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 주최·주관으로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아트마켓(PAMS)가 공동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세계 예술시장의 움직임과 함께하는 새로운 단계로의 발전을 위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서울무용제(1979년 개최)와 서울연극제(1977년부터 개최)를 통합한 축제로, 2001년부터 매년 유수의 국내외 공연예술작품을 소개하며 국내 공연예술단체들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또한 서울아트마켓은 2005년부터 명실공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연예술 국제 유통 플랫폼으로서 한국공연예술의 해외진출 기회를 마련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해나가는 예술시장이다.
세계 아트마켓의 흐름과 변화
유럽·아시아·오세아니아·중남미·북미 등 세계 곳곳엔 아트마켓이란 이름으로의 여러 공연예술 시장이 있으며, 이들은 자국의 작품을 해외에 유통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다. 최근에는 마켓 또는 전시형 이벤트와 유사한 형태의 견본시장들이 ‘축제연계 아트마켓’이나 ‘아트마켓 기능 축제’로 변화하는 추세이다. ‘축제연계 아트마켓’은 축제기간 중 아트마켓을 운영하면서 프리젠터들에게 완성된 작품을 실물로 접할 수 있는 기회와 세계의 다양한 기획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트마켓 기능 축제’는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이나 아비뇽 오프 페스티벌처럼 프리젠터나 프로그래머와 예술가나 단체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서울아트마켓 외에도 일본의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TPAM)와 중국 상하이공연예술마켓(SPAF)이 펼쳐지고 있다.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는 전통적 성격의 마켓보다는 만남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형성에 중심을 두고 있고, 중국은 1999년부터 중국 문화부가 주최하는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CSIAF)에 부대사업으로 공연예술 페어(ChinaSPAF)를 유통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특히 중국은 잘 알다시피 눈부신 경제 성장과 함께 공연예술뿐만 아니라 미술 분야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고, 넘쳐나는 자본과 유통시장을 겨냥하여 많은 해외 공연제작사들의 중국시장으로의 발걸음들이 바쁘다. 중국은 국유-민영공연단체 협력, 해외 콘텐츠 적극 유치, 문화소비 장려 등 정부지원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예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공연의 국제유통을 위한 새로운 단계의 시작점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2017 공연예술실태조사'(2016년 기준)를 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연장의 대관 수입, 사업 수입, 공연장의 공연 횟수의 감소뿐만 아니라 관객 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새로운 정책적 지원이나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국공연예술시장의 해외 진출은 두 말할 가치 없이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예경은 한국공연예술 해외 진출의 전략적 거점 확보의 의미로 ‘센터스테이지코리아’, ‘K-뮤지컬 로드쇼’, ‘저니투코리안뮤직’과 같은 브랜드를 만들었고, 다가오는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의 캐나다공연예술마켓(CINAR)에서 한국특집을 준비하는 등 공연예술의 전략적 해외시장진출지원을 통해 국내 예술단체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적인 해외시장 확대 그리고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해왔다. 여기에 서울아트마켓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해외사업의 총아(寵兒)였으며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의 결합을 통해 국제유통을 위한 새로운 단계의 시작점을 만든 것이다.
이번 두 행사의 결합이 단순하게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예술활동을 위한 경제적 관점만이 아니라, 세계 공연예술의 흐름과 전망 그리고 우리 공연예술의 현 단계를 확인하는 예술적 관점도 병행하고 있다. 물론 적은 예산과 인력 그리고 사업의 불안정성도 있지만 단순한 해외시장 진출이 아니라 글로벌 환경의 일원으로서 협력과 교류의 중심을 만들어 간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두 행사가 하나가 되었으니 실리적인 상리공생을 위해 단편적이고 독립적인 시각보다는 복합적인 국제시장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체계의 재조정은 필요하다. 축제 속의 예술적 성과와 경제적 성과를 위해서 작품 선정 체계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직·간접적 지원과 플랫폼, 리서치, 정보 지원 등의 재정비가 필요하리라고 본다.
콘스탄틴 키리악(Constantin Chiriac) 루마니아 시비우 국제연극제 예술감독은 “축제가 제공하는 다양한 공연예술 환경 안에서 치러지는 마켓은 혁신적이고 예술적인 아이디어를 얻게 함은 물론, 예술가·프로듀서·관계기관 종사자 등 국내외를 넘나드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집결시키고 네트워킹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라며 축제와 결합된 마켓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서울아트마켓이 해외 시장에서 한국공연예술에 대한 관심과 인지도를 높여왔던 성과를 바탕으로 SPAF + PAMS가 하나 된 축제연계 아트마켓은 글로벌 공연예술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이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