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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저작권 이야기
『구름빵』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어린이 동화책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작품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다시 한번 출판계 안팎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구름빵』은 출간 이후 15년 동안 40여만 부가 팔려 출판사는 2차 콘텐츠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반면 작가는 무명이던 시절에 출판사와 체결한 소위 ‘매절계약’으로 인해 계약금 850만 원과 인센티브 1,000만 원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난 2020년 1월 21일 이와 관련한 2심 판결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름빵』의 저작권에 또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가 수상작 저작권을 한시적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하는 수상 조건이 수상 작가의 절필 선언까지 야기하는 등 최근의 문학상 수상 조건을 둘러싼 논란까지 더해진 상황에서1) 출판 분야 저작권 문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상황이다.
백희나 작가는 2003년 출판사와 그림책 개발 용역을 체결하였는데 그림책에 대한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포함한 저작재산권 전부를 출판사에게 양도하고, 출판사는 그 대가로 85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따라 작가는 출판사의 직원과 『구름빵』을 완성하여 출판사에 제출하였고 이후 출판사는 제3의 공공기관과 구름빵 작품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 공동 제작 및 공동사업계약을 체결한 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수익사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대하여 작가는 자신의 허락 없이 출판사가 제3자와 애니메이션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물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양도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였다. 특히 항소심에서 작가는 “저작물의 저작인격권을 제외한 일체의 권리(저작물의 저작재산권, 2차적 저작물 또는 편집 저작물을 작성, 응용할 권리 포함)는 저작물의 인도 시에 출판사에게 양도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한 계약서 조항에 대해 불공정한 법률행위 또는 약관규제법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주장에 대하여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체결된 2003년 당시 작가가 신인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여 이 사건 저작물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한 위험을 적절히 분담하려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2) 아울러 서울고등법원은 출판사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작가의 작품을 수정·증감한 것으로 작가의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출판사가 공동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동화책 『구름빵』을 기초로 한 2차적저작물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출판업계에서 일명 ‘매절계약’으로 통용되는 계약은 전형적인 출판계약과는 의미가 다른데, 출판사가 저작자에게 인세가 아닌 원고료의 형태로 대가를 한꺼번에 지급하고, 향후 발생할 저작물 이용 수익을 독점하는 계약이다. 중국 유명 무협지의 한국어 번역본의 번역료를 둘러싼 사건을 비롯한 관련 판결에서 "출판자가 지급한 대가가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훨씬 상회함으로써 현저히 고액이라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매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으로는 볼 수 없으며, 독점적인 출판허락계약이나 출판권설정계약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해석함으로써 매절계약 자체를 무효로 보지는 않고 있다.3) 이러한 해석에 따르면 매절계약을 체결했다고 무조건 ‘저작재산권 양도계약’ 또는 ‘출판권 설정계약’ 등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해 매절계약에 담겨진 내용에 따라 계약 형태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양 당사자의 합의로 유효하게 성립한 계약 자체를 사후에 발생한 사유를 이유로 완전히 무효화하기는 힘든데4) ‘구름빵’ 사건에서도 작가가 저작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해당 계약을 소급하여 무효화하거나, 해지 주장을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단 『구름빵』뿐 아니라 그동안 출판시장에서는 출판사가 작가의 저작재산권 전반을 포괄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거나 독점계약 기간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등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들이 체결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뿐 아니라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을 출판하였는데 수상작 출판에 대한 수익 배분이 전혀 없는 경우, 출판 청탁 후 작업을 반려하면서 원고료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경우, 작가에게 출판을 해 주는 조건으로 출판물의 매수를 강요하는 등의 불공정한 관행 역시 계속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실효성에 있어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2014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학 창작자를 보호하고 창작자와 사업자 간 공정한 거래 질서 형성을 목적으로 출판 분야 표준계약서 7종(출판계약서, 전자책 발행계약서, 웹툰 연재계약서, 매니지먼트 위임 계약서, 공동 저작 계약서, 기획만화 계약서)을 발표했다. 특히 양 당사자 간의 협상력, 경험 등에 비추어 대등하지 않은 지위에서 체결되는 계약은 불공정한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16년 예술인 복지법 개정에 의해 문화예술계 서면계약 체결이 의무화되고, 법 제정 당시부터 규정되었던 표준계약서의 개발과 보급이 보다 구체화되었다. 이외에도 예술인 복지법은 문화예술용역에 관한 기획·제작·유통업에 종사하는 자가 그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작가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하게 하여서는 안되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러한 계약 조항의 삭제 또는 변경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정명령을 위반한 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표준계약서의 사용이 다양한 지원 사업에 있어서 우대사유는 되지만 법적 의무가 아닌 데다가 출판사들이 대부분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자사에 맞춰 수정해서 사용하거나 자사의 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전히 매절계약의 형태로 계약이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5) 따라서 공모전 주최 측이 응모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응모작에 대한 저작권을 양도받거나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모전에서 응모작에 대한 저작권이 주최 측에 귀속됨을 일방적으로 결정·공고하고, 이에 따라 공모전에 응모하면 정당한 보상 없이 모든 저작권이 주최 측에 귀속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빈번하였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공모전에 응모하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2014년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공모전 출품작의 저작권이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귀속되고, 주최 측이 입상한 응모작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응모자에게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용을 허락받거나 별도의 저작재산권 양도에 합의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의 사용 역시 법적 의무가 아니다 보니 강제성이 없으며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자료6)에서도 파악된 바와 같이 국내 공공부문에서조차도 이러한 가이드라인이 준수되지 않고 있다. 공모전에 참여해 입상한 창작자 절반 이상이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들의 경우 계약에서 합의한 보상금이 저작물 이용으로 생긴 이익에 비례하지 않는 경우에는 계약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일명 “베스트셀러 조항(best-seller clause)”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2019년 통과된 디지털 단일 시장을 위한 유럽연합 저작권 지침7)이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권리를 이용허락하거나 이전하는 경우, 이에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을 수령할 권리를 보장하고 처음 합의된 보상이 그 저작물이나 실연의 이용으로부터 산출된 후속 수입과 비교하여 불균형적으로 낮음이 밝혀진 경우에 추가적이고 적절하며 공정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보상 청구권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계약 체결 후 일정한 기간 경과 후 저작권 양도 계약과 이용허락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일명 '종결권(termination right)'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아직 창작되지 않았거나 예정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 양도 및 이용허락 계약을 무효로 하고, 저작물의 내용이 정해진 장래 창작물의 경우도 5년 경과 시 서면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며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거나 이용허락을 한 경우에 그 대가로 받은 보상이 이용허락을 받은 자가 얻은 이익에 비해 정당하지 않은 경우 정당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2018년 국회에 발의된 바 있다.8)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출판시장의 불공정 관행들을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제도들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입법을 통한 방법은 일견 확실한 해결책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입법 내용이 국내 계약법 체계와 관련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가 대법원에 상고를 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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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이 잇달아 수상을 거부하고 대상 수상 작가의 절필 선언까지 이어지는 등 논란이 커지자 해당
출판사는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을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바꾸기로 하고 대상 수상작을 수상 작가의 작품집 표
제로 삼지 못하게 한 기존 규정을 변경하여, 1년 뒤부터는 해제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 서울고등법원, 2020. 1. 21. 선고, 2019나2007820판결. 서울고등법원은 해당 계약서가 약관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
해서는 명확하게 판단를 하지는 않았다.
3) 서울지방법원 1994.6.1. 선고 94카합3724 판결
4) 다만 2014년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전집, 단행본 분야의 매출액 상위 20개 출판사가 사용하는 ‘저작권 양도 계약서’ 및
‘출판권 등 설정계약서’의 매절 계약을 불공정 약관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8)
5) 응모만 하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공모전은 민법상 보통현상광고로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저작권 귀속을 광고하는 현상
광고에 응모함으로써 저작권 양도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응모작 중 일부만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공모전의 경우에는 민법상 우수현상광고에 해당하며 저작권 귀속을 광고하는 현상광고에 응모하고
응모 저작물을 현상광고자가 우수작으로 채택함으로써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이 성립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6) 이 자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최근 4년간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열린
창작물 공모전 525건을 대상으로 저작권 실태를 점검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앙부처 등
에서 주최한 공모전 525건 가운데 입상작의 저작권을 응모자가 가진 경우는 223건으로 전체의 42.5%에
그쳤다.
7) DIRECTIVE (EU) 2019/790 OF THE EUROPEAN PARLIAMENT AND OF THE COUNCIL of 17 April 2019 on
copyright and related rights in the Digital Single Market and amending Directives 96/9/EC and
2001/29/EC
8) 노웅래 의원 대표발의, 의안번호 : 2016777
박경신은 아트로센터 디렉터이자 법학 박사로, 이화여자대학교와 동대학원, 뉴욕의 벤자민 카도조 로스쿨(Benjamin 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을 전공하였고 대학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규를 강의하고 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규제개혁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찾아가는 저작권서비스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식재산 및 문화예술 관련 법제 연구 프로젝트들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