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문화예술CEO] 빌란트 에게르몬트 네덜란드 라사세계문화센터 관장

지역 커뮤니티에서 월드뮤직 허브로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2000년대 들어와서는 유럽 외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자국 내 전통의 음악을 발견하거나, 민족음악, 전통음악 등에 관심이 높다. 노래하는 농부, 악기를 연주하는 어부를 만나면 사람들은 매우 놀란다.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는 음악적 정체성, 뿌리에 대한 것이다.
 
일시: 2011년 4월 13일(수) 오후 2시 장소: 예술경영지원센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에 소재하는 라사세계문화센터(RASA Centre for World Cultures, 이하 라사)는 전 세계 음악과 춤을 소개하는 정부 지원 단체이다. 이곳에서는 전통예술과 민속음악 및 무용(세계무형문화재 포함)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특히 고유한 정통성을 지니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라사의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이곳을 발판으로 해서 유럽 무대에 진출한 월드뮤직의 대가들은 많다. 세계최대규모의 월드뮤직축제인 워매드(World of Music, Art and Dance, WOMAD)를 통해 소개된 파키스탄의 전통음악인 카왈리(Qawwali)를 월드뮤직의 중심으로까지 이끌어낸 누스랏 파테 알리 칸(Nusrat Fateh Ali Khan)을 라사에서는 이미 80년대에 소개하는 등 이들의 음악적 안목은 상당히 시대를 앞서나갔다. 올해 2월에는 이곳과 연계해 유럽 공연장에서 한국 전통음악 단체들이 투어공연을 진행했다.

최근 라사의 빌란트 에게르몬트 관장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일정 중 예술경영지원센터를 방문한 그를 통해 라사의 조직운영과 기관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앞으로 서로의 상대 권역 공연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거점 마련이 필요한 선상에서 라사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 구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상업적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훌륭한 관객을 만든다

빌란트 에게르몬트 <네덜란드 라사세계문화센터> 관장

박용재(이하 박) 사실 프로필에서 본 개인의 이력이 매우 흥미로웠다. 라사에서는 다양한 업무를 걸쳐 지금의 관장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당신의 개인적인 성향이 지금의 라사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빌란트 에게르몬트(이하 빌란트) 라사에서는 22년 동안 근무했다. 맨 처음 이 기관에서 일할 때는 청소부터 시작했다. 표도 팔고 보조로 일하다가 기획 및 제작 과정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대표 자리가 비어서 지원을 했는데 그렇게 해서 대표가 되었다. 대표를 맡은 지 6년 정도 됐다.(웃음)

사실 초기에 관장으로 채용될 때 그러한 개인적 배경이 심사위원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는 했다. 아랍어와 페르시아어를 공부하다가 자연스럽게 고대의 언어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신화를 공부하는 동안 텍스트를 번역하기도 하면서 이 부분에 심취했다. 그런 오래된 텍스트를 공부하다보니 근세, 중세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나아가 그 시기의 동양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동양과 서양의 보편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지만 차이점에 대해서도 나름의 관점과 시선이 생겼다고 본다. 현재는 산스크리트어에 표류 중이다.

일반적으로 서양인들은 아시아의 음악을 세세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국과 일본, 한국의 음악에 대해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다.

빌란트 아시아의 음악을 좋아한다. 중국과 일본의 음악을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인도음악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가 20여 년 전에 한국음악을 처음 듣고는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 감동이었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물론 한국음악을 말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형이상학적으로 들리겠지만 한국음악을 들으면 연주기술이 들리는 동시에 호흡하는 방법이 들린다. 이 부분은 중국과 일본 음악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부분이다. 아니면 아주 조금만 있을 뿐이다. 한국음악은 일반적인 민중음악에서나 궁중음악, 불교음악까지도 이 부분이 다 들어가 있다.

심지어 한국말도 못하지만(다음엔 꼭 한국말을 배워서 인사를 하겠다) 심금이 울리는 경험을 했다. 라사의 관객들도 처음 한국음악을 들었을 테지만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했던 관객들도 있었다.

올해 2월, 한국의 음악단체들이 라사에서 공연했을 때 라사의 관객 수준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라사의 관객들이 음악적 경험이 풍부하다고 생각한다.

빌란트 결과적으로는 너무 상업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컸다고 본다. 사실 라사를 포함해 네덜란드에서는 예술가에게 직접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지금 정부는 '예술을 하면 돈을 내고 봐라'는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많은 공연들이 돈 때문에 사람들을 모으려고 이상한 일을 벌인다. 예술가들도 돈을 더 주는 쪽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 그들은 라사 때문에 유명해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몫이라고 본다. 앞으로 상업적인 홀에서 한국공연을 초청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다. 물론 직원들이 이와 같은 의견에 동조할지는 그들의 자유다.

사회통합의 거점에서 예술의 아지트로

『라사 40년사』 『라사 40년사』
『라사 40년사』
 

물론 라사의 공연장은 작지만 이미 그곳에서는 유럽에서 소개된 누스랏 파테 알리 칸 이나 2010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고의 전통 월드뮤직 음반부문에 수상한 말리 코라 연주자 투마니(Toumani Diabaté)와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알리 파카 투어레(Ali Farka Touré) 등을 80년대에 소개했다. 시대적으로 매우 앞서 나가는 동시에 예술가들에 대한 안목이 깊다고 본다.

빌란트 현재 라사에서 초청하기에는 워낙 유명해진 음악가들도 있긴 해도 라사가 초청하면 돈을 적게 받아도 우리의 초청에는 응해주었다. 다행이다.

라사의 40년사를 담은 책에도 실려 있지만 처음 라사가 문을 열게 된 것은 당시 사회적으로 문제가 거론된 이민자들의 사회통합과정에서 생겨났다. 1969년 이후 사회의 소수자, 이민자-스페인과 폴란드의 노동자, 터키, 모로코에서 온 이민자, 20세기 초 중국 이민자들까지 포함해-들을 지역 커뮤니티로 수용하기 위해 라사가 거점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다가 예술에 집중하게 되었는데 그때 '월드뮤직'이라는 단어가 나온 시기와 맞물린다. 초기에는 문화예술보다는 사회적인 시선에 비중이 높았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유럽 외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자국 내 전통의 음악을 발견하거나, 민족음악, 전통음악 등에 관심이 높다. 노래하는 농부, 악기를 연주하는 어부를 만나면 사람들은 매우 놀란다. 우리가 고민하는 문제는 음악적 정체성, 뿌리에 대한 것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벨기에를 비롯해 네덜란드의 경우 동시대 컨템포러리 예술의 중심지로 여기고 있다. 유럽에서도 전통을 강조하는 것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빌란트 물론 차이가 크다. 프랑스라면 중앙집권적인 문화정책이 우세하다. 프랑스에 살려면 그 나라 언어를 꼭 배워야지 살 수가 있는데 반해 네덜란드는 분배나 복지에 관심이 많다. 물론 너무 복합적인 다문화가 모여 사회 통합의 실패라든가 이에 따른 위기론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은 않는다. 이 문제는 해결가능하다고 본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먼저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이다. 전통음악 연주자라 하더라도 공연이 끝나면 바에 가기도 하고 커피숍에 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민속음악이 더 이상 옛날 것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음악이 어쩌면 가장 컨템포러리한 음악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본지 필자이자,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박용재와 인터뷰 중인 빌란트 에게르몬트 <네덜란드 라사세계문화센터> 관장

기관과 사회와의 수평적 관계가 중요

라사의 조직과 기관운영이 궁금하다.

빌란트 라사는 4년 단위로 국가보조금이 지원되는데 2008년에 2012년까지의 지원금이 확보되었다. 지원금의 60%는 문화부로부터 40%는 시에서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지원방식이 바뀐다. 정부가 공연장과 같은 장소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라사는 전적으로 시 의회에 지원을 기대해야 한다. 정부에서 급격하게 예산을 삭감하는 등 변동이 심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차라리 시에서 전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시에서 받는 예산이 어늘났나?

빌란트 시 예산은 똑같다. 물가가 계속 올라가는 데 예산은 그대로다 보니 오히려 지원금은 퇴화되는 격이다. 한 해 120만 유로인데 사실 지금 라사는 내년에 중대한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지금부터 준비를 하고 있지만, 뭐 재정지원이 없으면 승려가 되겠다.(웃음)

라사도 변화의 과정 속에 있는 것 같다.

빌란트 현재 시에서 새로운 음악당을 짓고 있다. 5개의 크고 작은 홀로 라사세계문화센터가 전부 쓰게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문화예술기관이 겪는 예산이나 조직운영 등의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하지만 당신은 한 기관에서 들어가 기관의 모든 영역을 거의 다 경험하고 기관의 대표까지 맡고 있다. 그런 배경이 업무를 수행하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빌란트 라사세계문화센터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기관이다. 17명이 상근 직원이고 프리랜서로 일하는 직원들까지 합치게 되면 40~50명 정도이다. 난 별도로 경영을 공부한 적도 없고 단지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인을 좋아해서 시작했다. 물론 라사는 음악과 음악인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관객도 중요하고 후원자나 언론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일종의 마케팅이라 볼 수 있는 부분인데 나로서는 이들과의 수평적인 시선, 관계가 가장 어렵다. 조직의 구성 상 위에서 결재를 받는 형식이 아니라 서로 얘기하면서 한 명씩 일일이 다 만나야 하지 때문이다.

동감한다. 차라리 일반적인 행정운영이라면 더 용이한 부분이 있겠지만 문화예술기관 운영은 더 어렵다.

빌란트 스스로 내 일에 대해 정리해 본다면 작은 채소를 다듬는 농부, 늘 가꾸고 관리해야 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알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내에서 일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때론 어떤 음악이 중요하면 관객의 참여를 위해 선생님의 역할도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축제를 진행하면서 인터뷰도 직접하고, 어린이 프로그램도 하는 것은 세계의 민속음악을 쉽게 알 수 있게끔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라사에서 15세기 한국전통음악을 가져오려 한다면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장치나 세미나, 워크숍이 필요하다.

초기 라사에서도 네덜란드 내에서 작은 투어 공연을 진행했지만 예산도 줄어들고 공연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홀들이 많았다. 그래서 방식을 바꿔서 네덜란드를 벗어나 유럽으로 진출해 밀라노나 베를린과 연계를 했고 스페인 프로젝트도 하게 되면서 계속해서 유럽과의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다.

새로운 뮤직홀의 완성과 라사의 변화

라사세계문화센터 외관과 공연장
라사세계문화센터 외관과 공연장

라사세계문화센터 외관과 공연장

지난 2월 라사세계문화센터의 공연에 참가한 국내 참가팀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라사의 치밀한 계획과 깊은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라사에서의 한국공연이 유럽에 진출하는 데 거점역할을 해줘서 감사하다.

빌란트 라사가 한국음악의 문화대사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실 이번 방한을 통해 네덜란드 음악가들이 한국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기는 하다.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예산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지속성을 가지고 문화외교, 문화 비즈니스가 필요한데 그러고 보면 센터와 라사의 인연이 매우 깊다. 우리가 라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8년 워멕스(World Music Expo, WOMEX)의 바로 옆 부스였다고 들었다. 홍삼캔디를 먹으면서 4일 동안 옆에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인연이지 않겠는가.(웃음)앞의 얘기에서 향후 라사의 큰 변화를 예견한다는 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빌란트 새로 짓고 있는 뮤직홀과 라사가 어떻게 연결될 지가 관건이라 본다. 이 뮤직홀은 2013년 말에 완공될 전망인데 4월에 잠깐 공개가 된다. 이때, 위트레흐트 평화조약 3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이 뮤직홀과 라사와의 연계 결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직원들에게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계속하라고 말하지만 사실 큰 변화를 예상한다. 시에서 예산을 얼마나 배정할지 의문이지만 어느 정도는 라사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에서는 늘 우리를 지원해줬고 몇 번 이러한 우리의 의사를 밝혔다. 앞으로 라사는 더 확장되는 변화를 맞이할 것 같은데 앞으로 단독 공연보다 축제 형태로 나아갈 전망이다. 아무래도 축제가 시간과 노력에 비해 반사 이익이 크기 때문에 그렇다.

센터와 좋은 인연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공연을 초청하는 방식 외에도 앞으로 음악 스튜디오 형식으로 작품을 만든다거나 투어나 페스티벌을 미리 기획을 해서 진행을 하면 지금보다 더 효과적인, 효율적인 비전을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음악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으면 한다.



라사세계문화센터(RASA Centre for World Cultures)? 라사세계문화센터는 세계 곳곳의 공연예술을 제공한다. 산스크리트어인 '라사'는 예술에 대한 고전적인 인도인의 인식에 기원하고 있으며 예술가들이 자아낸 감정을 통해서 관객들의 경험을 짚어내는 것을 말한다.  라사가 위치하고 있는 위트레흐트 시의 바이크C라는 구역에 있는데, 이곳은 사회적 결속력이 강한 노동자 계층이 많은 구역이다. 19세기서부터 지역 축제, 극장과 연극 등 다양한 활동들이 사회적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 공동체 공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라사 역시 1970년대 사회적 통합을 위한 공간으로 형성되었다. 라사는 전통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하지만 문화적 정체성과 현대 음악과 댄스의 참고 포인트로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매년 최대 3개의 국제적인 축제, 16개의 유럽 순회공연, 그리고 100개의 개인 공연을 네덜란드 및 해외에서 개최하고 있다. 라사의 순회공연은 보통 200~500석 정도의 소규모 극장에서 열린다. 라사의 극장은 200석(350입석)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축제가 있을 때는 최대 1,500석의 보다 큰 공연장과 협력하는 경우도 있다. 라사는 6월~8월 기간을 제외하고 연중 축제, 공연 및 투어를 기획한다.


 
박용재 필자소개
박용재 _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NO.123_20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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