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문화예술CEO] 힐데 비에르쿰 뽀르떼민속음악축제 총감독

축제를 성공시킬 수 있는 이유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아트마켓이나 포럼에 가서 정확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바로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을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힘들다. 적절한 만남이 되려면 만남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일시 2011년 10월 11일 오후 2시 장소 국립극장 해와달 레스토랑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 이하 EFW
MF)은 월드뮤직축제들 간의 협의체이자 예술가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세계 전통음악과 민속음악 등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1991년 설립, 1995년에 국제협회로 등록된 EFWMF는 이탈리아에서 개최되는 소규모의 백파이프 축제에서부터 2만 명의 관객이 모이는 복합축제에 이르기까지 그 소속 축제들의 규모와 형태는 매우 다양하다. 또한 2005년에 창설된 월드뮤직마켓인 바벨메드뮤직(Babel MED Music)이 열리는 기간에 EFWMF의 정기총회를 매년 개최해 회원 간의 네트워크를 다지기도 한다. EFWMF는 유럽과 비유럽 지역의 다양한 축제들을 대표하는 회원들과 긴밀한 소통체계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소속 축제들은 연중 2백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수 백 명의 예술가들을 초청하고 있다.

이번 2011서울아트마켓 기간 동안 한국의 전통음악을 만나기 위해 방한한 힐데 비에르쿰은 EFWMF 의장을 2010년까지 맡았고 노르웨이 뽀르떼민속음악축제(Førde Folk Music Festival)의 창립자이자 총감독으로 22년간 활동하고 있다. 또한 노르웨이예술위원회와 EU 문화프로그램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랜 기간 유럽 네트워크와 월드뮤직의 활성화와 다양성을 지속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그를 통해 EFWMF의 활동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적절한 만남을 위한 네트워크의 결성

EFWMF 뉴스레터

EFWMF 뉴스레터

박용재 다양한 축제들의 연합체를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구성원들과의 의사소통, 의사결정 등은 어떻게 진행되나?

힐데 비에르쿰(이하 힐데) EFWMF는 현재 약 50여 개의 축제들이 회원으로 소속되어 있으며 전반적으로 유럽 회원이 많다. 일반적인 조직체라기보다는 네트워크적인 성격이 강해 회원 간의 상호 존중이라는 원칙 아래 전문가들끼리 지식과 경험, 정보 공유를 주요 목적으로 삼고 있다. 초기 가입 조건은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적어도 3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축제여야 했고 이사회를 통해 축제 프로그램에 대한 질적 판단을 거쳤다. 사실 내부적으로 비유럽 권역의 회원 가입 확대를 염두에 두고 그 대상을 넓혀 가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지속적이며 좀 더 시기를 두고 천천히 진행하고자 한다. 물론 축제들과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최근 한국과도 작업을 했다.

EFWMF의 예산은 적지만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연간 총회나 시기별 회의를 진행하면서 워멕스(WOMAX)와 같은 행사에서 회원들을 친구나 동료처럼 편하게 만나 의사소통의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자리에서 다음 프로젝트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예술가 네트워크에 대한 프로모션을 어떻게 진행할 지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사실 아트마켓이나 포럼에 가서 정확하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바로 만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을 처음부터 기대하기는 힘들다. 적절한 만남이 되려면 만남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관객개발, 정확한 준비와 대응이 중요

박용재 이런 연합체에서 CEO의 역할은 무엇이며, 당신이 이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던 부분은 무엇인가?

힐데 해외 네트워크와의 지속적인 관계 구축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한 의미선상에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력해서 EFWMF의 회원 축제에 참가하는 공연단체를 지원하고 있는 데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예술적인 풍부함과 다양성 확보를 위해 일반 유럽 관객들에게 한국음악을 소개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관객들을 모이게 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적어도 우리는 다른 지역의 예술가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순회공연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 역시 노르웨이에 돌아가면 노르딕 회원들에게 한국의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을 할 예정이다.

박용재 축제를 통해 다른 음악을 소개하는 것도 국제교류의 일환일 것이지만 이를 진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예산이냐 작품의 예술성이 문제냐 등 여러 난제들이 발생하는 데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왔나?

 

관객개발, 정확한 준비와 대응이 중요 관객개발, 정확한 준비와 대응이 중요

힐데 일단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정확히 대응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나로서는 관객들이 어떻게 음악에 몰입하고 이해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보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소개한 예술가들의 공연에서 관객들이 바로 반응을 해서 행사장에서 음악CD를 구입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실상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음악을 생소하게 느낀다든지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든지 때로는 언어적인 장벽도 발생한다. 이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가능한 많은 배경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음악에 대한 여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었는데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월드뮤직전문가교류지원사업을 통해 한국음악과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도 '예술가를 만나다'라는 무료운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예술가와 고유 악기, 문화까지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뒷받침해 주는,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콘서트홀을 가지고 있는 것도 좋다고 본다. 지난 2010 워멕스 오프닝에서 한국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한국의 음악가들은 역량을 뛰어날뿐더러 다양한 워크숍이나 관객 형성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22년간의 축제 운영의 노하우
22년간의 축제 운영의 노하우

22년간의 축제 운영의 노하우

박용재 노르웨이의 뽀르떼 민속음악축제(스칸디나비아 최대의 어쿠스틱 전통음악 및 월드뮤직축제)의 창립자이자 22년 동안 한 축제를 운영해 왔다. 이 축제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힐데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특히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주는 것이 나의 축제 운영의 동기였다. 우리 축제의 재방문율은 80퍼센트 정도며 수익성이 높은 편이다. 한때 알려진 스타들을 초청하지 않는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남들이 다 하는 축제가 아니라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 또한 노르웨이 외에도 타 지역의 관객들이 이 축제를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갔던 것이 우리 축제의 성공 요인이라고 본다. 여러 중개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 중요했다. 예산은 너무 적고 할 일은 너무 많지만 불평하기보다는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용재 한국에서 축제라든지 예술기관을 운영할 때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는 데 관심이 많다. 포르떼 민속음악축제에서는 관객개발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가.

힐데 우리는 정책적인 플랫폼으로 가족단위 관객을 맞이하려고 노력해 왔다. 세대를 불문하는 이 관객층을 겨냥해 어린이를 위한 무료 공연을 마련하거나 마을 인근에서 15분 정도의 짧은 프로모션이나 워크숍을 찾아가는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이 우리 축제를 찾아오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이 어린이들이 성장하여 10대 중반이 되었을 때 그들 대부분은 락페스티벌로 떠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십대의 대학생들을 축제 자원봉사자로 영입해 이들이 우리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이들이 우리 축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마케팅 개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용재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이번 서울아트마켓에 방문해 줘서 고맙다.

힐데 이곳에 오면 늘 학습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하면 늘 방문하려고 노력해 왔다.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접했던 한국의 음악은 최고 수준이며 음악가들도 진지했고 한국 관객에게서도 그러한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전통음악 전반에 대한 관계자나 정부의 태도가 진지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전통음악 담당자가 따로 있다거나 학교에서 전통음악 교육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노르웨이나 유럽에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용재 문화적 차이, 음악적 배경은 달라도 서로 열린 자세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상적이라고 본다. 적절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EFWMF)은?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 EFWMF)은 세계는 다수의 지역적 전통과 음악의 복합체이며 각각 표현의 방식은 다르나 그 가치는 평등하다는 비전을 공유하는 축제들의 네트워크이다. EFWMF는 1991년 설립되어 1993년 법적인 비영리 기관으로 구축되었고, 1995년 이후 벨기에 법령에 따라 예술적이고 교육적인 목적을 갖는 국제협회로 등록되었다. EFWMF의 주된 관심사는 예술 및 예술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전 세계적인 혹은 최소한 다국적 방법을 통해 월드뮤직, 민족음악, 전통음악 등을 제공하는 축제 기획자들에게 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EFWMF는 각 조직들 간의 의사소통을 유지하는 것 이외에 월드뮤직 커뮤니티 내에서 지속적으로 유럽 이외 지역의 페스티벌들과 그 밖의 네트워크와 유대를 조성하고 강화하려고 한다.
 
박용재 필자소개
박용재 _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NO.153_20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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