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α] 효과적인 정보전달을 위한 타이포그래피 활용①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문자들에 관심 갖기

정용욱 _ 퍼셉션 커뮤니케이션디자인팀 팀장

지금부터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문자들에 관심을 갖도록 해보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문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떠한 분야에서든지 그 분야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유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림1] 모 안과 라식센터 브로슈어
[그림1] 모 안과 라식센터 브로슈어
[그림2] 『Morning Calm』2007년 9월호, p.48
[그림2] 『Morning Calm』
2007년 9월호, p.48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라는 단어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수년간 학교에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디자이너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 생각된다. 타이포그래피가 무엇인지 알고 복잡한 문자의 구조를 아는 것은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생활에서 이미 많은 타이포그래피의 산출물들을 접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는 길에 무의식적으로 집어드는 무가지, 지하철이나 버스에 요란하게 걸려있는 광고들, 거리에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간판들과 사무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클릭하는 포털사이트 등에는 문자로 된 이미지들이 가득하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이미 이렇게 많은 타이포그래피들을 접하고 있으나 실제로 보고서 및 기획서 작성 등 문자를 다룰 때에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디자이너가 아닌 이상 어떠한 서체를 쓸지, 어떻게 정보를 정확히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을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에 맞는 서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지면 혹은 화면에서 전하고자 하는 정보를 독자에게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 글은 타이포그래피의 이론 및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 혹은 디자이너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획자나 마케터들이 조금 더 쉽게 타이포그래피를 이해하고 업무 및 실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왜' 지금 들고 있는 신문이 읽기 편할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지면에서 혹은 화면에서 보이는 타이포그래피의 작은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타이포그래피의 작은 차이를 통해 우리는 독자들에게 좀 더 효과적이고 정확한 정보전달을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이미지나 레이아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지금부터 무심코 지나쳤던 수많은 문자들에 관심을 갖도록 해보자.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수많은 문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타이포그래피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어떠한 분야에서든지 그 분야를 이해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며 '왜?'라는 의문을 가지고 이유를 고민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왜 다른 신문들보다 지금 들고 있는 신문이 읽기에 편한지, 지면 광고에서 사용한 이미지와 서체가 어울리는지, TV에서 나오는 자막들이 프로그램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하나씩 관심을 가지고 보면 타이포그래피가 가지고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면 당신은 결국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가게 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Yogi berra, 1925~)의 말이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잘못된 타깃 설정으로 인해 독자는 혼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정확한 정보전달이 힘들어진다. 디자이너들은 간혹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독자를 고려하지 않고 본문 서체의 크기를 작게 하여 독자가 정보를 보기에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떠한 매체를 통해 정보전달을 하더라도 우리는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누구인지를 제일 먼저 고려하고 어떠한 목적으로 쓰이는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여러가지 문제점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 중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그 프로젝트는 산으로 가게 된다. 간혹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는 각자의 시각과 기준에서만 바라보고 독자 혹은 사용자를 간과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중간에 문제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결국 서로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낳게 되며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해져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든다.

독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목적이 명확하다면 효과적인 정보전달을 위한 서체를 고르는 단계가 훨씬 쉬워지게 된다.

[그림1]은 라식센터를 찾는 환자들이 눈이 불편하고 시력이 낮은 것을 감안하여 전체적으로 폰트사이즈를 키운 사례이다. [그림2]의 경우 제목은 본문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으며 제목용으로 쓰이는 서체는 지면의 분위기와 특성을 나타내주는 역할을 한다. 기내잡지의 특성상 대상이 외국인을 포함하고 있지만 영문 서체가 디자인의 요소로서 본문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며 오히려 한글보다 더욱 강조되기도 한다.



한글은 '모아쓰기', 로마자는 '풀어쓰기'

지면 혹은 화면에서 사용되는 서체는 각각의 페이지에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서체를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우리는 먼저 서체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체의 특성은 조형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 두 가지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조형적인 특성은 글꼴의 형태이며 기능적인 특성은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한 문자의 언어적 기능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각각의 서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서체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서로가 큰 목소리로 소리 내어 조화를 이루지 못하게 된다. 많은 양의 정보들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그만큼 다양한 서체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동일한 서체가족(type-family)만으로도 다양한 정보들의 이미지를 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로인해 페이지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있으며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전달이 가능해진다.

아래에서 보듯, 한글 글꼴의 구조는 모아쓰기이며 로마자의 글꼴구조는 풀어쓰기 구조이다. 한글은 닿자와 홀자가 모아져서 온전한 낱자를 만들며 모임 구조는 가로 모임, 세로 모임, 섞임 모임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반면 로마자는 각각의 음소들이 하나의 낱자의 기능을 한다.
 

[그림3] 한글과 로마자의 모임구조. 출처『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원유홍, p.90
[그림3] 한글과 로마자의 모임구조
출처『타이포그래피 천일야화』원유홍, p.90

최근 들어 서체가 각각의 기능을 하기위해 우리가 고려해야하는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한글과 영문 서체의 조화이다. 1980년대 이후부터 꾸준히 한글과 영문의 혼용이 늘어나면서 예전에 쉽게 볼 수 있었던 한자와의 혼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혼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러나 계속해서 한글과 영문의 혼용은 늘어나고 있으므로 영문 타이포그래피의 특성도 이해해야만 한글 타이포그래피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정용욱 필자소개
정용욱은 국립 한경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거쳐 동대학원에서 한글타이포그래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주)퍼셉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팀장으로 서울대 및 연세대, 명동예술극장, 유한킴벌리 등의 홍보물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다.
 
  NO.107_201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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