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갈피] 지구 반대편 당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다

손상원 _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


『지구 반대편 당신』정영, 달, 2010
『지구 반대편 당신』정영, 달, 2010



정영 작가와 꼭 닮은, 수줍은 듯 사분사분한 문체가 반갑다. 혼자 지구 곳곳을 다니며 느꼈던 수많은 감정과 감성, 자기고백을 조용하게 속삭이듯 글로 남겨 놓았다. 그녀의 호흡에 맞춰 천천히 음미하듯, 산책하듯, 옆 사람과 이야기하듯 책을 읽어 내려간다. 그 가녀린 몸으로 도쿄, 멕시코, 가평의 유명산, 중국 루구호, 베트남, 태국, 쿠바, 독일, 미국 등 참으로 많은 곳을 다니기도 했다.


글과는 또다른 많은 것을 읽게 하는

일부러 번잡과 번화를 피해 산꼭대기로, 시골 골짜기로 걸어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녀의 외로움이, 그녀의 그리움이, 나이를 먹기 위한 진통의 과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그녀의 글은 담백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하다. 철저하게 배제된 감정이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더 사무치게 만든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녀가 직접 찍었다는 여행사진들이었다. 글과는 정반대로 화려한 색감, 선명한 명암대비, 금방이라도 책에서 튀어나와 나에게 말을 걸어줄 것 같은 살아있는 얼굴들. 오히려 글과는 또 다른 많은 것들을 느끼고 읽을 수 있게 해 주는, 그래서 사진을 접하는 순간 쉽게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동안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드는 요술 같은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긴 숨을 토해낸다. 그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당신의 용기가 부러워서, 당신 혼자만 간직 할 수도 있었던 여행지에서의 깊은 사유를 공유해줌이 고마워서,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여행 이야기를 읽는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게 해 주어서.



 

 

 
손상원 필자소개
손상원은 1995년부터 백여 편의 연극 및 뮤지컬 기획·제작해왔으며 대학로문화공간 이다, 아트원씨어터, 지역극장 네트워크 브랜드인 '씨어터그룹 이다'를 운영하고 있다. (주)이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이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이사, 한국소극장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트위터
 
   
  NO.112_201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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