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신청] 단기계약직 진로고민

나 지금 제대로 가고 있나요?

대학로 척척도사

면담신청은 예술경영(예비)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독자 여러분의 신청내용과 예술경영 선배들의 조언을 함께 싣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도 적극 환영한다.
 

미리 말해 두어야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해서 필자는 이 코너에 참 부적합한 천성의 소유자임을 고백한다. 유난한 오지랖 덕에 많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소심함이 앞설 때는 내가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할까봐 조바심을 내어 며칠씩 고민이 내 것인 양 마음에 품어 어쩌질 못하기도 하고, 대담함이 앞설 때는 “그래 문제가 뭐야? 그게 진심으로 고민하는 거 맞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다 들어주고 덜어줄게” 감정이입을 쉽게 깊게 해버리기 일쑤다.

안녕하세요?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꿈을 꾸게 되면서 항상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해왔는데, 이렇게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있군요! 반갑습니다.


항상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멈추세요.


저는 광고와 언론학을 전공하고 크고 작은 광고대행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기도 하고 정직원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한 기간은 합쳐서 8개월 동안이에요. 꽤 큰 회사의 인턴생활을 하다가 계약만료로 인해서 작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의 경험은 저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다른 길을 찾기 위해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포인트.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게 만들었던 것, 그 실체가 무엇이었나요? 다른 길을 찾는 것은 바로 그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만들던 실체로부터 멀어지기 위한 노력인가요? 아니면 다른 것을 찾다보니 나를 힘들게 만들었던 것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까 님의 다양한 경험이 반복적인 고민의 결과물이었는지, 아니면 매번 달랐던 그 힘들었던 실체 때문이었는지 생각해보자는 거죠.



광고대행사가 아닌 곳에서 저의 능력을 발휘하고자 평소 좋아하던 문화예술분야에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작년에 연극제작극장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어요. 그 기간은 7개월 정도 됩니다. 그곳에서 홍보ㆍ마케팅, 제작 업무를 보조하고 일본어 실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직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정권자와 실무진의 생각이 달랐던 바람에 기회를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어찌됐든 님은 스스로의 능력에 만족하고 자신감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조직의 의사결정권자는 단 한사람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거든요.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기대했던 만큼 조직 내에서 발휘해 주면 만족이죠. 그런 의미에서 님은 소위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훌륭한 인재로 보이는데 맞나요?

 


그 와중에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이곳에서 국제영화제의 스태프로 일하게 되었습니다.(마케팅업무) 일단은 감사히 일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단기 계약직이라 앞으로 저의 진로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는 느낌입니다. 제작 단체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를 정해서 매진하라고 하면 그것은 저에게 정말 힘든 결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미궁 속이라고 빠진다기보단 자신의 관심사와 영역을 확장해 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어느 것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자격시험 같은 것이 있는 분야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요? 공무원시험 중 소방관과 경찰만 빼고 행정고시까지 나이제한도 없어졌던데, 앞으로 그 분야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면 일단 먼저 빨리 도전하시는 게 좋겠어요.


여러 지역의 페스티벌을 전전하게 되면 언젠가는 관련 업계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을까요? 확신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그럴수록 자신감도 없어지는 것 같고 말입니다. 저는 문화, 예술 관련 분야에서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네, 부디 발휘해 주세요. 문화예술 분야의 기존 분야뿐만 아니라 새로운 분야엥서도 님이 제1호가 되는 새로운 일을 많이 만들어 주시길 기대할게요. 그렇지만 그 능력 중 어떤 것은 짧은 기간에 발휘되기도 하지만 2-3년 다지고 다져야 나중에 빛나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지금 문화예술분야에 필요한 능력의 대부분이 긴 호흡이라는 의견에 전 한 표 던집니다.


제가 여러 곳에서 했던 다양한 경험들이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만, 그것이 고용주에게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꾸준히 일했다던가 하는 그런 면이 없죠^^;) 제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 노력해야 할 부분, 알아야 하는 부분, 꼭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이 자신의 경험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반드시 그 경험을 귀하게 쓰게 될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한 가지 더! 선택당하기만 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고용주는 좋은 인재가 우리조직을, 대표인 나를 선택해주길 늘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필자소개
대학시절 연희패 활동이 대학로 공연제작자의 길로 이어져 20여년 가까이 대학로에서 지내고 있다. 기획제작사의 CEO로, 대학로 대표 여성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민 많은 대학로 후배들의 상담자역을 자청하고 있다. '잘하는 척, 씩씩한 척, 알고 있는 척, 해결할 수 있는 척'을 잘해 척척도사.
 

 

  NO.97_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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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민자
  • 2010-10-08 오전 11:37:15
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던 사람으로 관심 있게 읽었는데 속 시원한 답변은 아닌 것 같아 아쉽네요.. 나이 31지만 아직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가 한 직장에서 오래 경력을 쌓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구직을 하다 보면 그것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자꾸 이렇게 떠돌이처럼 일하는게 나이가 들수록 불안하기도 하고... 이런 현실 때문에 갈수록 여자들은 현장을 떠나게 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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