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듣는다]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소비자 중심이 소통의 핵심”

양지연 _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교수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새로운 박물관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박물관 건물과 11개 지방의 국립박물관을 관리하는 매머드급 조직의 수장으로서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이 한국문화예술계에서 지니는 위상과 역할은 참으로크다. 최광식 관장으로부터 국립중앙박물관 경영의 비전과 계획을 들어 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취임한지 근 10개월이 되었다. 그간의 소회를 말씀해 달라.

취임한 이후 소통을 가장 중요시했다. '대중과 소통하는 대중화', '온라인에서 소통하는 정보화', '세계와 소통하는 국제화', '11개 지방 박물관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특성화' 등 4가지 측면에서 소통하는 박물관을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또한 정부가 바뀌며 문화재청과의 통합 등의 문제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면이 있어서 박물관의 위상을 제고하는 것을 역점으로 두었다.

그 결과 짧은 기간이지만 직원들도 열심히 해 주어 우리 박물관 내부적으로도 소통이 어느 정도 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 박물관 간의 소통도 개선되어 가고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박물관 입장료를 무료화하여 입장객이 30% 늘었고 박물관 문화재단 수익은 50%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맞아 그쪽으로 많은 노력을 하려고 한다.

문화상품과 공연장 운영 사업 등을 진행하는 박물관문화재단의 수익이 50% 증가한 것은 무료 개관과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지.

무료 관람으로 인해 관람객이 30% 늘어났기 때문에 문화재단 수익이 증가했다고 본다. 사람 심리가 무료입장을 하게 되면 박물관에서 다른 활동에 돈을 쓰게 된다. 차를 한잔 한다든지 문화상품을 산다든지. 그것은 나의 경험이기도 하다. 십 년 전에 대영박물관에 갔을 때는 관람료가 있었다. 그래서 정해 진 시간에 전시 관람 하는 데만 급급하였는데 작년에 갔더니 무료더라. 이 때 오히려 여러 번 가면서 거기서 식사도 하게 되고, 문화상품도 사게 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우리가 무료로 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런 결과를 보게 되었다.



문화CEO, 주어진 조건에 안주하지 말라

취임사에서 관장님 자신의 역할을 '박물관장이자 CEO'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 'CEO로서의 박물관 관장'은 서구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대두된 개념이고 최근 국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박물관 분야에서 관장 스스로 CEO라고 인식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다. CEO로서의 박물관 관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당연히 관장은 문화CEO라고 생각한다. 국립박물관장도 마찬가지다. 국립이건 사립이건 관장은 문화CEO다. 주어진 예산과 인력 가지고는 안 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뭔가를 가져와야 한다.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되기 전에 2000년 2월 1일부터 8년 간 고려대학교 박물관장을 맡았다. 그 때 처음 한 달 간 업무파악을 해보니, 그냥 가만히 있거나 아니면 벤처기업 사장처럼 활동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과 사람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데, 해달라고 해서 안 해주면 가만히 있거나, 어떻게 해서든 어디서 사람을 데려오고 예산을 따오고 해야 했다. 딱 한 달 해보고, '나는 이제 교수가 아니라 벤처기업 사장이다' 라고 마음먹었다. (웃음) 대학박물관이지만 해외 특별전도 하고, 북한 유물전도 열었다. 그런 전시가 학교 예산만으로는 안 되지 않나. 그래서 외부 스폰서도 받고, 문화계, 경제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최고위과정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당연히 관장은 문화CEO라고 생각한다. 국립박물관장도 마찬가지다. 국립이건 사립이건 관장은 문화CEO다. 주어진 예산과 인력 가지고는 안 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뭔가를 가져와야 한다. 조직관리, 재무관리 외에 사업을 하려면 결국은 스폰서를 끌어와야 한다. 우리 예산에 다른 곳에서 끌어 온 것을 더 해, 그 이상의 가치를 확대 재생산해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예산이나 조직, 건물,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문화예술 기관 중 최대 규모이다. 이렇게 큰 조직을 경영하는데 나름의 어려움이나 특수한 도전이 있을 것 같다.

많은 예산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경비성 예산이다. 사업비보다는 인건비, 관리비 등이 많고, 사업비가 부족한 게 좀 문제이다. 그것은 정부에서 더 따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외부로부터 끌어와야 할 것도 있다.

인력면에서 아쉬운 점은, 학예직은 문화관광부 소속이더라도 박물관에서만 일하는데, 행정직은 짧은 기간 순환근무를 하게 된다. 일을 좀 배워서 할 만하면 가고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취임한 후 기획운영단장이 벌써 두 번이나 바뀌었다.

이외에 내가 볼 때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박물관이 도심에서 격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경복궁에 있었을 때는 경복궁에 왔다가 박물관도 보고, 박물관 왔다가 경복궁도 보게 됐는데, 경복궁에서 떨어져 나와 우리밖에 없으니까 격리된 섬 같다. 주변에 미군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서 도심에서 오려면 빙 돌아서 와야 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주변에 뮤지엄컴플렉스(museum complex)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박물관뿐 아니라 민속박물관이라든지 자연사박물관, 현대미술관 등 몇 개가 모여 있어야 된다. 일본 우에노 공원에는 국립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등이 같이 있다. 미국 스미소니언은 열 개 넘는 박물관들이 같이 있다. 우리도 국립중앙박물관, 자연사박물관, 현대미술관 등을 같이 볼 수 있는 뮤지엄컴플렉스가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관리자는 대중들에게 좀더 다가가는 중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론 대중에게 너무 영합해서도 안 된다. 콘텐츠도 있으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자들이 유도해야 한다. 예를 드러 얼마 전에 끝나 <가을: 유물 속 가을 이야기> 전과 같은 것이다. 가을이니까 가을을 주제로 전시를 하는 것이 대중성과 전문성이 같이 가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반응도 아주 좋았다. 다음에 <겨울> 전도 있냐고 물어온다.

관리자가 대중에게 다가가는 중간 코디네이터 되야

관장님의 박물관 경영 철학인 '박물관 대중화'의 문제로 돌아오겠다. 관람객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을 갖는 등 관람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박물관에 대한 대중의 요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첫째는 상설전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우리 박물관이 고고관, 역사관, 미술관, 기증관, 아시아관 등 공급자 중심으로 되어 있다. 박물관에 고고부가 있으니까 고고부는 고고관을 맡고, 역사부는 역사관을 맡고 하는 식이다. 그래서 관람객이 한번 둘러보고 나면 우리 역사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약간 단절된 부분이 있다. 그것을 바꾸고 있다. 내년부터 전시실이 바뀔 것이다. 예컨대 통일신라, 발해 후에 고려실, 조선실이 없다. 고려실은 내년에 개편하고 내후년엔 조선실을 개편한다. 이런 식으로 수요자 입장에서 쭉 보고나면 우리 역사 문화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일 큰 사업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는 우리 박물관이 전시 중심이었는데, 교육, 다양한 문화행사와 함께 문화복합공간으로 가고 있다. <페르시아 전>도 조금 아쉬웠던 것이, 전시만 있었지 페르시아와 관련된 문화예술 행사가 몇 개 없었다. 내년에는 <이집트 특별전>과 관련하여 클레오파트라, 인디애나존스, 관련된 뮤지컬 등 많은 행사를 하려고 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에 문화예술행사를 했다. 박물관에 전시를 보러 오건, 그냥 오건 토요일이면 반드시 박물관에 문화예술 이벤트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다.

결국 기본적으로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이 소통의 핵심이다.

박물관이 대중과 소통하는데 있어 대중의 요구와 박물관의 전문성이 어떻게 조화될 수 있겠는가.

국립박물관의 경우 그런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국립은 권위적이라고 할까, 공급자 중심으로 본 관습이 있다. 기본적으로 마인드를 관람객에게 맞춰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전문성은 이미 나름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들 눈높이에 다가가고자하는 역할은 큐레이터들도 해야겠지만, 타성이 된 부분이 있어서 잘 안 된다. 부장이든, 실장이든, 관장이든 관리자가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큐레이터가 전문적인 것을 더 중요시 한다면, 관리자는 대중들에게 좀 더 다가가는 중간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물론 대중에게 너무 영합해서도 안 된다. 콘텐츠도 있으면서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리자들이 유도해야 한다.

전문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대중성을 확보해야 한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같이 가야한다.

어떠한 방식이 가능할까. 구체적인 예를 들어 달라.

예를 들면, 몇 년 전에 일본 교토 박물관에 갔다. 권위주의적이고 전통을 중시하는 곳인데, 스타워즈 특별전을 열어 영화 만들 때 썼던 소품들을 전시하더라. 책임경영기관이 되어서 돈을 벌어야 되니까 그렇게 된 거다. '이건 아니다' 생각했다. 아무리 대중성이 중요해도 돈 벌려고 스타워즈 특별전을 할 필요가 있나? 오히려 자기 소장품을 갖고 하되, 그것을 일반인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스타워즈를 하더라도 자기들이 갖고 있는 소장품 중에 예컨대 별과 관련된 것을 한다든지 그래야 할 것이다.

박물관이 '17세기 회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구태의연하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끝난 <가을: 유물속 가을 이야기> 전과 같은 것이다. 이런 것도 우리로서는 처음 해 보는 것이었는데, '17세기 것이다', '겸재 것이다', 그런 것이 아니라, 가을이니까 가을을 주제로 전시를 하는 것이 대중성과 전문성이 같이 가는 방법이라고 보았다. 반응도 아주 좋았다. 다음에 <겨울>전도 있냐고 물어온다. 있는 자료를 갖고 수요자 입장에서 기획하면 두 가지 면을 다 확보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직접 찾아가 보고 안목을 키워라

마지막으로 박물관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으시다면.

박물관, 미술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하는데 보람을 느끼고 창의적인 곳이다. 박물관에서 일하려면 먼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잘 확보해야 한다. 그 다음에 요즘 국제화 시대이기 때문에 외국어를 많이 해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우리나라에선 일어, 중국어 등을 배울 필요도 있다. 너무 우리 것만 하면 내셔널리즘에 빠질 수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 많이 보러 다녀야 한다. 나는 전공이 고대사이지만 박물관장 맡기 전에도 박물관을 많이 다녔다. 우리나라, 일본, 유럽, 미국 등지를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안목이 생기더라. 책에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최광식 관장은 누구? 최광식 관장은 한국 고대사를 전공한 사학자이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고려대학교 박물관장으로 8년간 재직하는 동안 <고구려 특별전> 등 굵직한 전시를 개최하여 대학박물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08년 3워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에 취임했다. 



양지연필자 소개

양지연은 서울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예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미술관 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소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본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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