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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의 명소화(landmark)가 갖는 경쟁력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전임학장은 세계적인 흐름이 하드 파워(hard power)에서 소프트 파워(soft power)로 바뀜에 따라 문화경쟁력이 곧 국가의 전략을 말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화예술이 산업으로 성장하면서 이 분야 또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로 자리매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2015 공연예술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국내 공연시장 규모(공연시설과 공연단체의 매출액을 합한 금액)는 총 7,593억 원으로 파악되었다. 이는 2012년 국내 공연시장 규모 7,130억 원보다 6.5% 증가했으나, 성장률은 23.3% 둔화한 것이다. 정부는 문화예술 분야를 제도적으로 막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발전시킬 수 있는가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다. 이에 문화공간을 명소화하여 문화 가치를 확산시켜야 한다. 문화예술공간 랜드마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예술산업의 성장은 물론 선진국형 도시개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따라서 문화공간의 명소화는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공연장들은 킬러콘텐츠의 개발, 공연예술 정책 개발과 지원, 관광인프라 구축 등으로 문화공간 랜드마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상호연관성을 연구하여 그 가치를 확대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의 보몰(Baumol)과 보웬(Bowen) 등 일부 경제학자는 예술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예술의 만성적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론적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예술 분야는 노동집약적 분야로, 지원을 통해 지속성을 유지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1970년대 중반 영국은 소위 빈민가인 이스트엔드(East End) 지역 재개발을 위해 런던 중심가에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를, 미국은 워싱턴에 케네디 센터(J. F. Kennedy Center)를 설립하여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재 다양한 예술기관들은 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운영구조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예술시장의 특성과 예술단체 운영 등의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효율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시작하였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연계하여 거시적 측면의 창조경제 영역에 편입을 시도하고 있다.
종합문화공간은 엄밀히 말해 ‘다목적 홀’의 성격을 지닌다. 이를 아트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예술이라는 창조성을 매개로 시민들 간 마주침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마주침은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를 감소시키고 개개인들에게 개성 있고, 역동적인 삶을 제공한다. 또한, 예술인에게는 창작의욕을 높여주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며 문화 복지 기반을 넓혀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문화예술공간은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문화적 공간으로서 문화예술창작자와 향유자를 매개하는 구심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국내 대부분의 아트콤플렉스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적인 장치인 동시에 기본 문화시설이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고 해당 지역사회를 문화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수도권 몇몇 공연장 예를 들면,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은 문화공간 명소화로 대표적이다.
문화공간 명소화란 측면에서 문화브랜드란 문화리더십, 명성(서울빛초롱축제, 서울거리예술축제(前 하이서울축제 등), 인프라(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국립현대미술관, 남산타워 등등) 그리고 네트워크(학교, 전문 인력, 클러스터와 시민의식, 자질, 창의력)로 구성된다. 문화공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화산업 단지형으로 발전해야 한다. 둘째, 문화향수 시설 건립과 그에 따른 주민 참여적 대규모 문화행사를 중심으로 문화향유권을 극대화해야 한다. 셋째, 대량소비 중심형 문화의 거리를 조성하여 상시적인 대량소비를 목적으로 하는 특정한 일부 공간의 쇼핑몰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지역의 문화예술과 자원을 결합한 산업 육성과 이를 뒷받침하는 환경 조성을 통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지난 6월 경기도가 경기도문화의전당 폐지를 추진했다. 이에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대토론회를 진행, 폐지를 재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이는 문화시설 명소화를 위해 위기를 기회 삼아 반성과 혁신의 자구책을 마련한 사례다. 대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경기도문화의전당 폐지는 문화예술의 공공성을 시장논리로 재단하고 지역 주민의 문화기본권을 침해하는,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 “아트콤플렉스는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문화적 장치인 동시에 기본 인프라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문화공간 명소화에 힘을 실었다. 그 후 여러 차례 공청회 등이 개최되었다. 그 결과 자치단체장과 의회 등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다시 회생하였다. 그리고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과 경영진을 중심으로 경영혁신위원회를 발족하고 통합노조 등과 함께 급변하는 내‧외부환경에 적극 대처하기로 하는 등 도약을 다짐했다. 이는 문화공간의 명소화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인식시켜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공간 명소화에 대한 노력이 없을 때 문화시설은 애물단지처럼 보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공연장은 아트콤플렉스 기능의 극장으로 운영의 목표와 과제를 가지고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문화 컨트롤 타워로서의 존재감을 지속해야 한다. 이는 결국 예술경영을 통한 문화예술 가치 확산의 의미로, 그 의미와 사회적·경제적 파급효과에 관하여 예술경영 분야에서 다루어야 한다. 예술 가치 확산은 한 사회의 수용 정도나 문화 수준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향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정배는 청운대학교 공연기획경영학과 교수다. 국내 최초로 4년제 예술대학에 공연기획경영학과 '틀'을 만든 초대학과장(2004.3-2009.2)이다. 공연기획입문, 예술경영, 예술경영학개론, 페스티벌기술, 공연마케팅 등 저서와 40여 종의 논문, 학술발표, 연구보고서 등이 있다. 본 지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