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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표준, 어떻게 사용할까?
문체부와 화랑협회의 시각예술 분야 표준계약서 이해하기2018 예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미술계에서의 계약 체결 경험 비율은 31.7%(서면 계약: 27.9%, 구두 계약: 3.8%)에 불과했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금 미지급, 위탁 판매 사기 등이 발생해도 계약서를 통한 증빙이 곤란해 분쟁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특히 공연예술(3종), 영화(9종), 대중문화(5종) 등 총 8개 분야에 45종의 표준계약서를 도입한 타 예술 분야와는 달리, 시각 분야 예술인들이 체계적으로 서면 계약을 체결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이하 문체부)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을 바탕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2019년 3월 전속관계, 전시, 매매 등 빈도가 높거나 불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계약 유형을 중심으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11종을 문체부 고시(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19-11호)로 제정하였다. 문체부 고시로 마련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는 ①작가와 화랑 간의 전시 및 판매 위탁 계약서, ②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 ③작가와 화랑 등 간의 판매 위탁 계약서, ④소장자와 화랑 등 간의 판매 위탁 계약서, ⑤매수인과 화랑 등 간의 매매계약서, ⑥ 매수인과 작가 등 간의 매매계약서, ⑦작가와 미술관 등간의 전시계약서, ⑧독립 전시기획자와 미술관 등 간의 전시기획계약서, ⑨대관계약서, ⑩ 작가와 모델 간의 모델계약서, ⑪건축물 미술 작품 제작계약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시행 이후 2019년 5월 한국화랑협회(이하 화랑협회)는 자체적으로 표준계약서 6종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였는데 이는 작가와 화랑 간의 전시 및 판매계약서,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 계약, 작가와 화랑 간의 작품구매계약서, 소장자와 화랑 간의 작품구매계약서, 화랑과 화랑 간의 작품구매계약서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유사하지만 책임이나 비용 부담 주체 등 세부 사항에 있어서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는 문체부 표준계약서와 한국화랑협회 표준계약서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배포되다 보니 표준계약서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작가를 비롯한 계약 당사자가 어느 계약서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일견 우려된다. 특히 정부와 이해 단체가 각각 배포한 두 가지 버전의 표준계약서가 존재하는 경우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계약 당사자가 이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각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작가와 화랑 간의 전시 및 판매위탁’ 계약서를 보면, 문체부와 화랑협회 간 작품의 인도·운송과 관련한 조항에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먼저 문체부는 작가가 작품을 작가의 작업 장소 또는 작가와 화랑이 협의한 장소에 즉시 제공이 가능한 상태로 준비하면 작품 인도에 필요한 의무를 이행했다고 보는 반면, 화랑협회의 계약서는 작가가 화랑과의 협의로 정한 운송 업체를 통해 화랑이 지정한 장소로 운송하게끔 되어 있다.
이외에도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경우 화랑의 비용으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있는 반면 한국화랑협회 표준계약서의 경우 보험에 들어가는 비용은 화랑과 작가가 상호 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국화랑협회 표준계약서의 경우 화랑의 산업재해보험1)가입이나 성폭력, 성희롱 그 밖에 성범죄를 예방하는 조항을 별도로 포함하어 있지 않은 반면 문체부 표준계약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작가의 초상권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문체부 작가와 화랑 간의 전시 및 판매위탁계약서 | 한국화랑협회 작가와 화랑 간의 전시 및 판매계약서 |
제9조(작품의 제공과 운송) ① 작가는 전시 시작 ○일 전까지 전시작품을 작가의 작업장소 또는 기타 작가와 화랑이 합의한 장소에서 즉시 제공이 가능한 상태로 준비하여야 한다. ③ 작가와 화랑은 제5조 제2항 제2호에 따라 정해진 사항을 기초로 상호 협의하여 작품을 운송한다. 운송 비용은 작가와 화랑이 협의하여 부담한다. 제13조(보험) ① 화랑은 자신의 비용으로 작품의 운송, 설치, 철거, 보관 및 반환 중 발생할 수 있는 작품의 멸실, 훼손, 도난, 분실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
제8조 작품의 운송 및 보험 ① 작가는 화랑과 협의하여 정한 운송업체를 통해 작품을 화랑이 지정한 장소 (지정 장소 명기) 로 20 년 월 일까지 운송하여야 한다. 본 계약상 전시 및 판매를 위한 작품의 포장 및 운송, 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은 화랑과 작가가 상호 협의하여 아래와 같이 정한다. |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매니지먼트계약서)’의 경우에도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우선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화랑이 작가로부터 전속적 권한을 부여받는 대가로 작가에게 매월 일정 금액, 즉 ‘전속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명시하였다. 반면 화랑협회 표준계약서는 매월 일정액의 전속금 지급을 명시하는 대신 화랑이 작가에 대한 전속적 권한을 취득하는 대가로 작가에게 지원하는 항목을 열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활용하는 경우라도 당사자는 전속금의 일시적 또는 정기적 지급 등 그 지급 방법에 관하여 자유롭게 합의로 정할 수 있으며 화랑은 작가에게 전속금 지급 대신 또는 전속금의 지급에 추가하여 작업 장소를 마련해 주는 등의 지원을 제공할 수도 있다.
문체부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 | 한국화랑협회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 |
제6조(전속적 권한 부여의 대가) ① 화랑은 작가로부터 전속적 권한을 부여받는 대가로 작가에게 매월 ○일 금 ○○○원을 지급한다. |
제5조 화랑의 권한과 의무 ②화랑은 작가가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화랑이 작가에 대한 전속적 권한을 취득하는 대가로 작가에게 지원하는 항목은 아래와 같다. 1. _________________ 2. _________________ 3. _________________ 4. _________________ |
또한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전속 기간 동안 화랑이 전속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일정 횟수 이상 부여하도록 하고 명시하고 있는 반면 한국화랑협회의 표준계약서는 작품의 전시에 관하여 화랑과 작가가 상호 협의하여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 | 한국화랑협회 작가와 화랑 간의 전속계약서 |
제7조(작품의 전시) ① 화랑은 계약기간 동안 계약지역 내에서 ○회 이상 작가에게 전시기회를 부여한다. 전시명, 전시기간 및 전시시간, 전시장소, 전시내용 등 전시개요에 관해서는 각 전시 시작 ○개월 전까지 별도로 협의하여 정한다. |
제7조 작품의 전시 ①화랑은 계약기간 동안 화랑의 전시 공간 또는 기타 계약지역 내 장소에서 작품에 대한 전시를 할 수 있으며 전시명, 전시기간, 전시장소, 전시작품, 전시 부대행사 등에 대하여는 화랑과 작가가 상호 협의하여 정한다. |
소장자가 화랑에 작품 판매를 위탁한 경우에 사용하는 계약서 역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문체부의 경우 일반적인 보관·관리 의무 외에 위탁자에게 인도받은 작품의 목록을 작성하고 관리하면서 보관 및 판매 여부, 보관 장소, 작품 상태 등 그 목록에 함께 기재할 최소한의 항목들을 명시한다. 반면 화랑협회는 같은 조항을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또, 작품의 운송 및 반환의 경우 문체부는 판매자의 비용과 책임으로 규정한 반면, 화랑협회는 상호 협의 사항으로 명시하였다.
이외에도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경우 판매자인 화랑이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한국화랑협회의 표준계약서는 화랑은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 소장자와 화랑 등 간의 판매위탁계약서 | 한국화랑협회 소장자와 화랑 간의 판매위탁계약서 |
제6조(작품의 제공, 운송) ③ 판매자는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작품을 수장고 등 보관 장소까지 운송한다. 제9조(작품의 반환) ① 계약기간의 만료로 본 계약이 종료되거나 위탁자의 귀책사유 이외의 사유로 계약기간 중 본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판매자는 자신의 비용과 책임으로 그 종료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작품을 [ ]까지 운송하여야 한다. 제10조(보험) ① 판매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작품의 운송, 설치, 철거, 보관 및 반환 중 발생할 수 있는 작품의 멸실, 훼손, 도난, 분실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 가입하여야 한다. |
제6조 작품의 운송 ①작품의 운송 방법과 비용 등은 상호 협의하여 아래와 같이 정한다. 제8조 작품의 반환 계약기간의 만료 또는 양 당사자의 해지 또는 해제 합의로 본 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화랑은 그 종료일로부터 일 이내에 작품을 소장자에게 반환하여야 한다. 이때 반환 방식, 장소, 비용 등은 상호 협의하여 정한다. 제7조 작품의 보관 및 관리 ②... 화랑은 작품의 멸실, 훼손, 도난, 분실 등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
매수인(고객)과 화랑 간의 작품의 매매에 적용되는 매매계약서(구매계약서) 역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체부 표준계약서는 매매한 미술품에 대한 진위 보증 확인을 특별히 규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술 작품의 거래 이력 등을 확인하기 용이한 위탁 판매인이 작품의 위작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는 데에 고의·과실이 없었음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매수인에 대해 손해 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국화랑협회의 표준계약서의 경우 이러한 보증 조항을 별도로 포함하고 있지 않다.
표준계약서의 경우 문화·예술·콘텐츠 분야 사업자 및 종사자 등이 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 용도별로 필요한 사항들을 정해놓은 것으로 계약 당사자가 계약의 형태에 따라 변형시키거나 몇 가지 조항을 넣거나 빼는 방식 등으로 수정해야 한다. 따라서 문체부의 표준계약서든 한국화랑협회의 표준계약서든 이를 사용하는 작가, 화랑, 소장자 등 계약당사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이를 수정 또는 변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표준계약서에 대한 이해 제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문체부 고시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19년 7월 1일을 기준으로 매 3년이 되는 시점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계약서의 활용 여부나 비율, 현장에서의 의견 등을 수렴하여 추후 표준계약서를 수정·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2012년 11월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이 예술인에 대해 적용되기 시작하여(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7조 제1항), 예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예술인으로서 예술 활동의 제공 대가로 보수를 받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에 따라 활동하는 사람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되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24조 제1항 제1문 및 동법 시행령 제122조 제1항 제2호 마목). 그리고 예술인복지법 시행규칙 제3조 제1항 제9호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 대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 표준계약서를 개발하도록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 및 뉴욕의 벤자민 카도조 로스쿨(Benjamin 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을 전공하였다. 현재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지식재산법을 비롯하여 문화예술 관련법을 강의 중이며 문화예술텐츠 전반의 법제도적 이슈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찾아가는 저작권서비스 전문가, 한국저작권보호원 저작권공정사용 및 침해예방지원단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