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문화예술CEO] 캐시 키일 호주예술위원회 대표

예술의 자유, 재원 지원, 호주인들의 자긍심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세계의문화예술CEO'에서는 다양한 분야, 권역, 국가에서 문화예술 조직을 이끌고 있는 CEO를 만나 조직의 내용과 운영방식 그리고 철학을 듣는다.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서 호주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고 고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 홍보,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구축,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자기성찰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자유, 재원 지원, 호주인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ㅇ시: 2010년 9월 21일(화) 오전 10시 장소: 호주예술위원회
캐시 키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캐시 키일, 펜 고든, 박용재
 
박용재, 캐시 키일
 

최근 들어 호주는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호주의 문화예술하면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를 상징적으로 생각한다. 극장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니 물론 그러할 것이다. 이와 함께 호주는 시드니를 비롯하여 멜번, 아들레이드, 퍼스, 다윈 등 남-서-북호주를 아우르는 주요도시에서 세계적인 축제와 마켓이 열리고 있다. 문화를 통한 호주인의 정체성과 다문화적인 요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일들을 전방위로 벌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과 호주 간에는 아주 다양한 문화교류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만 해도 한국의 공연단체들이 주요축제에 참가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 공동제작 등 미래지형적인 작업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내년은 '한-호 수교 50주년 우정의 해'이다. 호주예술위원회의 캐시 키일(Kathy Keele) 대표(Chief Executive officer)를 만나 호주의 문화정책과 방향, 호주예술위원회 사업과 조직, 그리고 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교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호주예술위원회의 시장개발부(Market Development) 디렉터 펜 고든(Fenn Gordon)이 동석했다.

개별 예술가들이 갖기 어려운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

박용재(이하 박) 각 기관마다 나름의 미션을 갖고 있는데, 호주예술위원회의 미션과 철학은 어떤 것인가.

캐시 키일(이하 캐시)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n Council for the Arts, 이하 ACA)는 펀딩, 자문 등 모든 역할을 통합적으로 하는 기관이다. ACA는 재정지원뿐 아니라 예술가의 역량 강화나 관객개발을 위한 노력 등 모든 범위를 포괄한다. 매년 많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데, 총 지원예산은 1억 7천만에서 8천만 호주달러 정도다. 예술가와 기관 모두를 지원하는데, 동종 기관들끼리 만드는 검토보고서(peer review report)를 토대로 한다. 우리가 지원하는 장르에는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용, 음악, 시각, 문학은 물론 지역사회 파트너십까지 포함된다.

지원기관으로서 예술가들과 어떤 식으로 관계 맺기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나.

캐시 재정지원 등은 정부 차원에서 팔길이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고수하고 있다. 예술가나 프로젝트의 예술적 우수성에 대해서는 여러 위원회나 동종업계 내부의 검토(peer review) 등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 이 검토의 주체는 아트포럼위원회(art forum board) 위원으로 이들은 예술가나 예술교육가 출신으로 문화부 장관의 임명을 받아 위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각 위원회에는 지역사회 대표들이 참여하여 예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심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지원하는 대상 중에, 메이저급의 공연예술단체가 28개 포함되어 있는데, ACA가 이러한 대상단체를 선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주요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호주연방정부의 문화부 장관과 이하 여러 위원회이다. 한국은 어떤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원단체의 선정방법을 차별화하고자 했다. 특히 국제교류와 관련해서는 지원대상을 직접 선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남미, 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아시아 등 각 권역에 센터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기관, 극장, 마켓, 축제 등이 있어서, 이들을 통해 한국 공연을 해외에 진출시키고 있다. 각 권역에서 소개될 한국작품에 대한 선택권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MOU가 체결되어 있는 권역별 파트너에게 전적으로 일임한다.

보통 해외협력기관의 예술감독들이 작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외국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작품이 선정된다. 현지에서의 교류도 더 효과적인 것 같다. 센터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해외에서 초청을 하거나 공연이 성사되면 지원해주는 형식이다.

고든(이하 펜) 현지 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방식과 아주 유사하다. 교류를 통해 구축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서 현지 전문가가 작품을 정하면, 우리가 보내준다. 뒤에서,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캐시 해외시장을 구축해서 개별 예술가들이 갖기 어려운 풍부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ACA는 해외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을 호주 예술가들이 보여주고,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이나 스킬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호주 전역에서 펀딩포럼 개최

지원기관으로서 예술가, 현장과 어떻게 소통하는가. 또한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기 위해서 어떠한 평가툴을 사용하는가.

캐시 키일캐시 의사소통 툴은 다각화되고 있다. ACA는 호주 전역에서 '펀딩포럼'을 개최한다. 90분의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인데,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새로운 뉴스는 무엇인지, 어떤 지원이 있는지를 예술가와 현장에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ACA의 위원장이 된 후 이 포럼자료집 제작을 위해 호주 숲의 나무를 많이 베었을 것이다(웃음). 지금은 70~80퍼센트는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통한다.

여러 어플리케이션이나 평가툴 등도 거의 온라인을 활용한다. 요즘엔 책자로 만들어도 책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위원회의 연례보고서 역시 요약본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ACA에서는 평가툴을 평가하고자 검토를 시작했다. 자체적인 평가툴이 효과적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일관성 있고 투명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우리 자신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자체검토가 가능하도록 할 생각이다.

2000년대 (경제, 사회로 인해) 공연단체들이 불안정한 상황이 많아서, 대대적인 평가를 했다. 지금은 많이 안정화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얼마나 생동감 있는 예술인지를 평가하고 있다. 연초에 「예술가 자기평가 키트(Artistic Reflection Kit)」를 만들었다. 예술단체들이 스스로 얼마나 활발하게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키트이다. 각 단체에서 내 놓는 프로젝트에 대해 경영자, 예술감독이 자생력과 장래성 등을 재확인, 검토할 수 있다.

한국에도 다양한 지원이 있지만, 평가에는 늘 논란의 여지가 있다. 누가 얼마나 객관적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캐시 동감한다. 내가 항상 하는 말인데,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무리 동종 업계 간 평가를 해도 사람의 주관을 제외할 수 없다. 펜 고든은 그걸 '정보에 의거한 주관성'(Informed Subjectivity)이라고 명명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문화부 장관이나 관료가 그런 결정을 하는 것보다는 동료들이 결정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해외 투어를 통한 브랜드 구축,
국내투어를 통한 전문성, 아이디어, 예술가들의 협력관계의 확장과 심화

캐시 대표가 생각하는 예술의 국제교류의 의미는 무엇인가.

캐시 우리에게 호주예술가를 해외에 진출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호주 사람들은 해외에서 각광받았던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해외에서 성공한 후 국내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캐시 하지만, ACA는 국내투어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외투어를 통해 호주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투어를 통해 예술가들의 전문성을 키우고, 아이디어를 심화시키고, 다른 예술가와의 협력관계도 구축한다. 작년에 우리가 지원한 단체가 58개국에서 공연했다.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별도의 예산이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원을 통해 해외시장 개척은 물론 예술인들의 역량도 구축한다. 국제적 마켓에 참가할 수 있게끔 기획자들을 지원하기도 한다. 전체 가치사슬에 포함된 예술가, 예술경영인 모두를 지원하는 셈이다.

한국도 해외진출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지만, 국내에 대한 고민도 많다. 한국 공공극장의 가동률은 40%밖에 되지 않는다. 예술가, 행정가들이 지방극장을 어떻게 활용해서 문화적 에너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의 문화예술 행정가, 활동가를 대상으로 하는 지역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기도 한다.

국제교류는 2009년 기준으로 한국단체의 해외에서의 공연회수가 525건이고, 해외단체가 한국에서 가진 공연이 1150건이다. 우리 단체만 무조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대등하게 교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한국에 들어오는 해외단체가 훨씬 많았다.

상호국가 단체들의 공동제작 고무적

인사가 좀 늦었지만, 2005년부터 호주예술위원회가 서울아트마켓에 보내준 지지와 노력에 감사드린다. 작년까지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호주아트마켓, 오스트랄아시아월드뮤직엑스포, 애들레이드페스티벌, 다윈페스티벌 등과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앞으로는 교류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생각한다. 양국의 예술단체가 공동제작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 함께 제작해서, 상호국가에서 공연하는 공동제작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했으면 한다.

캐시 예산이 허락하는 한 더 장기적으로 이런 지원이 가능했으면 한다. 말했듯이 한국이 중점교류 국가여서 한국과의 교류 토대가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제안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지금까지 한국과 호주의 문화예술교류가 고무적이었고, 지금 제안 역시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고무적이다. 먼 길을 직접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2012년 이후 호주아트마켓이 크게 변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마켓 주관은 외주 계약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2012년에 현재 업체와 계약이 만기된다. 2012년 마켓이 끝날 때쯤 결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마켓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평가한 것이 2003년이었는데, 2003년 이후 세계가 많이 변했다. 마켓에 대한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포맷이나 장소, 모두 바뀔 수도 있다. 호주아트마켓 참가자들과도 지속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0~2011년에 걸쳐 자문회의를 독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예술의 잠재성, 예술의 가능성

앞으로 호주예술위원회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캐시 문화예술뿐 아니라 교역 면에서도 한국과 호주의 관계가 매우 좋고, 발전 가능성이 높다. 호주 정부에서 내년을 '한국과의 교류의 해(한호 수교 50주년 우정의 해)'로 지정했다. 우리 역시 한국을 우선교류국가 중 하나로 정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유익한 관계를 통해 더욱 큰 발전이 있을 것 같다.

예술지원조직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재원, 사람, 시스템 등 다양한 구성요소가 있다.

캐시 어려운 질문이다. 문화예술의 역할은 호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한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각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예술가들의 시각을 통해서 호주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고 고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 홍보,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 구축,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예술가와 일반인들이 자기성찰을 위해서는 문화예술의 자유, 재원 지원, 호주인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주는 스포츠만이 아니라 예술에서도 강한 국가라고 인지하셨기 때문에 우리를 방문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화강국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박용재 대표의 생각은 어떤가.

예술도 사람의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육성하고 인재들이 문화예술계에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호주예술위원회 Australian Council for the Arts
 

호주예술위원회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호주 정부의 예술진흥 기금 및 자문 기관으로 기금 조성, 예술분야 강화 및 발전을 통해 호주의 예술을 지원한다. 또한 예술분야의 새로운 관객을 개발하고 후원을 조성하며 연구조사를 통해 호주 예술에 대한 이해를 도모한다. 호주예술위원회는 해마다 1억5천8백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호주 전역의 예술 단체와 아티스트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캐시 키일 Kathy  Keele  캐시 키일은 2006년 12월 14일 3년 임기로 호주예술위원회의 대표이자 예술위원으로 임명되었다. 예술에 대한 열정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겸비한 캐시 키일은 호주기업예술재단(Australia Business Arts Foundation)의 최고 책임자를 역임했다. 미국 출신으로 시애틀 퍼시픽 루더린 대학교에서 언어학 학사,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후, 호주 최대의 통신사 텔스트라, BHP 주식회사, BHP스틸 등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했고, 호주-뉴질랜드 지멘스 주식회사의 마케팅 및 사업개발 부서 최고경영자 등 호주 및 국제적 기업에서의 커리어를 쌓았고,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 카브리니 연구 및 임상 교육 협회, BHP재단, 영 어치버스 오스트레일리아(Young Achievers Australia) 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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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필자소개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NO.97_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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