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고 아름다웠던 젊음, 열정 그리고 추억을 소환하는 데는 '대학로' 만 한 곳이 없다. 젊든 나이가 있든 간에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로 그럴 것이다.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이 올해부터는 바로 그곳, 대학로 일대에서 마켓 플레이스(market place)형태로 열린다.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국내 유일의 국제 공연예술 마켓인 서울아트마켓은 한국의 우수한 공연예술작품을 해외로 진출시키고자 만들어진 유통 플랫폼이다. 쇼케이스 공연과 부스 전시를 중심으로 ‘스피드데이팅’, ‘팸스살롱’, ‘팸스나이트’ 등으로 참가자들 간 교류의 기회를 만들고, ‘포커스세션’, ‘라운드테이블’로 다양한 시장정보를 제공한다.
2016 서울아트마켓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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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은 작품이 향후 더 많은 공연장에서 실연되도록 논의되고, 계약이 이루어져야 하는 비즈니스의 장이다. 즉 사업의 성과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4~5일의 짧은 기간 안에 갑자기 공연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공연예술계 일각에선 ‘마켓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공연이 거래되기 위해서는 공연장, 축제 프로그래머, 기획자, 프로모터, 제작자 등 공연예술시장 참여자 간 장기적인 네트워킹을 통한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전, 후속작업이 참으로 많다. 그러나 상징적이고도 실효적인 이벤트는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향후 전략 모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말하자면 화룡점정 같은 것이 공연예술 마켓이다.
지난 12년간 쇼케이스의 기회가 주어지는 ‘팸스초이스(PAMS Choice)’는 공모를 통해 총 181편이 선정되었고, 이 중에서 총 1,206건의 해외진출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으로는 안은미 컴퍼니(2011년), 잠비나이(2012년), 블랙스트링(2014년) 등을 들 수 있다. 비단 이들 뿐만 아니라 많은 단체들이 서울아트마켓을 계기로 유럽, 미주, 중남미 등의 다양한 국가의 축제 및 플랫폼으로 진출, 한국 공연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러나 서울아트마켓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견본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마켓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다. 캐나다의 ‘시나르(CINARS)’, 호주의 ‘호주공연예술마켓(APAM)’, ‘월드뮤직엑스포(WOMEX)’, 독일의 ‘탄츠 메세(Internationale Tanzmesse NRW)’, 일본의 ‘요코하마공연예술미팅’, 중국의 ‘차이나 스파프(China SPAF) 등 기존의 쟁쟁한 아트마켓 형식의 행사들이 계속 발전해 가고 있다. 여기에 영국의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 세계의 주요 축제들도 마켓(시장)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페스티벌과 마켓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아트마켓도 본질은 유지하되 외연적 확장과 더불어 내실을 다짐으로써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축제와 결합된 마켓으로의 형식적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장소성을 부각시켜야 한다. 영국에는 에든버러가 있다면 우리에겐 대학로가 있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공연장 수는 총 1,280개로, 이 중 대학로에는 165개가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전국의 약 13% 정도의 공연장, 그것도 소극장 중심의 공연장에서 전국 평균의 2배가량의 공연이 이루어진다는 점인데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서울아트마켓은 올해부터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을 집중 편성했다. 개최 이래 처음으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에서 개막식(10월 16일)을 열어 해외참가자들에게 ‘대학로’라는 공연예술시장으로서의 장소를 자연스럽게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중요한 마켓의 성공요인인 콘텐츠의 외연확장 및 내실화가 필요하다. 매년 국내외 공연관계자들이 서울아트마켓에서 볼 수 있는 공연은 팸스초이스 쇼케이스 18개 내외 작품, 해외쇼케이스 2~3개 작품으로 제한적이다. 또 사실상 30여분의 짧은 쇼케이스로 공연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은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존 팸스링크(PAMS Link) 외에 ‘대학로 초이스’를 별도로 마련해 해외 공연관계자들이 쇼케이스가 아닌 정규공연으로서 보다 많은 대학로 작품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내년(2018년)부터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아트마켓을 보다 유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서울아트마켓 기간 중 앞의 2일(10.14~10.15)을 프리팸스(pre-pams)로 지정하여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연계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짧은 6일을 위해 1년을 준비해온 참가 단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우리의 좋은 작품이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전 세계에 초청되기를, 그 공연을 본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무엇보다 대학로가 우리들만의 추억을 소환하는 장소가 아닌 전 세계 공연예술 관계자들에게 아시아 공연예술의 메카로 각인되길 바란다.
2017 서울아트마켓 공식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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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의 내용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