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진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TEL 02-708-2293 FAX 02-708-2209 E-mail : weekly@gokams.or.kr
다양한 유통플랫폼, 변화하는 제도, 무엇보다 컬렉터 개발이 중요
2016 미술시장 결산 및 전망2016년은 다사다난한 해였다. 국내 미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위작, 대작 논란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고 더불어 성추문, 블랙리스트 등 또 다른 논란이 불거져 시끄러웠다. 연말을 맞아 2016년 미술시장 및 유통과 정책 분야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웹진 《예술경영》을 통해 짧게나마 정리해보고자 각 분야 전문가를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했다.
일시 : 2016년 12월 19일(월) 오후 2시
장소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사회 : 채은영 임시공간 큐레이터, 웹진 《예술경영》 편집위원
참석자 : *가나다순
구정연 더북소사이어티 공동 대표
김인선 월링앤딜링 대표
소육영 서울옥션 미술품경매팀 이사
최선 유니온아트페어 참여 작가(작가미술장터)
채: 바쁜 연말에 참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 좌담은 2016년 미술계를 미술시장, 유통 및 관련 정책과 관련해 돌아보는 자리입니다. 먼저 2016년 미술시장과 관련해 경험하신 내용을 소개하면서 시작해보겠습니다.
최: 저는 올해 3개의 아트페어(유니온아트페어, 블루미아트페어, 회동길아트마켓)에 참여했는데, 모두 작가미술장터 사업이었습니다. 사실, 전 이전엔 작품 판매와 그다지 상관없는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아트페어에 참여하면서 작품 가격을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 고민해봤습니다. 막상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 내 마음대로 해도 되나 뭐 이런 고민을 하다, 참여한 아트페어가 작가미술장터이다 보니 시장 가격의 1/3 정도에 내놓았지요. 3개 아트페어 모두에서 판매가 잘 된 건 아니었지만, 내 작업을 파는 전후 과정에 대해 경험하였고 무엇보다 작가들을 비롯해 많은 분을 만나 좋았어요. 또 실제로 작업이 팔리는 경험을 한다는 게 신기했고, 수익의 일부로 다시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사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김: 저는 블라인드데이트란 아트페어를 지난해에 이어 진행했어요. 작가미술장터가 실제로 작가가 직접 기획·운영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기에 윌링앤딜링이 기획단체로 초청된 형식이었지요. 저흰 작가들에게 작품가격이 50만 원이라면, 시장에선 100만 원의 가치가 있도록 부탁했어요.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가격의 높고 낮음보단 돈을 지불하고 산다는 행위를 할 때 까다로워지기 때문이죠.
구: 출판 페어에 많이 가봤는데, 책은 작품 시장보다 더 어려움이 있는 거 같아요. 저희 더북소사이어티는 소위 아트북을 취급·소개하는데 실제 작가의 책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작가들이 책을 만드는 수치는 높아지는 추세인 거 같습니다.
소: 서울옥션은 경매회사고 2·3차 시장인데, 기존 작품을 가진 사람들이 작품을 경매에 출품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사가는 그런 형태죠. 미술시장은 경기에 민감한데 작년과 올해는 미술시장이 성장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단색화 작품 가격이 올라가기도 했고, 최근 낙찰 상위 1위부터 5위까지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었어요. 중국 작가들에 비해선 국내 작가의 작업이 많이 저평가되었는데, 조금씩 자리를 잡아 가는 거 아닌가 싶어요.
채: 아무래도 기존 미술시장 관련 활동을 계속하는 입장과 지원 정책으로서 아트페어를 통해 미술시장에 유입되기 시작한 입장에서 미술시장에 대한 경험이 다른 거 같네요. 앞서, 말씀하신 내용을 좀 더 미술시장 환경과 관련해 의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소: 경매와 관련해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방식이 낙찰 금액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특히 일반 시민의 경우엔 “나도 그리겠다” 식의 반응이 많죠. 경매 시장에서 한국 작가가 자리를 잡아 가는 상황은 의미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매에 나가는 작가 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다양한 작가층이 1차, 2차, 3차 시장에 유입되어야 하는데, 현재 한계가 온 거 같아요. 지금 아트페어에 참여하는 작가가 경매 시장으로 들어오는 건 시간이 좀 오래 걸리죠.
김: 윌링앤딜링은 시장 집중 갤러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트페어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갤러리처럼 수익을 신경 쓰지 않고 시장에 관련한 이런저런 모색을 하는데 의미 있었다고 봅니다. 블라인드데이트의 경우, 작가 이름을 알 수 없으니 미술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컬렉터와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거 같았어요. 기존 구매자들도 평소 화랑보단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니 생각보다 많이 구매하시더라고요. 작년엔 미술계 분들이 구매했다면, 올핸 확실히 일반인 구매율이 높아져서 희망이 있겠구나 싶었어요.
구: 블라인드데이트 사례에 공감하는 게, 컬렉터가 처음 작품을 사고 꾸준히 구매할 수 있는 시작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죠. 미술 도록이나 책은 무료로 주는 것이 익숙하잖아요. 작품 가격은 비싼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훨씬 저렴하죠. 저는 그런 책을 구매하는 경험이 정말 좋았고, 그런 게 작가에 대한 지원과 지지가 되는 건데 우린 아직 그게 잘 안 이루어지죠. 그래서 생산하려는 사람은 많은데 그만큼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서점에 오는 층이 단골 중심으로 한정적이라 여러 북토크 등의 행사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소: 경매는 미술시장 중 가장 트렌드한 것을 보여주는 데, 스페셜리스트 입장에선 작가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왜 이 가격인가를 고민하죠. 다른 갤러리나 미술관 전시도 좋지만 어떤 측면에선 경매 프리뷰도 좋은 경험을 제공해요. 아카데미도 하고 하는데, 아무래도 경매는 금전이 오가서인지, 진입 장벽인 높은 거 같아요.
김: 평소에도 샵을 열어 굿즈나 출판물을 판매하긴 하는데, 지원받는 아트페어를 꾸준히 진행하니 이윤이 생깁니다. 작품과 관련된 방법과 프로세스에 대한 가능성을 알아보는 실험에 의미가 있어요. 컬렉터가 되기 위한 시작에는 저렴한 가격대나 구매 시의 긍정적이고 좋은 느낌 등이 필요하죠.
최: 작가 입장에선 아트페어에서 직접 세일즈하며 같이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이전까지 미술시장 유통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아트페어에 참여하게 된 경우죠. 중간 매개자가 없어서 작품 가격을 매기는 것도 어려웠고, 작품의 소개나 관리를 작가가 온전히 해야 하는 건 우려스럽지만요. 이런 과정이 10여 년 계속되어 여러 매개자가 생기고, 경매 시장에도 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채: 미술시장이나 유통에서 아무래도 구매자, 컬렉터의 역할이 중요한데, 기존 시장 구매자보단 다른 시장 활동에서 컬렉터 개발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근 아트페어는 그런 부분을 모색하는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김: 본 행사 한 달 전부터 작가 토크나 컬렉터 토크 등의 연계 프로그램을 해요. 특히 컬렉터 토크의 경우, 컬렉터들이 작가를 브랜드네임으로 접근했던 걸 작가 자체로 접근하고 나에게 맞는 것을 소유하게 되는 의미를 이야기하죠. 작가를 이해하고, 구매 의미에 대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아요.
구: 미술시장 관련해서 금액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그 작업의 가격이 몇 십억이 된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소: 아무래도 매체에서 미술시장 관련 소개를 작품 가격의 숫자나 정치적 스캔들의 소재나 위작 등으로 다루어서 일반인들이 미술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는 게 있죠.
김: 경매회사 책자에는 가격만 올라와 있는데, 작가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고 봐요.
최: 유니온아트페어를 마무리하면서 저희 내부적으로 ‘싼 가격이 능사냐’라는 질문과 함께 컬렉터 층을 확장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했고, 내년에는 독립적으로 이 사업을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어요.
구: 해외 아트페어를 돌아다니면서 세일즈의 중요성을 절감해요. 세일즈가 잘되는 이유는 항상 교육적인 활동과 연계된다는 것이죠. 이 시점에 이 출판물이 왜 중요한지, 어떤 출판물을 조명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요. 책을 사라고 말하는 것보다 포럼이나 세미나, 토크 등이 있어야 성공해요. 미술시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어요.
김: 전시를 보는 사람은 많지만, 사는 것에 대한 경험이 필요하죠. 초보 컬렉터 입장에서는 50만 원도 쓰기 힘들어요. 다만 ‘한번 사고 나면 계속 사고 싶어진다’고 경험해본 사람과 안 해본 사람의 인식이 완전 달라요.
구: 저도 해외에서 좋은 책을 많이 사요. 비싸지만 주저하지 않는데, 계속 뭔가를 구매해봐야 좋은 것을 구분하게 되죠. 작품을 본 공간에서 중간 매개자, 큐레이터 등이 매개역할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비영리 쪽은 그것이 약한 것 같아요.
채: 내년 미술시장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주목할 점은 내년 8월 시행하는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입니다. 상업갤러리나 경매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상 이 법에 대해 잘 모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이 법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소: 위작이 검증되지 않는 통로를 통해 유통되니까 이를 검증하고자 허가된 사람, 신고한 사람에 한해서 유통하도록 하겠다는, 국가가 컨트롤, 개입하겠다는 의미가 크죠. 그리고 감정, 보증 부분을 타이트하게 해서 한번 어기면 취소 등 엄격한 제재를 하려는 거고요. 여러 번 공청회를 했는데, 기존 미술시장의 중개 대상으로 열렸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김: 국가의 개입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미술시장과 직접 관계된 상업 갤러리, 경매 회사 등은 정보에 대해 잘 알고 있을지라도 그 외 단체나 공간들은 해당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할 거 같아요. 작가미술장터나 굿즈 등 최근 미술시장에서 다양한 미술 유통에 대해 모색하고 실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법이 만들어지니 여러 가지로 매우 혼란스럽죠. 그냥 하던 대로 해도 되는 건지...
구: 사실 모르고 있었는데, 저희처럼 서점 플랫폼으로서 책이나 기타 여러 작업, 굿즈 등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르겠네요.
소: 경매 회사는 위작문제가 예민하기 때문에 여러 단계에 걸쳐 감정을 해요. 그래서 이 법은 기존에 하고 있던 것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느껴지네요.
채: 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7년에 예술산업에 중심을 두고 미술 유통의 다변화 시도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머천다이징(MD) 시제품 개발비 지원 및 국내외 상품 유통망을 지원하고자 하는데요. 이런 사업 계획에서 고려할 점이 무엇이 있을까요.
최: 작가 입장에서는 굿즈 같은 프로덕션 분야는 아트페어나 작가미술장터와 연계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또 여러 문제가 있더라고 기존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교류로 파생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김: 굿즈를 만드는 사람을 모아서 장을 열고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어요.
구: 실제로 작가 굿즈 가격이 싼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많이 팔리기 어려운 품목이에요. 국내 향유 층이 좁으므로 해외 유통 확장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런 정보가 너무 없어요.
김: 예술 스타트업이나 굿즈 업체를 선정, 장을 열어주고 유통 프로세스에 대한 교육이나 워크숍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정량적 평가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그것을 위한 과정으로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이 더 중요할 거 같아요.
채: 짧은 시간 동안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 활동가로서 내년에도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을 기대하겠습니다.
채은영은 ‘임시공간’ 큐레이터이며 통계학, 예술경영,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도시 공간에서 자본과 제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진 미술의 상상과 실천을 위한 기획, 연구, 강의 및 비평을 하는 인터-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포스트프로파간다>(2013), <미적범주>(2013), <메타데이터>(2012), <만국박람회>(2012), <사운드스케이프>(2012) 등의 전시 기획과 송도신도시 삼부작(유령the invisible, Other Residence, 파산의 記述), DIY 포럼, 다른 공간 : 다른 경제와 다른 예술 등의 공공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동석 전시기획상(2013)을 수상했고, 프로젝트 비아(2013)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금 수혜 및 큐레이터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도시재생과 예술/가>(2016) 편집 및 저자이며 로컬 큐레이팅을 주제로 인천아트플랫폼 연구레지던시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