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뮤니케이션 기술② 단호하게 말하기

“나도 중요하고 당신도 중요하다!”

정수경 _ 구루피플스(주)아그막 연구원

연재순서: ② 참거나, 화내거나, 단호하거나 :  단호하게 말하기
우리는 많은 경우 소극적인 행동과 공격적 행동 중에서 내 입장을 선택하기가 쉽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제3의 대안, 즉 단호한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늘 주위 사람의 요구를 들어주는 A씨. 직장 동료들은 자주 A씨에게 이런저런 일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럴 때마다 A씨는 그들의 부탁을 성의껏 잘 들어준다. 또 일을 하다 의견 차이가 발생하면 A씨는 자주 자신의 의견을 양보하여 상대방이 원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시킨다. 사람들은 곤란한 일을 도맡아 주고, 늘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A씨를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팀원 중 한명이 A씨에게 자신의 일을 부탁하고 있는데 A씨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뛰쳐나간다. 잠시 후 돌아온 A씨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당황한 주위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A씨는 묵묵부답이다.

팀의 막내 B씨. 일에 적응하랴 조직생활에 적응하랴 정신이 없다. 잘 가르쳐주지도 않고 막상 일을 할 땐 잘 모른다고 혼을 내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로 자신의 의견은 주변 선배들이 무조건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할 때도 많다. 그런 저런 상황들이 마음에 쌓여 선배들에 대한 서운함이 차곡차곡 쌓인 B씨에게 기회가 왔다. 바로 회식! B씨는 이 기회에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선배들이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 마신다. 그리고 취한 B씨는 술기운을 빌어 그동안 자신이 서운하고 힘들었던 일들을 따지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B씨는 회사에서 ';뒤끝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참조 이미지 - 책을 양손에 가득 들고 지친 모습으로 도시를 걷는 여학생과 웃는 표정의 가면을 썼지만 화난 표정의 회사원

우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급적 다른 사람과의 마찰을 피하고 싶어 한다. 가능하면 큰소리가 나거나, 불편한 관계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다 보니, 위와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일이건, 인간관계건 타인의 의견과 내 의견, 타인의 입장과 내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다음 세 가지 정도로 구별된다.


나의 입장, 당신의 입장

보통 가장 많이 선택하는 행동이 '소극적 행동'이다. '나는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바로 당신이다'라는 입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소극적 행동은 다른 사람에 의해 자기 자존심이 손상되는 것을 허용하며, 자신의 느낌, 생각, 입장 등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는 행위이다. 직장 내에서 소극적 행동은 흔히 이런 형태로 나타난다. 누군가 어려운 일을 부탁하거나, 귀찮은 일을 부탁할 때, 속으로는 내키지 않지만 거절하기가 어려워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준다. 일을 하며 상대방과 내 의견이 다를 때 내 의견이 더 좋은 것 같지만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려고, 혹은 상대방과의 논쟁을 피하기 위해 그냥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고 만다. 위의 A씨가 보여주는 행동이 바로 이런 행동이다.

갈등이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장 쉽게 선택하는 이 소극적 행동을 남용하면 어떻게 될까? 주위 사람들이 나를 함부로 대하게 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자주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가 A씨처럼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왜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지? 왜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지?';라고 괴로워하기 전에 내가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쉽게 보도록 만드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극적 행동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종종 ';공격적 행동';을 사용한다. 공격적 행동은 소극적 행동과는 반대로 상대방 보다 자신이 입장을 우선시 하는 행동이다. 우격다짐, 빈정거림, 비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여 상대방을 공격하는 말이나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보통 직장생활에서 상대방에게 다짜고짜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처음엔 참고 억누르다가, 어느 한계에 이르렀을 때, 이를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한다. B씨의 사례처럼, 평소에 참고 억누르다가 술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경우나, 그동안 억누른 스트레스를 별일 아닌 일에 터뜨려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행동 역시 남용하게 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훼손하거나, 일이 감정으로 연결되어 오히려 일을 더 키우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동안의 서운함을 차곡차곡 쌓아서 기억하고 있는 당사자와 달리, 해당 사건 하나만 보고 있는 상대방의 눈에는 ';별일 아닌 일에 열 내는 사람';, ';진작 이야기 하지 않고 뒤늦게 따지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 2009리치

나의 기대, 감정, 생각을 직접적으로 단호하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대안은 ';단호한 행동';이다. 이것은 ';나도 중요하고, 당신도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나도 존중받기를 포기하지 않는 행동이다. 단호한 행동은 사과하거나 공격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 목표 그리고 욕구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존경과 자신의 감정, 생각, 권리 등을 지켜 나가며, 동시에 다른 사람의 권리도 지켜 준다.

예를 들어, 당신과 함께 일하는 동료는 항상 일을 끝내기로 한 날짜를 어겨서 함께하는 당신을 힘들게 한다. 오늘도 동료는 오전까지 끝내기로 한 업무를 아직까지 마무리 하지 못하고 내일까지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

 

○ 소극적 행동: (싫지만) 괜찮아. 어쩔 수 없지 뭐…
○ 공격적 행동: 또? 네가 그렇게 하면 내가 나중에 얼마나 똥줄 타는지 알기나 해? 이번엔 나도 양보 못해.
○ 단호한 행동: 오늘 중으로라면 몰라도, 내일까지라면 나도 곤란해. 내가 그 일을 하는데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이 최소한 이틀은 필요하거든. 중요한 일이니까, 다른 업무를 조정해서라도 오늘 중으로는 나에게 넘겨주면 좋겠어.


단호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위의 사례처럼, 상대방과 의견의 대립, 마찰 상황이 있을 때 먼저 사과하거나 적대감을 표현하지 말고 자신의 기대, 감정, 생각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때 무례해서는 안 되지만 굳이 지나치게 겸손하거나, 자신을 낮출 필요도 없다.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고 그것을 단호한 태도로 바꾸면 된다. 위의 사례처럼 ';싫다, 곤란하다';는 나의 느낌을 단호한 표현으로 바꾸면 된다. 이때 상대방에 대한 위협이나 공격이 아니라, ';나의 입장이 그렇다'; 점을 분명히 하면 된다.

우리는 많은 경우 소극적인 행동과 공격적 행동 중에서 내 입장을 선택하기가 쉽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제3의 대안, 즉 단호한 행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기억하시길! "상대방도 중요하고 나도 중요하다. 우리 모두 중요하다"

 


정수경  

필자소개
정수경은 리더십 전문기관인 구루피플스(주)아그막의 연구원으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학습을 주제로 연구,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는 인과 의가 중요하다는(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할아버지의 말씀을 좋아하며, authentic leader, authentic learn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덧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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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
  • 2009-11-21 오후 8:19:03
요새 고민하던 문제들이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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