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당신은 소셜한가』『비영리,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라』

소셜미디어가 제공하는 것

염혜원 _ 자유기고가

 

며칠 전 주말 오후, 지하철을 탔다. 승객은 적지 않은 편이었지만 용케 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몇 정거장을 지나다 보니 맞은 편 일곱 좌석에 앉아 있는 모두가, 그야말로 남녀노소 누구나 열중해하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 생소한 몰입의 풍경! 이것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네트워크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소셜미디어의 힘일 것이다. 한편, 이러한 전제 속에 소셜미디어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는가 하면, 밀레니엄 또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일컬어지는 21세기형 인류에 대한 예측도 뒤따르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심신의 피로를 극복하기 위해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느껴보자는 디지털 라이프의 지침까지 등장하고 있다. 대체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며 소셜미디어는 이를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은 소셜한가

왜 집착하는가

『당신은 소셜한가』(유승호 저, 삼성경제연구소, 2012)라는 책은 사회심리학적 맥락에서 사람들이 왜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는지의 배경과 이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속성을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할 것이다. 인간이 사회적 관계 형성 속에서 지향하는 친밀성, 동질성, 자아의 자각과 확장 욕구 등을 여러 사회과학의 이론과 임상실험 등을 바탕으로 설명하면서 이것이 소셜미디어와 만났을 때 적용되는 유형과 패턴,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과학 연구의 궁극적인 종속변수라고 설정한 '행복''신뢰''통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이 담보된 소셜미디어의 긍정적인 미래까지도 소개한다. "소셜미디어는 대도시 시대를 사는 인간에 의한 '작은 마을'의 복원이다. 전통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몸짓이며 인간 진화의 종착점일지도 모른다"(p.122)고 한 저자의 관점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소통과 대화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되찾게 된다는 낙관론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주관적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 하나가 '주의력'이라며 이 주의력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 국가나 사회의 행복지수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낙관론의 최종 변수는 인간의 주체적인 자유의지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비영리,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라

피할 수 없는 변화

『비영리, 소셜 네트워크로 진화하라』(베스 켄터&앨리슨 H.파인, 허브서울, 2011)는 미국 비영리 조직에서 일하기도 한 저자의 오랜 경험과 이와 관련된 연구 참여, 사업운영을 바탕으로 현재 비영리 조직이 겪고 있는 내외부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바람직한 조직 운영 모델은 기존의 비영리 조직 체계와 운영방식과는 다른, 이른바 '비영리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전환을 시도해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비영리 네트워크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비영리 간의 네트워크를 통해 의식을 바꾸고,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일정 부분의 결과를 도출해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영향력, 즉 행동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물론 위의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직의 체질 개선에는 많은 노력과 어려움을 동반한다.

한편, 세계 각국이 고민하고 있는 재정위기는 비영리 조직의 활동이 활발한 미국에서조차 커다란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몇 해 동안 모금액은 늘어나지 않는 데 반해 경쟁대상인(?) 비영리 조직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다. 또한 비영리 조직이 궁극적으로는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 출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 소셜 네트워크 선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캠페인과 운동, 사회적 활동들은 이와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저자들은 기존 비영리 조직이 소셜 네트워크라는 새로운 세계에 진입하기에는 여러 선입견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와의 관계 확장이 필요하며 이들 새로운 세대의 만남은 기부자, 참여자로서 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영리 네트워크의 리더나 동료로도 만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비영리 조직의 거의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소셜 네트워크에 동참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조언하다. 책의 구성은 비영리 조직이 비영리 네트워크로 이행하기 위한 지침과 함께 '자가 진단 질문'이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를테면 조직 내 소셜문화를 어떻게 만들지 부터 직원들의 업무분담, 회계나 이사회 운영 등 조직의 새로운 구조화나 실무의 조정을 위해 조직 내 학습과 토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적절한 주제와 질문이 제시되어 있는 셈이다. 또한 다양한 비영리 네트워크의 운영 사례들 중에는 문화예술 기관들의 간결하면서도 민첩한 대응 사례도 포함되어 있다.

공동저자 중의 한 사람인 베스 켄터는 지난해 11월 국내에서 개최한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온라인 강연을 한 바가 있다. 소셜미디어가 도입된 초창기서부터 관련 연구에 참여해온 그녀가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셜미디어 도구는 가치 있는 정보를 골라내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콘텐츠 큐레이션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당신은 소셜한가』의 저자 또한 강조한 것으로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더미 속에 필요한 정보에 적절하게 도달하는 방법을 획득하는 것이 향후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게 전략이라 할 수는 없지만 요즈음 시대에는 너무나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자칫 목표와 방향성을 인식하는 것이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이러한 목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 자체의 양이나 가치보다는 정보를 필터링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정보를 다스리는 능력을 통해 지배 권력을 유지해 왔다. 이는 소셜 네트워크 선상에서 예측 가능한 몇 안 되는 전망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본다.

 
 
염혜원 필자소개
염혜원은 연극을 공부했고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며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다.
 

 

  NO.183_2012.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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