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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을 돌아보는 6가지 특징
2018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의 리뷰 및 전망2018년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은 어떠했을까? 2018년 상반기 해외미술시장에 이어 오늘은 올 상반기 한국 미술시장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본다. 국내미술시장이 아니라 굳이 한국미술시장이라고 지칭하는 데는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작가의 국내외 시장 성과를 통합적으로 살펴보고자 함이다. 2018년 상반기 한국미술시장의 특징은 크게 6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미술시장의 규모는 약 68조 정도로 추정 되며 우리나라 미술시장은 이의 약 0.6%에 그친다. 한국경매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에 약 14,150개의 경매회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트프라이스(Artprice)에서 2018년 상반기에 조사한 글로벌 경매회사 탑 30 리스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두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각각 12위와 15위에 올라와 있다. 생각보다 높은 순위지만, 전 세계 경매회사 중 약 6개 정도의 경매회사가 전 세계 경매매출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나라 경매규모는 전 세계 경매규모의 1%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순위에 비해 시장의 규모가 크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약 240여개에 달하는 국가 중 제대로 미술시장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수십여 개에 불과하고, 이 중 한국미술시장의 랭킹이 10위에서 15위 사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우리의 미술시장은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① 작년 상반기 대비 경매매출규모 확대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의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 국내 9개 경매사*의 미술품 경매액은 1,030억 원이었다. 올 상반기 경매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915억보다 54억, 약 5%가 증가한 것이다. 낙찰율은 87.5%로 집계되었다. 이 중 서울옥션이 약 618억 원(약 60%), 케이옥션이 약 351억 원(34%)을 점유, 양대 경매사 비중이 국내 경매시장에서 압도적임을 알 수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미술시장을 지배하고 세계미술시장의 관심을 받았던 단색화 열풍이 이전만 못하지만, 상반기 국내미술시장은 여전히 단색화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미술품 경매액이 1,030억 원이었다는 것은 2017년 총액 1,900억 원, 2016년 1,720억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국내 9개 경매사 : 서울옥션, K옥션, 아이옥션, 에이옥션, 아트데이옥션, 마이아트옥션, 칸옥션, 꼬모아트옥션, 에이치옥션
② 김환기 붉은 점화, 국내 최고가 갱신
2018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72년도 작품 붉은 전면 점화 <‘3-II-72 #220>가 85억 2,996만원에 낙찰되어 국내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재 국내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최고가 작품 10점 중 2점을 제외하면 모두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다. 게다가 지난 3년간 김환기는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계속 갱신해 왔고, 그 결과 현재 1위부터 6위까지 국내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모두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미술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경매에서 가장 많은 거래액을 차지한 것도 김환기로, 작가의 거래액이 약 230억을 차지했다. 이중섭 역시 작가 자신의 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 2010년 경매에 출품되었던 <황소>가 당시 35억 6,000만 원에 낙찰, 작가최고가로 기록 되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이중섭의 다른 <소> 작품이 47억에 낙찰되면서 작가의 이전 신고가를 경신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가 거래작품 7위에 올랐다.
③ 활기를 띈 고미술품거래
2018년 상반기 고서화, 서예, 공예품, 도자기 등 고미술품 거래가 강세를 보였다. 시작가에서 많이 올라가지 못하고 낙찰되는 근현대미술품의 올해 상반기 경매 분위기와 달리 고미술품은 경매추정가 범주를 훌쩍 넘어 낙찰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되었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올 상반기 고미술품거래액은 약 148억 6,000만 원이며, 이 수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3% 상승한 규모다. 6월 서울옥션에서는 여름 경매에 출품된 10점의 도자기가 모두 낙찰돼 관심을 모았다. 앞서 5월 K옥션 경매에서는 고미술품 69점 중 61점이 팔려 낙찰률 88%, 낙찰총액 17억 1,670만원 이라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이처럼 고미술품 거래가 활발한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미술품 가격이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전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저평가되어, 컬렉터의 투자심리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반적으로 고미술품 컬렉터의 경우 한번 소장한 작품을 시장에 다시 내놓는 경우가 많지 않은 특징이 있는데, 최근에는 시장에 희귀 매물이 쏟아지면서 고미술품거래가 활기를 띄고 있다.
④ 해외 주요 아트페어 진출 국내갤러리 다양화
국내미술시장에도 아트페어 수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아트페어란 보통 여러 화랑들이 일정기간, 한 장소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상반기 국내에서 열린 다수의 아트페어 중 주목할 만한 것은 3월 ‘화랑미술제’와 4월 ‘아트부산 2018’ 이었다. 화랑미술제 기간 3만 2,000여 명의 관람객이 화랑미술제에 방문했고, 작품거래액은 총 3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2012년 창설된 이래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온 아트부산은 작품거래액을 밝히지 않았으나, 2017년 전년대비 관객 수 40%, 매출액 60%가 증가했다고 발표해 국내미술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상반기에 해외 주요아트페어에 진출하려는 국내 갤러리들의 노력도 돋보였다. 뉴욕 ‘아모리쇼’에는 갤러리현대, 아라리오가 참여했고, ‘아트페어 도쿄’에는 서울 313아트프로젝트, 대구갤러리 이리텀(Irritum)이 참가했다. ‘아트바젤홍콩’에는 총 11개의 한국 갤러리가 참여하였다. 페어의 주축으로 가장 경합이 치열한 ‘갤러리즈’에 국제갤러리, 학고재갤러리, PKM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 리안갤러리 등 6개 화랑이 참가했고, 인사이트 부문에는 313아트프로젝트, 갤러리EM, 갤러리바톤, 조현화랑, 우손갤러리가 참여했다. 이 중 갤러리바톤, 조현화랑, 우손갤러리 등 3개 화랑은 올해 첫 참가자격을 얻은 것이었다. 그리고 6월 열린 ‘스위스 아트바젤’에는 국제갤러리와 타나킴갤러리, 원앤제이갤러리가 참가했다. 이중 가장 큰 소기의 성과는 원앤제이갤러리를 통해 소개된 강서경 작가가 ‘아트바젤 발로아즈’ 아트 프라이즈 상을 수상한 것이다.
⑤ 이우환,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가장 많이 주목하고 있는 한국작가
2018년 상반기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가장 돋보인 한국작가는 이우환이었다. 홍콩아트바젤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를 통해 소개되고, 가장 많은 작품거래 성사를 이루었다. 이우환은 2018년 상반기 런던의 서펜타인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으며, 2018년 스위스 아트바젤 언리미티드섹터에서 <관계항> 프로젝트를 소개하여 아트페어를 방문한 전 세계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었다. 페어기간 그의 전속 화랑인 페이스갤러리를 통해 소개된 <다이알로그>는 VIP 오픈 첫날 빠르게 팔려나갔다. 2018년 상반기 국내미술시장에서도 이우환 작품의 수요는 꾸준했다. 특히 2016년 작가의 <선으로부터>와 <점으로부터> 시리즈가 위작시비에 휘말리면서, 수요의 경향이 <바람>시리즈와 <조응>, <다이알로그>시리즈로 넘어 온 결과 <바람>시리즈와 <다이알로그>시리즈 작품거래가가 큰 상승세다. 특히 2018년 상반기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유독 이우환의 <다이알로그>시리즈에 대한 수요가 강했다.
⑥ 해외 주요 아트씬에서 한국작가, 특히 여성작가의 돋보인 활약
2018년 상반기에는 다른 어느 때보다도 해외 주요 미술기관과 갤러리에서 한국작가를 소개하는 대규모 개인전과 회고전들이 많았다. 국제 주요 아트씬에서 한국작가 개개인의 작품세계가 심도 깊고 폭넓게 조망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미술의 저력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보였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국내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특히나 돋보였다. 대표적인 작가는 바로 이불, 양혜규, 강서경이다.
이불은 개관50주년을 맞은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헤이워드갤러리에서 한국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개최된 것은 1988년 백남준에 이어 두 번째다. 2017년 영국현대미술지 아트리뷰가 선정하는 2017년 아트파워 100인 중 85위에 이름을 올린 양혜규는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의 2018년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올해 상반기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그라츠, 독일 루드비히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다. 독일 루드비히미술관에서 열린 그녀의 회고전은 개막 15주 만에 관람객 수 5만 5,000여 명을 돌파할 정도로 국제 미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양혜규는 2018년 아트바젤 스위스와 영국 리버플 비엔날레의 아티스트 토크에도 초대되었으며, 현재 리버풀 비엔날레에 참여중이다. 이러한 그녀의 활약에 힘입어,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그녀의 작품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양혜규 작가의 작품거래는 주로 그녀와 함께 일하는 전 세계 5-6개 갤러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강서경은 아트바젤 발로아즈 아트 프라이즈 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이뤘다. 이 상은 아트바젤 스테이먼트 섹터 중 두 명의 작가를 선정해 주는 상으로, 부상으로 한화 약 3,300만원을 작가에게 수여할 뿐만 아니라, 수상작품을 구매해 유럽의 주요미술관에 기증한다. 한국작가가 이 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양혜규가 최초로, 강서경은 두 번째 수상이다.
하반기 국내경매회사들은 2,000억 원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17년 대비 약 40%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 국내미술시장을 리드하는 것은 여전히 고미술과 김환기, 이우환, 유영국, 윤형근, 백남준 같은 블루칩 작가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외 아트씬에서 선전하고 있는 서도호, 이불, 양혜규 같은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해외 유수 미술기관에 전시가 잡혀있는 한국작가들이 많다. 중국의 파워롱미술관에서는 김환기와 단색화 작가들의 전시가 계획되어 있으며, 상반기 해이워드갤러리에서 진행된 이불의 전시는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순회전이 예정되어 있고, 양혜규 또한 하반기에도 밀리노 트리엔날레와 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세, 싱가포르 국립미술관 전시로 바쁘다. 뉴욕페이스갤러리에서는 이우환 개인전, 페이스베이징에서는 이건용전이 잡혀있고, 홍콩 펄램갤러리와 뉴욕 브룩클린뮤지엄에서는 전광영전이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한국의 가장 대표적인 국제아트페어이자 아시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개최되며, 9월 7일부터는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한다. 전 세계 약 15개국 170여개에 달하는 갤러리가 참여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와 총 40개국에서 15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하반기 국내미술시장은 국내외 교류가 활발, 국내미술 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지영은 지난 18년 동안 가나아트센터 큐레이터를 포함해 미술시장 현장에서 다수의 국내외 전시를 기획하고 아트컨설팅을 제공해왔다. 현재 큐레이팅 및 아트 컨설팅 에이전시 platformA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술시장·현대미술·예술과 노동·아트비즈니스와 관련한 학술발표 및 강의와 저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는 <아트마켓바이블>(미진사), <작은돈으로 시작하는 그림재테크>(위즈덤하우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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