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책갈피] 『인간관계론』

인간관계의 지침서를 얻게 된 행운

이학준_ 서울옥션 대표이사

데일 카네기 저, 강성복, 정택진 옮김, 리베르, 2010년 05월

데일 카네기 저, 강성복,
정택진 옮김, 리베르, 2010년 05월

동기부여의 방법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고 경영자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야 된다는 것이다._본문중

우리 회사에선 출근시간인 8시30분에 모두 모여 하루에 한사람씩 돌아가며 오늘의 할 일, 날씨, 요새 읽는 책 등 소소한 일상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생긴다고 믿는다. 남에 대해 진정어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에서다. 회사 직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어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또 사회의 여러 모임에서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사람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 변화무쌍하고 일회적인 만남이 범람하는 디지털 시대라지만, 나는 모두가 서로 진심을 교류하는 이상적인 인간관계를 추구한다.

나는 인간관계 면에서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느껴왔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늘 안타깝게 생각해왔다. 그래서 서점의 자기계발서 코너가 가장 잘 들르는 곳이 되었다. 요새 이 코너를 들르면 자기계발서의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한 책자들이 근사한 제목과 그럴듯한 표지 디자인으로 유혹을 한다. 그러나 책을 읽은 후에는 그저 그런 유사한 내용이 다른 포장지속에 담겨 나왔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동네 책방에 들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란 책과 마주치게 되었다. 순간 거창한 제목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간관계론이라… 마치 학교 다닐 때 우스개로 하는 '연애학개론'처럼 뜬구름 잡는 책은 아닐까 하는 게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무식한 얘기지만 이 책이 미국에서 최근 신간으로 나온 자기계발서 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대목마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동안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저지른 실수들을 떠올리며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인간관계의 성공적인 예들은 저자의 취지를 더욱 더 쉽게 동감할 수 있게 해준다. 더욱 끌리는 점은 이 책이 미국에서 1936년에 출간되어 반세기가 넘게 사랑을 받아온 책이라는 점이다.

책의 내용 중 인상적 대목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동기부여의 방법은 상대방의 마음속에 강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있고 경영자는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그 일을 하고 싶도록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방이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진심으로 칭찬하고 격려해야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논쟁으로는 상대방이 절대 설득될 수 없고 설혹 상대방이 틀렸을지라도 그 사람이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임에 나가 흔히 저지를 수 있는 유형의 실수가 그 예로 실려 있다. 데일 카네기는 친구와 어떤 모임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동석하게 됐는데, 대화 도중에 동석자가 다음의 말을 인용했다는 것이다. "일을 도모하는 것은 인간이나 마무리하는 것은 신이다"라는 경구였는데, 그는 이 말이 성경에서 나온 구절이라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이 구절이 셰익스피어를 인용한 것이라 지적했고, 이에 대한 판결을 마침 셰익스피어 전문가인 친구에게 구했다. 그런데 저자의 친구는 날카로운 대립을 피하기 위해 그 구절이 성경에서 나온 것이라 말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를 지적하여 논쟁을 만들고, 모임의 분위기를 망친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게 꼭 필요한 책을 만난 행운에 감사해 했다. 데일 카네기는 "친구를 얻고 싶다면 친구에게 무언가 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남을 위한 시간, 노력, 이타심, 배려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인간관계의 지침을 얻었다는 기쁜 마음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내게 보여준 관심과 배려를 떠올리게 되었다. 남은 인생동안 평생 갚아야하는 빚이 생기고야 말았다.



 
이학준 필자소개
이학준은 1989년부터 1999년까지 ㈜가나아트갤러리에서 국제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1999년 9월 ㈜서울경매(현 ㈜서울옥션)에 창립멤버로 합류, 총괄이사 및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였으며 2006년 전무이사를 거쳐 2008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여 년간 화랑과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글로벌 미술시장 전문가이다. junlee@seoulauction.com
 
  NO.121_201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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