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신청] 민간 예술단체로의 이직 적응

자신의 색깔을 자신 있게 입혀보자

대학로 척척도사


 

매달 면담신청 메일들을 길게는 한 달 전, 짧게는 2주 전에 받는데, 면담 신청란에 게재할 소재로 받아들이기 전에 신청자들 생각의 깊이와 고민에 동참하게 됩니다. 저라고 ‘용가리통뼈’(이게 무슨 말일까요?)도 아닌데, 꿈에 나타난 산신령도 아닌데-제20대의 소원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 싫어서 ‘그 누구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정해주는 갈 길을 정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지요-속 시원한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속 시원하지 않더라도 아주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많은 분들이 여러분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공공기관에서 예술행정업무를 10년 이상을 일하다가 공연계 관련 일반기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어느 술자리에서 육군 장교로 10년 근무하다가 예술행정지원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A씨가 그러더군요. “민간으로 옮겨온 지 10년인데 이제야 사회에 적응된 것 같습니다.” 군인 특유의 ‘다, 나, 까’로 끝나는 말투를 술자리에서 고수하고 있는 그분의 민간으로의 적응을 같이 축하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마 신청자님도 공공기관에서 10년 동안-군대생활과 비교하는 것이 과장일지라도- 적응된 일상과 조직의 배경을 뒤로 하고 일반기업으로 옮기기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뜻한 바도 있었겠지요?

예술현장에서의 경험이 없다고 볼 수 있는데, 잘 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예술현장의 경험이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이렇게 묻고 싶네요? 공공기관에서 맡았던 예술행정업무란 무엇이었나요? 공공기관의 특성상 10년 동안 한 부서에서 한 가지 업무만 담당하지는 못했겠지만 어떤 업무는 행정적인 일이 더 많았고 어떤 때는 일반기업보다 더 힘들게 현장에서 뛰어야 할 때가 있었을 거라 짐작되는데요. 저의 걱정은 예술현장에서의 경험 유무가 아니라 ‘현장에 대한 인식’ 문제입니다. 분명 같은 곳에서 같은 업무( Task)를  진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공공기관에 속한 담당자가 소위 말하는 ‘갑’처럼 행동하는 것 때문에 마음고생을 종종 해온 저로선,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야말로 일반기업에 다니는 ‘을’로서 대하는 현장은 다를 것이고 힘들 겁니다.(혹 현장에서 갑이기 때문에 군림하여도 되고 을이기 때문에 소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활동 모습처럼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조직이기 때문에 뭐든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경험이 많지 않은 조직원들을 이끌어서 가야 하는 선배의 입장이 되고 보니 내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일을 더 잘하고 회사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조직이나 고유한 조직문화가 있을 거예요. 50년 된 직장에서 10년 근무한 사람은 그 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책이밍 다를 것이고 5년 된 회사에 경력직으로 들어가서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직원들 속에서 타인들에게 기대 받는 모습이 다르겠지요. 조직원을 이끌어 가야 하는 선배의 역할, 각각의 업무를 결정해주어야 하고 판단을 해주는 리더의 역할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문화예술계의 민간영역에선 기획행정 분야 경력 5년차 정도에 독자적으로 팀을 이끌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책임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이는데 그런 측면으로 보면 늦게 시작한 신청자님은 더 부담스럽겠군요. 님이 가지고 있는 부담은 이해하지만 ‘능력의 한계’라고 느끼기까지 하는 건 속단 아닌가요? 아니면 엄살인가요?

 

 

 
필자소개
대학시절 연희패 활동이 대학로 공연제작자의 길로 이어져 20여년 가까이 대학로에서 지내고 있다. 기획제작사의 CEO로, 대학로 대표 여성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민 많은 대학로 후배들의 큰언니 담당. '잘하는 척, 씩씩한 척, 알고 있는 척, 해결할 수 있는 척'을 잘해 척척도사.
 
어느 조직이나 고유한 조직문화가 있을 거예요. 50년 된 직장에서 10년 근무한 사람은 그 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책이밍 다를 것이고 5년 된 회사에 경력직으로 들어가서 이제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직원들 속에서 타인들에게 기대 받는 모습이 다르겠지요. 조직원을 이끌어 가야 하는 선배의 역할, 각각의 업무를 결정해주어야 하고 판단을 해주는 리더의 역할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문화예술계의 민간영역에선 기획행정 분야 경력 5년차 정도에 독자적으로 팀을 이끌며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책임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보이는데 그런 측면으로 보면 늦게 시작한 신청자님은 더 부담스럽겠군요. 님이 가지고 있는 부담은 이해하지만 ‘능력의 한계’라고 느끼기까지 하는 건 속단 아닌가요? 아니면 엄살인가요? 기존의 조직문화에 본인의 색깔을 자신 있게 입혀 보는 것이 어때요? 10년 동안 공공기관에서 의사소통했던 것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방법-예를 들어 딱딱한 행정서식은 아니지만 모든 것을 기록하는 보고체계는 중용한 것이니 우리 팀만의 의사소통 체계를 만들어 따르게 한다든지-을 찾아 실행하세요. 또 스스로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성과분석을 해볼 것을 권합니다. 막연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기여도를 점점 높여 갈 것을 권합니다. 현재 기여도가 만족스럽지 않은가요? 그럼 다음날, 그 다음 달엔 어떨지 기대되지 않으세요? 예술현장의 선배로서 그 뜻한 바를 이루어가는 당신의 용기를 사랑합니다. 지칠 때도 있겠지만 더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도록 좋은 모델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함께 나누어 줄 많은 사람들을 믿어 봅시다. 그래요. 믿어 봅시다.
  NO.106_201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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