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α] 소셜네트워크게임②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게임 기획

도시의 욕망과 위치기반 서비스

이정엽 _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플레이어가 미술관에 입장하여 자신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미술관에 체크인을 한다. 전시회를 관람한 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든 작품에 손도장을 찍는다. 이 작품을 가상적으로 소유하기 위해서는 자주 미술관을 방문하여 전시회를 관람하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마이크로 블로그에 올려야만 한다. 플레이어는 실제로 소유하기 어려운 미술품에 대해 소유한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스크린샷,  플레이 모습-팩맨하트
▲▲ 스크린샷
▲ 플레이 모습
팩맨하트
고급 외제차를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주차왕
고급 외제차를 통해 대리만족을 주는 주차왕

연재순서 ② 소셜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을 활용한 게임 기획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스는 다양한 욕망이 동시에 들끓고 있는 다층적인 공간이다. 또한 한 시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떤 순간이라도 도시의 작은 한 부분에만 머물고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자신이 가보지 못한 혹은 현재 존재하고 있지 않은 시공간에 대한 결핍과 허상이 남게 된다. 이러한 결핍은 도시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변하여 거주와 소유 그리고 소비와 향락을 위한 정보들이 웹과 마이크로 블로그에서 무수하게 생성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기획자들에게 있어서 2천만 명 이상이 매일 같이 자신의 욕망을 발산하는 서울은 그 자체로 게임을 위한 좋은 무대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도시 전체를 게임의 무대로 활용하고자 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2004년 뉴욕대(NYU)의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에서 프랑크 란츠 교수의 지도로 진행된 <팩맨해튼(Pacmanhattan), 바로가기)>은 뉴욕의 중심부인 맨해튼을 무대로 진행된 일종의 '대체 현실 게임Alternate Reality Game'이다. 이 게임은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중심으로 고전게임 팩맨을 도시 위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노란색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입은 사람이 팩맨 역할을 하고, 다른 플레이어들은 팩맨의 몬스터와 같은 색의 옷을 입고 팩맨 역할을 하는 플레이어를 쫓는다. 플레이어는 뉴욕의 여러 대중교통과 시설을 이용하여 서로 쫓고 쫓기는 스릴 넘치는 게임을 펼치게 된다. 이들의 움직임은 GPS를 통해 중계되며, 이는 마치 고전게임 팩맨을 중계하는 느낌을 안겨주는 것이다. 이 게임에서 맨해튼은 그 자체로 게임의 무대로 활용된다.

위치기반 소셜게임, 실제 도시에 겹쳐진 가상공간

<팩맨해튼>처럼 실제의 도시를 게임의 무대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과거에는 하나의 큰 이벤트였지만, 스마트폰과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이제는 좀 더 쉽고 간편하게 게임 기획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직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실제 서울을 무대로 하는 위치기반 소셜게임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네모 스튜디오가 개발해 지난 달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한 <주차왕(King of Parking)> 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이용한 게임이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에 가상의 자동차들을 주차시키는 게임으로 주차 후 분당 10골드를 벌게 된다. 또한 다른 플레이어들이 주차해 놓은 차량에 폭탄 아이템을 투하하면 그 차량이 모은 게임머니를 자신의 소유로 할 수 있게 된다. 매주 등록된 랭킹에서 골드를 가장 많이 번 사람이 주차왕이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이나 외진 곳에 주차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주차 밀집 지역에서는 경험치와 게임 머니를 좀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강남역이나 광화문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에 자신의 가상 자동차를 주차한다. 이처럼 위치기반서비스에 기반한 게임은 현실감을 극대화하여 사용자들의 몰입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지금까지 온라인 게임에 존재했던 배경이나 아이템들은 모두 가상적으로 존재했지만, 위치기반 게임의 요소들은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도로와 건물 등의 지형지물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런 본격적인 위치기반 소셜게임 외에도 단순히 위치기반 서비스만을 제공했던 어플리케이션들도 게임적인 요소를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스퀘어(Foursqure, 바로가기)>는 실제 지도를 바탕으로 도시의 여러 장소들을 방문하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발도장을 찍고, 이러한 결과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리는 위치기반 서비스의 원조 격이었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폰의 GPS를 활용하여 현재 자신이 위치한 반경 500m 정도 내외에서 도시 내의 유명한 장소에 체크인을 하는 식이다. <포스퀘어>는 이러한 네트워크적인 기능 외에 "메이어(mayor)"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하여 게임적인 요소를 부가시키고 있다. 어떤 플레이어가 특정 장소에 가장 많이 체크인할 경우 그에게 그 장소의 '시장(메이어)' 칭호를 안겨주는 것이다. 또한 체크인 횟수 혹은 체크인을 통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배지를 부여하여 재미요소를 극대화한다. 마치 보이스카우트 시절의 배지 모으기 같은 느낌을 플레이어에게 안겨줄 수 있는 것이다.


◀ 배지 모으기 / ▶ 체크인 장면 포스퀘어
◀ 배지 모으기 / ▶ 체크인 장면
포스퀘어

실제로 작품을 가질 수는 없지만

어플리케이션 제작이 좀 더 쉽고 보편화된다면 서울 전체를 무대로 스마트폰 기반의 대규모 게임을 기획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혹은 공연장들은 특정한 건물 내부에서 관람 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러한 위치기반 서비스를 활용하면 도시 전역을 무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위치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우를 가정해보기로 하자.

플레이어가 미술관에 입장하여 자신의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미술관에 체크인을 한다. 전시회를 관람한 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든 작품에 손도장을 찍는다. 이미 다른 플레이어가 3회 정도 손도장을 찍어놓은 상태이다. 이 작품을 가상적으로 소유하기 위해서는 자주 미술관을 방문하여 전시회를 관람하고,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마이크로 블로그에 올려야만 한다. 이럴 경우 플레이어는 실제로 소유하기 어려운 미술품을 자신이 소유한 느낌을 가질 수 있고, 미술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여러 미술관들이 서로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시는 이제 현실의 욕망만이 들끓는 공간이 아니라, 그 표층 위로 가상세계의 욕망들이 중첩된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해준 것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스마트폰의 위치기반 서비스이다. 우리 세대에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것은 이러한 배경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정엽 필자소개
이정엽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전공은 현대 소설이지만 뉴미디어를 통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아, 석사 졸업 후 게임 디자인에 몰두했다. NCSoft와 JCE 등에서 MMORPG 디자인을 맡았으며, SK텔레콤의 가상세계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울대, 카이스트, 이화여대 등에서 게임 디자인과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덧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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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y
  • 2010-09-17 오후 3:02:14
재미있네요^^; 좀 어려운것도 같고... 그래도 이런것도 생각해봐야할거같아요..[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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