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신청] 예술경영 입문을 앞둔 갈등

나는 정말 원하는가? 나는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대학로 척척도사

면담신청은 예술경영(예비)종사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기획이다. 독자 여러분의 신청내용과 예술경영 선배들의 조언을 함께 싣는다.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도 적극 환영한다.
아마도 어떤 가치의 우선순윅아 정리가 된 후에는, 장담컨대 열군데 지원하기는 힘들어질 거예요. 비슷비슷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나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말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그것을 찾아내세요. 내가 가고 싶은 그곳이 왜 나를 필요로 할지를  캐치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면 됩니다.
 

어떤 일의 성취에는 일정한 단계가 필요하다?

특별히 현 씨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붐비는 카페에서 만난 현 씨의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걱정했더니, 역시 장염을 앓아 고생하고 있다고 했지요. 면담신청을 받고 만나는 것을 제안하고 함께 자리를 하기 전까지는 서로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공개하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 씨와 나란히 앉은 옆자리가 조심스럽고 불편해지더군요. 두 시간 넘게 아주 많은 얘기를 했는데, 정작 몸 아픈 현 씨를 괴롭히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걱정입니다.

현 씨와의 만남을 통해 큰소리로 얘기해 주고 싶은 얘기는 "남들이 걱정하는 만큼 당신이 특별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으며 걱정스러운 상태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본인이 생각한 대로 "용기 있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다만 어떤 일의 성취에 일정한 단계로 이루어진 코스가 존재한다는 믿음을 지나치게 가지고 있습니다. 현 씨는 다른 분야의 회사를 다니면서 미래의 관심분야를 준비하는 것은 집중을 하지 못한다는 증거, 라거나 '선 졸업장, 후 취업'이라거나, 본격적인 경력을 쌓기 위해선 많은 인맥쌓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틀리지 않습니다.

무엇을 갖추어야? 나는 무엇을 가지고 있나!

안타깝게도 현 씨는 열심히 자신의 스펙을 갖추고 자신을 증명하는 자료들을 갖추어 자신의 능력을 타인에게 반복적으로 설득하는 일에 큰 부담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받아보는 면담신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질문이 바로 "무엇을 갖추어야 OOOO 분야 일을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인데, 저는 항상 "본인은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고 되묻습니다. 지금부터 갖추어갈 스펙이 아닌, 현재까지 자신이 생각한 강점에 대해 생각해보라는 의미입니다. 갖추고 있지 않은 그 무엇에 대해 조사하고 차차 갖추어갈 준비를 하겠다는 의도도 이해하고 그 불타는 의지도 중요하지요. 그런데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놓고(자신을 들볶는 일을 잠시 멈추고), 자신의 어떤 부분이 관심 가는 분야의 특정한 업무나 영역에 잘 맞는지를 찾아봅시다.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에너지이고, 스스로 지니고 있는 특성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반드시 선택당하는 입장이라는 생각은 바꾸었으면 합니다. 제가 여러 사람들 중 한 사람을 결정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내가 선택하는 이유도 중요하지만 상대가 왜 이곳을 선택하였는지, 나와 함께 하는 일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두고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경험으로는,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세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응하다 보면 정작 나 자신이 체화해야 할 가치를 들여다볼 시간이 부족하게 되어 정작 우선순위가 희미해지는 순간들과 대면합니다. 현 씨는 전시기획, 갤러리에서 초입기획자를 어떤 기준으로 뽑느냐를 볼 때가 아니라, 자신이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지를 더 궁금해야 할 시기라는 생각입니다. 아마도 어떤 가치의 우선순위가 정리가 된 후에는, 장담컨대 열군데 지원하기는 힘들어질 거예요. 여러 사람의 가치를 담는 조직이 누군가 한사람을 강하게 매료시킬 만큼 색깔을 드러내기는 쉽지 않거든요. 비슷비슷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나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말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그것을 찾아내세요. 내가 가고 싶은 그곳이 왜 나를 필요로 할지를 캐치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시면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현 씨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에게 시간 주기'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나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말겠다는 '그것'을 찾아내길

면담을 정리하면서 내가 현 씨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는 제게도 현 씨와 같은 마음이 있어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자신에게 "어떤 가치를 존중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답할 시간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불편한 자리에 진솔하게 얘기 나누어준 친구 현 씨에게 감사합니다. 현 씨의 '인맥쌓기'에 작은 도움이 되었기를….

 

 

 
필자소개
대학시절 연희패 활동이 대학로 공연제작자의 길로 이어져 20여년 가까이 대학로에서 지내고 있다. 기획제작사의 CEO로, 대학로 대표 여성제작자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고민 많은 대학로 후배들의 큰언니 담당. '잘하는 척, 씩씩한 척, 알고 있는 척, 해결할 수 있는 척'을 잘해 척척도사.
 
전시기획사와 갤러리 등 열군데 넘게 이력서를 보냈는데 연락 온 곳이 없다. 학부에서 미술실기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석사도 아니고 서른이 된 나이 탓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친구들은 겁을 준다. 그래서 원점으로 돌아가 봤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돈, 안정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십년 후에 후회를 안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내게는 돈 역시 중요한 것이었다. 유학비용은 물론, 결혼비용, 생활비용 등 걱정이 많다. 그래서 외국 석사 과정을 예술경영으로 두 군데, 디자인경영으로 한군데 지원을 했다. 스스로 혼란이 많은 것 같다.
  NO.113_2011.01.27  

덧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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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자
  • 2011-01-28 오전 12:37:46
질문에도, 답변에도 정말 많은 공감을 했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에는 불안하고 힘든 게 당연한데, 그럴 때 고민을 털어놓을만한 선배나 어른들이 없다는 게 전 너무 아쉬워요..[Del]
  • 신현재
  • 2011-01-28 오전 9:14:28
아.... 아침 출근 후 메일을 보다가 이 글을 읽고 제 자신 스스로를 한번도 되돌아 봅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힘내세요...[Del]
  • 보름달
  • 2011-02-05 오후 1:57:12
오랜만에 메일함을 열어보았다가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였습니다. 백배공감합니다. 우리 모두 퐈이팅!! ^ㅡ^[Del]
  • 오늘..
  • 2011-02-25 오전 9:45:11
공감가는 부분이 많은 글들이에요. 석사를 나와서 문화예술 공공기관에 입사하기를 소망했는데, 국내 졸업장으로는 문턱을 넘을 수 없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어요. 사람들이 그러지요. 즐기면서 하는일이 최고라고, 그런데 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예를 들어 큐레이터라면 이 직종을 선택했을때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는 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구직활동을 2달동안 해왔습니다. 공공기관 인턴까지 모조리 미끄러졌어요. 좌절 또 좌절했죠. 진짜 3개월 계약인턴에도 유학파가 몰렸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기본적인 처우도 보장받지 못할거면 그냥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보다 전공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할 수있는 조건있는 일반 회사 정규직에 취업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언젠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요[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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