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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3사, 상반기 공연시장을 말하다 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서는 상반기 공연시장을 결산하며, 시장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요인들을 공연계 내·외부의 이슈들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좌담에는 예스24 ENT 사업본부 이선재본부장과 클립서비스 문화전략사업부 정기훈 부장, 인터파크 ENT부문 정태호 마케팅 팀장 등 국내 대표적 티켓 유통채널 3사가 참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018년 상반기 공연시장은 성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러시아 월드컵 등의 세계적 이벤트와 4.27 남북정상회담, 6.13지방선거 등의 사회적 사건과 초미세먼지와 폭염 등 특히 올해 유난했던 환경문제, 특히 올해 가장 큰 이슈인 미투와 같은 다양한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공연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10-15% 정도 성장했다.
일시 : 2018.9.4.(화) / 장소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사회 : 김일송_공연칼럼니스트, 이안재 대표
참석 : 이선재_예스24 ENT 사업본부 본부장, 정기훈_클립서비스 문화전략사업부 부장, 정태호_인터파크 ENT부문 마케팅 팀장
김일송 상반기 공연시장은 어땠나? 성장했는가 혹은 위축됐는가?
정태호 인터파크의 경우 거래액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5% 정도 성장했다. <킹키부츠>, <빌리엘리어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있었고, 그 외에 싸이, 방탄소년단 등의 대형콘서트가 거래액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선재 예스24는 거래액 기준으로 작년 동기 대비 뮤지컬 32.1%, 콘서트 76.2%. 연극 115% 정도 성장했다. 관객 수는 작년 동기 대비 28.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스24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것도 성장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다른 예매사이트들도 있지만, 인터파크와 예스24의 수치만 보더라도 상반기 공연시장이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정기훈 클립서비스는 타 예매사이트와 달리 B2B(Business to Business) 성격이 강하지만,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작년 동기 대비 10% 정도 성장했다. 예상키론 빅 콘텐츠가 몰려있는 하반기에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7-8월 두 달간의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을 웃돌기 시작했다. 결국 단체시장의 성장률을 좌우하는 건 콘텐츠의 수준 같다. 킬러콘텐츠가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시장 변동률이 굉장히 크다. 전반적인 기조를 보면 기업들이 다시 티켓 구매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김일송 기업들의 관심이란 김영란법으로 위축되었던 후원·협찬이 늘어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정기훈 기업의 뮤지컬 티켓 구입은 10만 원 이상 고가의 티켓이 주를 이루었다. 이를 접대용으로 많이 구매했는데, 김영란법 이후 특정인을 대상으로 접대하거나 선물하는 용도로 티켓을 구입할 수 없게 되었고, 그 시장은 여전히 위축되어 있다. 다만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용이나 임직원들을 위한 복지용으로 단체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김일송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른 장르의 공연은 어떠한가?
정기훈 오히려 연극 쪽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5만 원 이하의 티켓을 구매하는 경향이 일부 보인다. 최근 금융권들은 대학로 예술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도네이션 성격의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김일송 인터파크의 경우는 장르별로 구분한다면 어떠한가?
정태호 사실 뮤지컬 쪽 성장 그래프는 완만한 편이다. 그리고 콘서트는 해당시기의 콘텐츠에 따라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 반대로 연극의 경우 오픈런 공연들이 매출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 작품의 흥행성이 전체를 좌우하진 않는다. 연극은 다른 장르에 비해 분명 성장력이 높다.
김일송 오픈런 공연의 경우 순위를 높이기 위해 표를 대거 예매한 후 취소하는 사재기가 문제된 적이 있었는데, 그러면 이런 작업으로 인해 실 매출이 떨어지는 경향은 없나?
정태호 시스템이 연동되어 있지만, 막상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선재 사재기의 기준이 어디까지 인지는 모르겠으나, 100% 맞지는 않을 것이다. 이게 좀 민감한 주제다. 사재기로 인해 매출이 왜곡되는 경향이 있긴 할 텐데, 사재기가 아닌 초기 마케팅으로 본다면, 어느 영역이나 그런 부분이 존재할 것이다. 공연이나 영화나 초반에 랭킹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이런 식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시장이나 도서시장도 일정 부분 그런 게 존재한다고 본다.
김일송 앞서 상반기 진단에서 매출이 10-15% 늘었다고 했다. 작품의 편수나 횟수에 대비하면 어떤가?
정태호 제작 편수가 거래액과 같이 늘었다고 보긴 어렵지만, 추정컨대 대형·고가의 공연들이 많이 팔렸다고 할 수 있다.
정기훈 서울지역 주요극장 22군데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제작편수는 약 150편 가량이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제작편수는 104편이다. 오히려 40편 정도가 줄어든 셈인데, 매출이 상당했다는 건 킬러 콘텐츠가 올해가 더 많았고 규모가 더 컸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공연 횟수의 통계는 내지 않았지만, 횟수대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다. 다른 예로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공연편수가 적은데, 시장은 우리보다 세 배 이상 크다.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공연 하는 작품이 많기 때문이다.
이선재 장기공연을 할 수 없는 구조가 우리의 큰 문제인 것 같다.
정기훈 수요의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오페라의 유령>이나 <위키드>는 1년여 간 공연한 적이 있는데, 우리 시장의 한계적 수용이 6개월 이상이 되기 어렵다는 걸 알았다. 성수기에는 객석이 차는데, 비수기에는 그렇지 않다. 이런 수요의 한계로 인해 장기공연이 쉽지는 않다. 공연이 기념일에 보는 이벤트시장에서 벗어나 영화처럼 편하게 보는 생활시장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선재 공연시장 활성화가 중요한데, 영화, 음악, 도서, 게임, TV 등 대체제가 너무 많다. 특히 TV는 무료에 가깝고, 음원이나 게임도 저가에 즐길 수가 있다. 그에 비해 도서나 영화는 중가라곤 하지만, 공연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콘텐츠다. 여기에 평균소득이나 소득대비 문화지출 등을 고려하면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인구가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태호 인터파크에선 매년 공연 예매자수를 집계하는데, 지난해 연극, 뮤지컬, 국악, 무용 등을 예매한 인구가 180만 명 정도였다. 동행자까지 추산하면 한국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300만 명이 안 될 것 같다. 전체인구에서 공연을 보는 인구가 6%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이다. 바꿔서 말하자면 잠재적 관객이 엄청나다는 해석도 가능한 것 같다.
이선재 거기에 예스24 이용자까지 더하면 약 500만 명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김일송 요즘은 혼자 공연 보는 혼공족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정태호 1인 1매 예매율이 40%가 넘었다. 40%가 넘는다는 건 꽤나 놀라운 수치인데,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선재 회전문 관객까지 감안한다면 비율이 좀 더 줄어들지 않을까싶다.
미투, 평창 동계올림픽, 러시아 월드컵, 남북정상회담, 지방선거
김일송 상반기 공연계의 가장 큰 이슈는 미투가 아니었을까 하는데 그 영향이 있었나?
정태호 미투에 지목된 개인이 참여하는 공연에 한해서는 취소율이 높았지만, 크게 보자면 영향은 없었다. 그리고 문제가 된 공연들은 노출이나 마케팅을 최소화했고, 제작을 중단하기도 했으니까.
김일송 문제가 된 인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그가 운영하는 공연장에서 공연 중이던 작품의 출연배우들은 예매율이 급감했다고 하던데.
이선재 생각보다 문제된 인물의 티켓파워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의 극장이 공연계 전체에는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보니 영향력은 거의 없었다.
정태호 구설에 오른 인물이 있는 공연의 경우, 단체 예매율이 떨어지는 일은 있었다.
정기훈 기업도 일부 이벤트 기획을 취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일송 다른 이슈들은 어떤가? 평창 동계올림픽이나 월드컵, 남북정상회담, 지방선거 같은 사회이슈나 초미세먼지, 폭염, 태풍 등 환경이슈의 영향은 없는가?
정태호 날씨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경우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몇 개월 전 예매하는 고가 공연의 경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선재 올해 미세먼지가 심각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야외 페스티벌의 경우도 예년과 비슷한 매출을 올렸던 것 같다. 물론 예년보다 더 많이 매출을 올릴 수도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마 아동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는 영향이 조금 있었을 것 같다.
정기훈 2015년 메르스 때는 거의 공연 취소율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이슈나 자연환경 관련 이슈가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일례로 2002년 월드컵 때다. 한국과 독일이 4강전을 치르기 전이다. 원래 그날 <오페라의 유령> 예약은 매진이었는데, 갑자기 4강에 오르게 되면서 공연을 취소해야 하나 공연시간을 좀 늦춰야 하나 초긴장 상태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취소가 딱 2장 나왔다. 공연은 좌석이 한정되어 있고, 그 날의 공연을 다시 볼 수 없는 현장성이 강한 라이브 시장 아닌가. 두 분 빼고 다 공연을 선택했다. 콘텐츠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영향이 없다.
정태호 반대로 연초에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있었는데, 예약을 인터파크에서 진행했다. 그때 중장년층 예약자가 많았는데, 긍정적으로 보자면 새로운 콘텐츠가 오고간다면 신규 관객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공연비 소득공제의 영향
김일송 그런가하면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티켓 판매에 미친 영향은 없나?
정기훈 영향은 있겠으나 아직 통계화하기는 힘든 시기다.
정태호 아직까지는 정확히 집계되지 않았다. 콘텐츠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짙어, 영향을 끼쳤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워라벨’(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이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처럼 주 52시간과 맞물린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움직임들이 있으니 향후 영향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선재 분명 영향을 줄 것 같고, 그 수요가 언젠가는 공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 공연계가 이 여유시간을 어떻게 잡아올 것인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우리도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다. ‘혼공족’과 주52시간 근무를 어떻게 공략해 프로그램을 만드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태호 영화의 경우, 디큐브아트영화관은 ‘혼영족’을 위한 홀로석 마케팅을 한다고 들었다.
김일송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도서공연비 소득공제의 영향은 어떤가?
이선재 시행된 지 두 달이라, 아직 전혀 알 수 없다. 12월에 실제 연말정산이 되어봐야 알 수 있을 듯싶다.
정기훈 도서공연비 소득공제는 홍보가 너무 안 되어 있다. 그리고 세금을 더 내느니 공연을 더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소득공제가 된다고 해서 없던 소비가 갑자기 일어나진 않을 거라고 본다.
이선재 실제 공제되는 액수가 크지 않아, 막상 공제를 받았을 때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도서의 경우 단가가 저렴해 유리한 측면이 있겠지만, 공연이 유리할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해당 좌담은 412호 2회차로 계속됩니다.
김일송은 공연문화월간지 씬플레이빌 편집장으로 재직했으며,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in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이안재 대표로 재직하며, 월간 THE NEIGHBOR에 공연 관련된 원고를 기고하고 있으며, 공연관련 일반인과 예비 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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