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갈피]『황금빛 모서리』

"너무 빨리 나이든 영혼의 방황의 기록"

박병성 _ [더 뮤지컬] 편집장

『황금빛 모서리』김중식, 문학과지성사, 1993

내가 욕한 것들과 나는 얼마나 닮아 있으며 또한 닮으려고 안달했는지 들켜버리게 되었으니, 그래도 한때는 최선을 다해 방황했다

오랜만에 김중식을 다시 들었다.『황금빛 모서리』는 김중식의 첫 시집이고 아직까지는 유일한 시집이자, 그 자체이다. 이 책을 읽은 것은 감수성이 예민하던 대학 2학년 때였는데, 시집 속에서 시인이 너무나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 과연 이 시인이 또 다른 시를 쓸 수 있을까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이 시집은 세상과 치열하게 대결한 한 영혼의 방황의 기록이다.

날 때부터 고통의 짐을 지고 태어난 시인은 자신을 낙타에 비유해'낙타는 전생부터 지 죽음을 알아차렸다는 듯 두 개의 무덤을 지고 다닌다'(<완전무장>)라고 운명 짓는다. '아프게 살 / 용기 없는 자 죽을 것'이라며 세상과 강경한 대결을 취하던 그는 사소한 삶에 충실했던 이들에게 보낸 '그때의 비웃음을 철회한다… 새벽녘에 혁명을 읽은 흔적은 없는 그였지만 / 한 여자 때문에 두 번씩이나 약을 먹었던 그 친구에게 / 나는 오늘 용서를 빌어야 한다.'(<참회록>) 그의 생각의 전환은 일탈의 형태로 나타나는데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이탈한 자가 문득>) 느낀다.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을 느낀 그의 사랑은 '영혼이 꺼멓게 탈진할수록'(<모과>)지속적인 향기를 내는 모과와 같은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세상의 중심을 향해 있다. 그래서 괴롭다. 세상의 고통으로부터 떠나온 유배생활을 존재의 근거로 사는 갈대와 같이 '변명하외다 고로, 존재하외다 전율로서, 외곽에서'(<갈대 2>) 도피한다. '食보다 識을 끊'(<송충이도 못된 사내>)으면서 조로에 걸린 아이처럼'지내고 나면 못 견딜 일이란 없잖아요'(<十歲而臥>)라고 읊조리면서.

'활처럼 긴장해도 겨냥할 표적이 없'(<일탈 이후>)는 시대에 시인의 치열한 자기 고백적인 선언은 깊은 울림을 준다. 그의 시를 다시 읽으니 세상의 비명 소리에 외면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이 겹쳐진다. '나는 요즘 참을 수 없는 일이 없고 / 심지어 그 말까지 참을 수 있는 / 어른이다, 기다림 끝, 선생이다'(<공중변소에서>) 시인의 자기 고백은 세상의 고통에 분노하지 못하고 눈 감고 귀 막은 이 시대의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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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 필자소개
박병성은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의 편집장을 맡고 있으며, 각종 매체에 뮤지컬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뮤지컬에서 드라마와 음악이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특히 창작 뮤지컬에 애정이 많다.
 
   
  NO.97_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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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10-11-16 오후 2: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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