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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끼와 재능, 신직업으로 미래를 열다
.일자리, 특히 청년 일자리 문제는 최근의 정부 정책 중 가장 핫 이슈이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5년 이후 20%를 계속 넘어가고 있고 청년이 가고자 하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는 점차 줄어 일자리를 두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원하는 곳, 원하는 직업으로 진입한다고 하더라도 그곳이 진로결정의 종착점이 아닐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몇 번의 직장, 혹은 직업을 바꾸고 평생 경력개발을 해야 하는 시대에 본격 진입하면서 일자리에 대한 관심 역시 청년층뿐만 아니라 준고령자에게도 중요해졌다.
기존에는 ‘어디에서 일할 것인가’, 즉 취업이 곧 일자리를 얻는 것이라는 공식이 유효했다면 이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즉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변화이다. 또한 예전부터 있어왔던 전통적인 직업에서는 양질의 좋은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고 경제성장으로 많은 인력을 채용한다는 기대도 사라진 지금, 직업에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더욱이 서비스가 다양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요구 또한 더욱 세분화 되고 있고, 소비 트렌드로 거론되는 ‘가치 소비’ 역시 새롭고 참신한 직업을 탄생시키는 환경에 일조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기존에는 하나의 단순한 서비스에 불과하던 것이 직업이 되고, 일자리가 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져오는데 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직업의 등장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기술발전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증강현실, IoT, 드론, 자율주행자동차, 빅데이터 같은 단어가 일상 곳곳에 들어오고 있고 인공지능은 이미 여러 산업과 직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하다. 기술발전은 일자리와 관련한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였는데 예술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공지능시스템에 의해 창작의 영역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은 결국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히 기술발전은 예전에 없던 영역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고, 예술분야 역시 예술인의 역량이 더해져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 즉 신직업을 만들고 있다.
신직업이란 기존 직업과 차별화된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변화에 발맞춰 활성화가 기대되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신직업의 범주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착이 미흡하지만 해외에는 직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있고, 소수가 종사하지만 점차 파급력이 커지고 있는 직업도 포함된다. 기존 직업의 한계, 혁신적 기술발전은 정책적으로 신직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에까지 이르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도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신직업을 발굴·육성하고 있으며, 서울시 등 지자체차원에서도 새로운 직업을 만들고 확산하는데 적극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 상품/공간스토리텔러, 문신아티스트, 홀로그램전문가, 미디어콘텐츠크리에이터, 3D프린팅매니저, 증강현실전문가 등은 복지수준의 향상, 기술발전 등으로 문화예술분야에 새롭게 활성화가 기대되는 신직업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최근 개인들이 직접 독창적으로 신직업을 만들거나, 기존 예술분야 직업을 세분화하여 기술융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등 신직업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물론 신직업의 특성 상 시장이 완전히 만들어지고 대규모의 고용창출이 가져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나 예술적 소질과 역량, 시장수요, 사회변화의 트렌드 등을 발 빠르게 반영하여 직업을 만드는 사례는 예술분야를 전공하고 싶거나, 혹은 관련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열린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데 충분하다.
<문화예술분야 신직업>
비디오아트테크니션 | 미술관의 의뢰를 받거나 혹은 작가 개인의 오디오, 비디오를 이용한 설치 미술품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관리한다. |
미술아키비스트 |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소장품이나 전시품 또는 각종 자료(작가의 개인 기록 등)를 수립·정리·기록한다. |
인포그래픽기획자 | 다량의 정보를 비주얼화하여 한눈에 볼 수 있게 디자인하는 인포그래픽디자인 제작에 필요한 정보의 분석과 디자인 등을 기획한다. |
디지털문화재복원 전문가 | 3D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기존 문화재 또는 소실된 문화재의 디지털 정보를 복원하고 구축한다. |
사이버큐레이터 | 사이버상의 공간에 전시할 미술품 및 작가를 발굴하고 전시의 전반을 기획하며, 사이버갤러리를 운영한다. |
전통문화스토리텔러 | 지역마다 유서 깊은 관광지, 인물, 음식자원 등 다양한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고 만들어진 이야기를 토대로 직접 공연을 기획하거나 각종 문화콘텐츠를 기획, 개발한다. |
크리에이터매니저 | 1인미디어창작자의 활동을 위해 방송사, 광고주 등과 출연일정 및 출연료 등을 협의하고, 계약체결을 대리한다. 또한, 방송 제작 및 유통환경에도 직접 참여한다. 지방이나 해외공연에 따른 여행일정, 교통, 숙박 등에 관련된 세부적인 일정을 수립‧관리하며, 방송이나 공연 등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의상을 준비하는 등 현장 방송 준비업무를 지원한다. |
창작자에이전트 |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기획을 위한 컨설팅과 지원, 자체 콘텐츠 제작, 콘텐츠-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제안, 저작권 관리, 국내외 유통채널 확보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
출판콘텐츠기획자 | 출판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하여 출판 전 과정에 필요한 원고 집필과 정리, 편집과 디자인, 정보와 출판의 창의적인 컨버전스, 고객맞춤형 지식 큐레이션, 사후평가관리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
디자인에디터 | 재능 있는 디자이너를 발굴하여 작품 활동을 지원‧기획하고, 소속 예술가의 포트폴리오를 단행본이나 잡지를 통해 홍보한다. 또한, 작품을 상품화하여 유통하고 판매하는 전 과정을 지원한다. |
미술품감정사 | 미술품의 진위를 감정하고 경제적 가치를 파악하는 일을 담당한다. |
문화매니저 | 연극, 공연행사, 오페라하우스, 극장, 유원지, 테마파크, 문화부서, 문화원, 문화단체 및 재단 등에서 근무하며 문화프로그램과 여가프로그램을 기획한다. |
문화콘텐츠디자이너 | 문화·예술분야와 타학문을 결합하고 응용하여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교육한다. |
아트커뮤니케이터 | 예술인이 가진 예술창작 및 예술 교육역량에 교사, 상담사, 사회복지사 출신 고령자들의 오랜 노하우를 결합하여 만든 직업으로 음악, 연극 등을 통해 내면을 치유한다. |
미디어콘텐츠창작자 |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인터넷이나 모바일 광고 기반 플랫폼에 배포하는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
음악캠프컨설턴트 | 아이들을 대상으로 합창, 연주, 작곡, 감상 등 다양한 음악적 체험을 제공하는 음악캠프를 열어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
※ 출처 : 『국내외 직업비교분석을 통한 신직업발굴연구』, 『2015 국내외 직업비교 분석을 통한 신직업 연구』, 『2016 국내외 직업비교 분석을 통한 신직업연구』, 『4차 산업혁명시대의 신직업』, 『2015 우리들의 직업만들기』 (이상 한국고용정보원), 『미래형 신직업군 총서』(2016, 서울시 산업진흥원), 『미래를 여는 새로운 직업』(2017, 서울시 산업진흥원)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문화예술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직업을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프리랜서로 활동하거나 취업, 혹은 창업을 하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이화창조아카데미에서는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실제 현장에 유입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취지에서 최초로 ‘문화예술 신직업 일자리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했다. 그 결과로 활용이 증가하고 있는 가상현실의 기획력을 더하는 ‘AR스토리작가’, 소매틱(Somatics)학문을 기반으로 하여 몸과 마음의 치유를 돕는 ‘소마전문가’, 고객의 문화예술 작품의 저작권 투자를 도와주거나 고객의 위탁자산을 가지고 투자하여 수익을 올리는 ‘문화예술 저작권 투자매니저’, 아티스트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고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아티스트 마케터’,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의 배경과 소품을 디자인 하는 ‘가상공간 디자이너’까지 문화영역 곳곳에서 기존과 다른 직무가 등장했다. 이들 직업의 공통점은 문화예술에 기반하되, 기술, 혹은 여타의 분야와의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기존 예술영역은 음악, 미술, 무용 등이 견고히 고유의 영역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울타리를 중심으로 성장하였다면 최근, 또는 미래의 예술영역은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고 예술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와의 조우를 통해 더 풍부하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술분야의 신직업은 사회변화의 흐름에 발맞춰가지만 이들 직업이 활성화되고 ‘괜찮은 일자리’로 자리매김하기에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우선 새로운 분야를 포용하고 역량을 발휘하기 위한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예술분야는 여타의 전공과 달리 개인의 재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었지만 이제 예술분야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예술적 재능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에 맞는 다양한 역량을 기르고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커리큘럼도 타 학문과의 융합이 필요하며 실제 해외 대학에서는 디자인과 IT, 순수음악과 인문이 결합된 전공이 개설되고 있기도 하다.
교육훈련이라는 인프라 외에도 신직업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스스로 직업을 만들고 싶은 예술분야 예비 창직자 입장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직업세계의 큰 흐름을 읽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에 대해 늘 촉각을 세울 필요가 있다. 소득수준의 향상, 고령화로 적극적 소비계층으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시니어액티브세대의 증가 등은 앞으로도 예술분야에 다양한 신직업을 탄생시킬 소지가 있는 만큼 사회변화에 열린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여타의 직업에서와 마찬가지로 본인의 흥미와 적성이 최대한 반영되어야 한다. 아무리 독창적이고 향후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하더라도 관심영역 이외의 분야라면 분명 한계에 도달하기 마련이다.
계속되는 취업난, 불안정한 일자리를 신직업이 장밋빛으로 바꿔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시작되고 있는 예술분야에서의 ‘새로운 직업 만들기’는 본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여타의 분야보다 더 의미 있는 활동이며 제도적으로 지원 가능한 인프라의 마련에도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최영순은 현재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 주요 연구로는 「4차 산업혁명 미래일자리 전망」(2017), 「인간기술융합 트랜스휴먼 시대에 따른 미래직업세계 연구」(2017), 「창직교육프로그램 개발 기초연구」(2017), 「지능정보사회 산업구조변화의 노동시장 영향 연구」(2017)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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