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문화예술CEO] 비르베 수티넨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 의장

예술가를 위한 사회적 공감이 필요하다

박용재 _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생존이 먼저인지, 대중과 어떻게 같이 가야 하는지, 문화예술 쪽에서 정치경제 쪽으로 가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계속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른다. 또 미래의 네트워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일시 : 2011년 10월 13일(목) 오후 2시 장소 : 국립극장 해와달 레스토랑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이하 IETM)는 유럽을 중심으로 42개국 400여 개 공연예술 관련기관 및 단체들로 구성된 비영리 협의체이다. 회원들 간의 컨템퍼러리 공연의 교류 및 협업을 도모하고 네트워킹을 촉진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그리고 봄과 가을에 연 2회 정기총회를 개최해 세계 공연예술의 현재와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또한 정기총회 이외에도 지역을 순회하는 형식의 위성회의를 개최하는데, 아시아의 아트마켓과 연계해 싱가포르(2005), 베이징/상하이(2006), 서울(2007), 도쿄(2008), 자카르타(2010), 요코하마(2011)에서 IETM 아시아 위성회의를 연바 있다. 그리고 IETM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국제공동제작 매뉴얼』 제작을 위해 공동 집필진을 구성하여 올해 이 매뉴얼을 발행했다.

유럽과 각 지역의 공연예술전문가그룹의 리더로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IETM의 비르베 수티넨(Virve SUTINEN) 의장은 열정적인 운동가적 면모를 갖춘 인물이다. 폴란드에서 진행된 IETM의 가을 정치총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서울아트마켓으로 직행한 그를 만나 최근 유럽 공연예술분야의 이슈와 IETM의 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산적인 운동으로의 전환

2011 가을 정기총회 안내문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 홈페이지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 홈페이지
▲▲2011 가을 정기총회 안내문

박용재 지난 번 센터에서 발행하는 웹진을 통해 IETM 봄 정기총회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IETM의 토론들은 환경, 경제, 정치, 사회분야 등 광범위한 범위에서 다채롭고도 흥미로운 화두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와 기획자 간의 다양한 생각을 나누려고 늘 노력하는 것 같다. 서울아트마켓을 방문하기 직전 개최된 이번 가을 총회에서 논의된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비르베 수티넨(이하 비르베) 10월 6일부터 9일까지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정기총회를 끝내고 바로 서울아트마켓으로 왔다. 서울아트마켓의 프로그램은 생산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바쁜 일정이더라도 꼭 참석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IETM 총회에서도 흥미로운 논의들을 진행했다. 사실 우리에게는 지금 눈앞에 큰 도전과제들이 닥친 상황이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정부정책이라든지, 경제나 금융 부문의 어려움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 이에 대해 이제는 정치적으로 행동을 해야 하는 시기에 도달했다고 본다. 물론 IETM은 네트워크 그룹이지 회원들이 각국의 대표단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몇 년째 논의가 있었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상당히 응급성이 있고 문화예술계의 생존 자체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이제는 공동의 문제가 된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전쟁'이라고 본다. 이제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예술의 플랫폼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제는 64개국 회원국들이 행동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번 총회 때 이틀 동안 회의를 하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세부적인 이야기를 했고, 특히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는 문화예술 뿐 아니라 교육 등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문화예술 뿐 아니라 여타 분야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옹호를 해야 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되어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며 또한 우리의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문화예술 뿐 아니라 다른 영역과의 동맹, 좋은 파트너쉽을 찾아나가고 활동을 전개하려 한다.

박용재 문화와 교육을 통한 삶의 질과 행복권 추구는 당연하다. 그런데 한 기관의 의장으로서 예술과 교육을 옹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르베 사실 총회를 진행하면서 화도 많이 나고 좌절감을 느끼는 부분도 생긴다. 하지만 기관의 대표로서 구부리는 자세, 계속 적응하려는 자세, 대중과 예술가를 보호하려는 자세로서 일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 마음 속에는 분노심이 자리 잡고 있다. 어떻게 문명화된 사회에서 문화예술이 이렇게 고통을 받을 수 있고 또 교육시스템이 망가질 수 있냐는 것이다. 예술과 교육의 가치는 화폐적 의미와는 다르다. 한편, 영국에서 발생한 폭도들을 보면서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는데 결국 이 분노의 에너지를 사회적 에너지로 전환해 파괴가 아닌 생산적인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박용재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느 정도까지 세워지고 또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르베 일단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접근방안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인과 정치 입안자들과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우리의 니즈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회원들과 논의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지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생존이 먼저인지 환경은 좀 유보해야 하는 것인지, 대중과 어떻게 같이 가야 하는지, 문화예술 쪽에서 정치경제 쪽으로 가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계속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을 하든지 간에 어느 정도의 희생은 따른다. 또 어떻게 회원들 간의 소통을 잘 할지, 홈페이지 리뉴얼이라든가 뉴미디어나 소셜네트워크 등에 대해서도 이것이 지속가능한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미래의 네트워킹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특권이 아닌 권리를 위하여

박용재 당신도 스웨덴에서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공공부문의 환경이 변화할 때 특히 관객과 직접 만나는 공연장들의 경우 그 운영의 혁신적인 변화나 자생을 위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비르베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유럽의 경우, 특히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복지에 대한 서비스 등 공공부문이 강하기 때문에 문화적 중요성을 늘 염두에는 두고 있다. 그래서 예술가가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따르고 예술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예술이 없다면 더 풍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데 사회 구성원의 합의와 공감이 있다. 컨템퍼러리 무용의 경우 공공기금이 꼭 필요하며 음악, 오페라, 연극 등은 제작비가 많이 든다. 나 역시 컨템퍼러리 무용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800석 공연장이 다 차면 좋겠지만 늘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또한 시민과 공공성에 대한 의무도 중요한데 이 모든 게 의지대로 되는 게 아니다. 문화예술은 특권이 아니라 권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운영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며 국가와 민간기금만으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대중과 어떻게 소통하고 만날 수 있을지, 관객을 소비자가 아니라 참여자로, 또한 같은 참여자로서 우리의 삶이 걸려있는 문화예술 기관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비르베 수티넨 의장
비르베 수티넨 의장 비르베 수티넨 의장
비르베 수티넨 의장

박용재 결국 삶의 질적인 부분에서 예술의 가치를 빼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고 본다. 최근 한국에서도 사회적기업 등을 통해 예술을 하면서 경제적 독립을 실천하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비르베 하지만 비전이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전쟁 중이라 연대감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 전쟁에서 병력을 제때 쓰는 게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다음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필요

박용재 지난 3년간 우리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진행한 노르딕 포커스 사업을 통해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하지만 향후 지금 단계에서 나아가 좀 더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교류를 나눌 수 있는 세부적인 설계와 계획을 함께 나누고 싶다. 예술가들의 교환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예술적 창의성과 생산성을 감안한다면 교육과 관련된 부분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르베 검토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예술적 퀄리티와 예술가의 보호, 특정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접근할 지에 대해 세부적인 점검이 꼭 필요하다. 사실 의미있는 국제교류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 파트너의 문화적 환경, 토대 등을 상당부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용재 동감한다. 일차적으로는 사람의 삶과 존재감에 대해 다시 논의를 할 때라고 본다. 고도화된 산업화나 문명의 관점에서 벗어나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반문해야 할 때이다. 그 동안 진행된 사업과 프로그램들을 점검하고 앞으로 더욱 긴밀하게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이 상호 필요하다고 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IETM, 스웨덴 무용의집의 교류 기반이 단단해 졌으면 한다.
 
 

『국제공동제작 매뉴얼』 『국제공동제작 매뉴얼』
『국제공동제작 매뉴얼』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는(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IETM)는 유럽 공연예술 전문기관으로 회원 간의 토론과 만남으로 운영되며, 다른 환경의 파트너와의 인식 공유와 공동 제작, 새로운 관점, 주제, 프로그램 개발, 활발한 접촉과 수용을 지향한다. 유럽과 그 외 지역의 공연예술 전문가 그룹의 네트워크로서 공공기관, 예술 재단 등이 협력 회원사로 가입되어 있으며, 현대연극, 무용, 음악, 시각예술, 설치, 퍼포먼스, 문학, 건축, 영화, 그리고 새로운 예술과 미디어 형식을 포괄한다. 유럽에 기반을 둔 조직으로 서유럽, 중남미 유럽, 중앙아시아, 아시아, 아프리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박용재 필자소개
박용재 _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NO.156_2011.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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