청하는 것이다. 경청을 통해 우리는 상대방이 나에게 주는 정보를 해석할 때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해석할 수 있고, 또 혹은 내가 해석상의 오류를 범했을 때 이를 빨리 발견하여 교정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말하기'보다 '듣기'이다. 이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지만, 사실 누구나 잘 모르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모모』의 주인공 모모는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을 하나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잘 듣는 능력이다. 책 속에서 모모는 사람들이 자기에게 이야기를 하면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열심히 그 이야기를 들어주고, 사람들은 그렇게 들어주는 모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느끼며 후련해 한다.

그럼 이렇게 열심히 듣고자 결심만 하면 되는 것일까? 그러나 단언하건데 경청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람이 말하는 속도와 생각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통 사람이 일분에 100에서 150단어를 말할 수 있는 데 비해, 우리의 뇌는 그 10배의 속도로 정보를 처리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가도 자꾸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주의가 산만해지는 것은 이렇게 상대방이 말하는 속도가 우리 뇌의 생각하는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옆길로 새거나, 다른 생각을 하게 되기가 쉽다.

그리고 잘 듣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 역시 경청을 방해하는 것 중 하나이다. 나이가 들고, 직장에서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올라갈수록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말을 함으로써 나의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고, 또 상황이나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 속에는 상대방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 혹시나 있을 나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 지적을 원천적으로 막고자 하는 방어적인 태도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상대의 말을 암기하듯이 들어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경청을 잘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술적인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속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이 한 말을 내 머릿속으로 다시 재생하며 기억하려 노력해 보는 것이다. 상대방이 하는 말을 내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하며 다시 메모를 보지 않더라도 기억할 수 있게끔 암기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들으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이 과정 중에 잘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석연치 않은 부분을 적절한 타이밍에 질문하여 확인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듣는 과정에서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내 의견을 반대하는 것 같다, 나를 비판하는 것 같다, 나와는 입장이 다른 것 같다, 이런 류의 판단을 내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기보다는 그 말의 오류를 찾으려고 애를 쓰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방어논리를 준비하게 된다. 그러므로 설령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듣더라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그 의견을 끝까지 들어야겠다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만약 초능력자라면, 그래서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고, 상대방의 생각 역시 그대로 읽을 수 있다면 이런 활동도 불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평범한 사람인지라 사소하거나 혹은 심각한 커뮤니케이션 상의 오류들을 안고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리고 다행히도 커뮤니케이션 상의 오류 중 많은 부분은 '잘 듣기'만 해도 방지되거나 해소될 수 있다.

 


정수경  

필자소개
정수경은 리더십 전문기관인 구루피플스(주)아그막의 연구원으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학습을 주제로 연구,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는 인과 의가 중요하다는(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할아버지의 말씀을 좋아하며, authentic leader, authentic learn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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