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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사용설명서
.우리나라 대중의 예술 소비는 점진적으로 증가하였지만, 대체로 영화, 아이돌 등 대규모 투자 기반 대중문화 분야에 치우쳐 있어 전시, 공연, 연극 등 예술 분야의 소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게다가 최근 2~3년 동안 여러 사회 이슈들로 인하여 공연예술계의 위축 현상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특히 예술분야의 자금조달을 다각화하는 방안으로 크라우드펀딩이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유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펀딩 참여자에게 리워드로 제공하는 후원형 크라우드펀딩, 해당 기업이 증권(주식 또는 채권)을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개인들이 돈을 빌려주는 P2P대출 등이다. 이중 증권형과 P2P대출 유형을 보통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으로 분류한다.
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마케팅과 자금조달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이다. 다만,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이 주로 홍보 마케팅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과 P2P대출은 자금조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매년 5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국내 크라우드펀딩 시장은 올해 증권형과 후원형 부문은 각각 400억 원, 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예술분야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뮤지컬 및 락페스티벌 등 공연에 대한 투자, 공연제작사와 공연장 운영기업, 음반유통사 등이 실행했는데 뮤지컬 <캣츠>, <나폴레옹>이 각 5억 원과, 1억 6천만 원을 모집한 바 있다. 5천만 원에서 1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지만, 정작 3천만 원을 초과하는 펀딩 성공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예술분야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단지 소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예술의 제작 및 유통 단계에 직접 투자자로 참여할 수도 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17 공연예술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공연단체는 연간 평균 8.1건의 공연을 기획·제작한다. 그리고 이런 공연 작품 제작을 위해서는 극장의 규모나 사용 장비, 출연료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기본적으로 1억 원 내외의 제작비가 소요된다. 흥행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공연예술의 특성 상 제작비를 조달하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이 자금조달의 난제를 일반 대중으로부터 재원을 조달하는 크라우드펀딩이 그 공백을 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때 펀딩의 기본 전략은 예술작품의 소비자들을 우리의 후원자로, 투자자로, 마케터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업의 이익과 투자자로 변신한 소비자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기업과 고객 사이의 관계가 보다 밀접해지는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술분야의 대중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예술 투자를 저해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낮추고, 투자 위험을 분산시키는 방안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예술분야에 투자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 한다. 예술시장은 매우 특이하며, 변동성이 심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정말 크다. 어쩌면 해당 프로젝트를 잘 아는 사람들만이 투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고객, 소비자를 투자자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술기업 투자설명회 또는 쇼케이스 등을 통해 투자자와의 접점을 높이는 것도 좋다. 그리고 예술기업에 대한 투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투자정보, 분석리포트를 공개하는 것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다. 예술기업에 대한 기사나 인터뷰 등은 많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투자정보와 분석을 제공하는 리포트는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술기업에 대한 성공적인 자금 조달 사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투자 저변도 그 만큼 확대될 것이다.
예술기업이 수행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소규모 공연을 몇 개의 프로젝트를 묶어서 한 문화기획사에서 펀딩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일종의 포트폴리오 투자인 셈이다. 재원 조달은 불가피하게 리스크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나의 프로젝트에서 10%의 투자 수익률을 얻는 것보다 10개 프로젝트에 나누어 투자하는 것이 목표 달성에 유리하다. 10개 프로젝트에 나눠서 투자한다면, 이 가운데 세 개는 이익을 얻고 네 개는 손익이 같고 세 개는 손실을 나더라도 가중 평균 수익률이 10%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고, 더 안전하다.
재무적 관점에서 보면, 자본금을 늘리는 것이 재원 마련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해당기업이 채권을 발행하면 그만큼 부채가 늘어나고, 재무적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이 주식을 새로/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유상증자는 부채 비율이 낮아져 재무적 안정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한두 개의 프로젝트(작품)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공 프로젝트에 의해 손실이 상쇄된다. 중기적으로는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했을 때, 주식투자로는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 크라우펀딩에 참여하는 투자자이자 작품의 소비자를 고려한다면, 발행회사에서 해당주식을 되사거나(상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전환우선주 형태를 고려할 만하다. 기업은 중기적으로 투자자금을 획득할 수 있고, 투자자는 기업이 향후 창출할 이익에서 투자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투자자는 주식시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주식이 거래되는 코넥스(KONEX, KOrea New EXchange)라는 주식시장이 있다. 창업 초기의 중소,벤처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개설된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이다. 코스닥(KOSDAQ)에 비해 진입 문턱과 공시부담을 크게 낮춘 시장으로 중소기업이 코넥스 시장 상장 후 공신력과 성장성을 확보해 코스닥(KOSDAQ)시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3억 원 이상 보통주를 발행하면, 코넥스에 특례 상장할 수 있다.
예술기업들이 자신들의 고객을 후원자로 만들고 싶다면 후원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자로 만들고 싶다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예술기업이 향후 추진할 프로젝트의 필요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를 발행할 수도 있으며, 새로운 주식(보통주, 상환전환우선주)을 발행하여 회사의 자본금을 늘릴 수도 있다.
어느 기업이라도 펀딩을 활용한 재원조성은 선뜻 시도하기 쉽지 않다. 특히 예술기업에게는 더욱 낯선 방법일 것이다. 다행히도 올해부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예술분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펀딩 오픈 외에도 교육과 컨설팅, 법률서비스와 홍보마케팅 등 부가적인 지원도 포함하고 있어 예술기업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투자자와의 접점을 늘려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시키고, 포트폴리오 구성과 증자를 통한 위험을 분산시키는 다양한 시도가 예술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길 희망하며, 예술기업을 향한 민간 투자 역시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한다.
성진경은 증권사에서 10년 동안 주식시장 분석하고 전망하는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1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오마이컴퍼니를 창업하면서 사회적기업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소셜 이슈, 문화예술, 여행관광, 농식품 분야의 의롭고 이로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필요 자금을 모집하는 일을 하고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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