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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케이션 기술③ ‘나 대화법’

‘너’가 아닌 ‘나’를 주어로

정수경 _ 구루피플스(주)아그막 연구원

연재순서 ③효과적인 감정의 전달:  ‘나 대화법’

"내는 니 시다바리가?"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유오성에게 한 너무나 유명한 대사. 그 영화로 인해 ';시다바리';라는 말도 덩달아 유명해졌는데, 그 대사의 맥락인즉, ';너한테 나는 친구가 아니고 부하나 졸병 같은 하찮은 존재냐?';라는 서운함을 표현한 말이다. 그런데 장동건의 이 말에 대한 유오성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죽고 싶나?"였다. 나는 친구로서 느끼는 섭섭함을 이야기 하는데, 정작 친구의 대답은 살벌한 ';죽고 싶나?';라니.

나는 좋은 의도로 이야기했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다, 그 사람을 위해 충고를 한 것인데 오히려 관계가 더 서먹해졌다, 내 입장을 이야기 한 것뿐인데 상대방이 불쾌해 한다. 누구나 살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해를 받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을 겪다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입장을 가지게 된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감정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이게 정답일까?
 

영화 '친구' 중



일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라?

A씨는 직장 후배인 B와 최근 불편한 경험을 했다. A가 보기에 B는 지각이 잦고, 뿐만 아니라 회의시간 등 팀 내의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선배로서 충고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A는 B가 자칫 기분 나빠할 것을 염려하여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야기 하였다. "B씨, B씨 때문에 회의가 제때 시작하지 못하잖아. 사회생활을 하는데 그렇게 책임감이 없으면 곤란해. 시간개념을 좀 더 철저히 가지는 게 좋겠어." 그런데 그의 말을 들은 B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고, 그 이후로 B는 은근히 A를 피하는 것 같다. 분명 A는 B에게 화를 내거나, 비난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의도대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전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B는 왜 불편해 했을까? A가 B에게 충고를 하려고 한 목적은 B의 행동을 고쳐주고자 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B를 걱정하는 A의 감정 또한 포함되어 있다. 무조건 감정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선배로서 후배를 걱정하는 그 감정을 적절히 표현했다면 B의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회생활, 직장생활에서 다른 사람에게 하기 쉽지 않은 말이 있다. 예를 들어 후배나 동료에게 충고를 하는 것, 상대방에게 반대의사를 표현하는 것, 상대방의 행동이나 태도를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는 것 등이 바로 그런 사안들이다. 그리고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객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때, 객관적이라는 것이 곧 감정을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무분별하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과는 구별된다. 상대방에 대한 비난, 위협, 일방적인 충고 등은 오히려 관계를 부정적으로 끌고 가기 마련이다. "내는 니 시다바리가?"라는 말은, 자신이 느끼는 섭섭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고 공격적인 비난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돌아온 것은 친구의 위로나 화해가 아니라 더 공격적인 "죽고 싶나?"가 되는 것이다.


가치판단 아닌 오직 사실과 행동

민감한 사안일수록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 때문에 상대를 비난하거나, 잘잘못을 따지거나,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고 지나간 일을 들추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오직 사실과 행동만을 말하고, 그 사실과 행동에 대한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대화방식은 '너 대화법'(You-Message)이다. '너 대화법'이란 말 그대로 '너'를 주어로 하여 상대방의 행동을 표현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나의 느낌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너 때문에", "네가 자꾸 ~~하니까" 이런 표현이 대표적인 '너 대화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 할 때 상대방은 의견을 수용하기보다는 변명, 반감, 저항 등을 표출하며 역으로 나를 공격하려 한다.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너'가 아니라 ';나';를 주어로 하여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나 대화법'(I-Message)이 유용하다. 이것은 나의 입장과 감정을 전달하여 상대방이 이해하도록 만들며, 상대방은 나를 개방적이고 솔직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나의 느낌을 수용하고 스스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입장을 가지게 된다. '나 대화법'에는 상대방의 행동, 그것으로 인한 결과, 나의 감정 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그리고 나의 솔직한 감정
 

I-Message=행동+감정+이유

우선, 문제가 되는 상대방의 행동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이때 자신의 임의적인 가정이나 가치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매번, 항상, 늘..'; 이런 표현은 자칫 실제 상대방이 한 행동보다 더 과장하는 느낌을 줄 수 있으므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앞선 사례의 A처럼 B가 책임감이 없다는 등의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행동을 표현했다면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에게 생겨난 감정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감정의 이유를 설명한다. 앞서 A가 한 말을'나 대화법'으로 바꾸어 보면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

* 행동: B씨, 이번 주만 해도 지각을 두 번이나 했어.
* 감정: 나는 조금 걱정이 돼.
* 이유: 팀원들에게 B씨가 시간개념이 부족하게 보일까봐.

이렇게 표현하면 B는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걱정하고 있는 A의 감정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도 수용하게 된다.

영화 <친구>의 장동건이 '나 대화법'을 알았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자를 다른 친구에게 소개해 주니(행동), 솔직히 많이 섭섭해(감정). 나는 너에게 친구가 아닌 부하 정도의 존재인가 해서(이유)" 물론 이랬다면 영화는 훨씬 밋밋해졌겠지만, 영화가 아닌 일상을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나 대화법'이 매우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것이다.





정수경  

필자소개
정수경은 리더십 전문기관인 구루피플스(주)아그막의 연구원으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학습을 주제로 연구, 강의활동을 하고 있다. 이보다는 인과 의가 중요하다는(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할아버지의 말씀을 좋아하며, authentic leader, authentic learner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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