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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경영의 균형을 위한 플랫폼
인터뷰_박의규 오픈갤러리 대표오픈갤러리를 창업한 계기는 무엇이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친한 친구의 전시회를 보면서 충분히 좋아할 만하고 시장성이 있는 작품인데도 갤러리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작가 활동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미술품 렌탈 서비스를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경영학 전공을 살려 여러 지표를 가지고 시장 분석을 해보니, 미술에 대한 니즈는 증가하는데 시장은 2007년 이후 감소 추세라 이 부분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예술에 관한 창업을 하는 건 일반 창업과 달리 투자나 재원조성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초기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올해 창업 4년 차인데, 사업 구조나 성과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게임이나 다른 문화 사업에 비해 미술 분야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 즉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는 것이 투자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고 그래서 더 새로운 시도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종의 악순환이죠.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개척해야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그렇다면 미술 관련 창업을 위한 지원 정책은 어떤 방향이어야 바람직할까요? “글쎄요. 워낙 다양한 미술 창업 사례가 있을 것 같아 일반화해서 말하긴 어렵지만, 경험상으로 말씀드리면, 지원 사례가 없어서 새로운 시도가 역차별 받는 상황은 없었으면 합니다. 아주 작은 예산이라도 관련 창업을 시작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지원 정책이 있었으면 해요. 그래야 성공이든 실패든 관련 데이터가 생겨나고 그것이 중요한 기반이 되리라고 봅니다.”
“사업 구조나 성과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지원 사업에서 떨어졌어요.
아무래도 게임이나 다른 문화 사업에 비해 미술 분야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
즉 유의미한 데이터가 없는 것이 투자나 심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고 그래서 더 새로운 시도가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무언가를 개척해야 하는 게 어려웠습니다.”
비전공자로서 전문예술분야 창업과 경영을 하고 있는데,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미술은 주관적 영역일 수밖에 없는데, 비전공자로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니까 균형점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미술 전공자가 해야 하는 부분은 회사 기획팀 큐레이터들의 역량을 믿고 지원해주는 방법으로 운영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미술 분야 창업과 달리 빠른 시간에 자리 잡았습니다. 오픈갤러리 경영 전략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무엇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경영에서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그에 맞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그걸 잘하지 않았나 싶어요. 창업 준비 전 1년 정도를 약 100여명의 미술계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를 바탕으로 서비스에서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체크하고, 모델을 구상해서 좋은 인력을 모셨거든요. 저는 ‘미술’과 ‘경영’ 사이에서, ‘소비자’와 ‘작가’사이의 균형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2000년대 IT붐으로 인해 상당수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났지만 수익이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실패했는데, 기존 혹은 최근 렌탈 서비스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오픈갤러리만의 차별화 전략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리 회사는 IT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미술은 온라인에서 완벽하게 소비되지 못하기에 오프라인에서 대여하여 직접 감상하고 소비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데이터가 의미 있으려면 규모도 중요한데, 그것을 위한 기본 구조와 설계를 고려해서 데이터베이스와 고객 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요. 데이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기에 이미 그러한 가설로 설계하기도 해요.”
미술 시장 활성화에서 중요한 부분은 틈새시장과 새로운 컬렉터의 발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픈갤러리 고객은 기존 컬렉터들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기존 미술 시장의 컬렉터들도 계시지만, 흥미로운 것은 갤러리를 한 번도 방문해 본 적이 없는 분도 있다는 것입니다. 학창시절 이후에는 미술을 접하기 쉽지 않고, 돈이 있어도 합리적으로 소비할 기회가 적습니다. 막연하게 관심이 있었던 분들이 렌탈 서비스를 시작으로 이후에 구매까지 연결되기도 해요. 처음엔 대중적인 작품을 좋아하시던 고객이 나중에는 좀 더 실험적인 작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있어요. 고객들이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실 때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창업 초기와 4년 차인 지금을 비교해보면, 미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고객이 주변에 오픈갤러리 렌탈서비스를 추천하거나, 재렌탈 및 재구매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앞으로는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할 예정이라 더 의미 있는 지표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IT의 역할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데이터가 의미 있으려면 규모도 중요한데, 그것을 위한 기본 구조와 설계를 고려해서 데이터베이스와 고객 관리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어요. 데이터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의미 있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기에 이미 그러한 가설로 설계하기도 해요.”
사실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갤러리나 업체가 존재하는데, 이들과는 다른 오픈갤러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렌탈과 구매를 추천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쌓이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모든 작업이 대중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작가적 세계가 독특한 작품을 좋아하는 고객을 찾아 1:1로 연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분석과 세팅을 잘하는 게 오픈갤러리의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는 기존 전시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것이라면 미술품 대여는 작가들에게도 좀 더 타겟팅 된 전시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고객의 취향에 맞는 대여가 구매로 연결되는 비율이 높다는 것만 봐도 의미가 있죠.”
오픈갤러리 웹사이트를 보면 2016년 8월 현재 6,499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오픈갤러리의 작가 섭외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요. “기획팀 큐레이터들의 의견을 존중하되, 대중적인 작업과 실험적인 작업의 균형을 맞추려고 합니다. 다만, 계속 작업을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작가를 우선적으로 섭외해요. 연령은 제한을 두지 않는데, 너무 어린 작가보단 오히려 30~40대가 더 많아요. 상대적으로 오래 작업에 집중하신 분들을 주로 모시게 됐어요.”
작품 판매는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입니다. 오픈갤러리가 작가 관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대여나 판매해주시는 분들도 고객으로 여기지만, 작가들도 고객이라고 여깁니다. 작가가 작업 활동으로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건 작가의 문제라기보단 중간 과정에서 역할을 제대로 못 했던 측면이 있던 것입니다. 오픈갤러리는 그걸 하려고 노력해요. 작업의 운송, 설치 등을 대신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여나 구매에서 작가 비율을 존중하려고 노력해요. 저희 사이트 메뉴 중에 ‘전시정보’는 의외로 반응도 좋고 홍보효과도 있는데, 그 서비스도 그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어요.”
렌탈 서비스 이외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 게 있으신가요?
“최근 렌탈보다 판매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렌탈과 판매 중심으로 오픈갤러리를 운영하려고 합니다. 저희 작가들의 작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다만 미술에 관심은 있는데 어떤 방법으로 향유해야 하는지 모르는 고객들을 어떻게 연결한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와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현재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고, 해외 시장은 테스트하는 정도로 시도하고 있어요. 미국드라마
예술경영이 2000년대 유입되었지만, 공연예술보다 시각예술에서의 예술경영은 아직 산업으로써 혹은 수익구조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시각예술 분야의 선배 예술경영인으로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결국엔 사명감인 것 같습니다. 기업의 본질적 목적은 가치 창출이 아닐까 싶거든요. 기존 미술시장에 대한 불신이나 상처들 때문인지 제가 인터뷰했던 분들의 90% 이상이 이 사업은 잘 안 될 거라고 했어요. 비즈니스 창업은 기존 데이터를 보고 벤치마킹을 하는데, 이 분야는 그게 거의 없어요. 완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내야 하는 게 쉽진 않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사명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박의규 대표를 보며, 예술과 경영, 제도와 시장, 창작과 향유, 컬렉터와 작가, 예술과 IT 경계에서 균형을 가지려는 기획매개자로서 예술경영인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채은영은 독립큐레이터이며 통계학, 예술경영, 미술 이론을 공부했다. 도시 공간에서 자본과 제도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진 미술의 상상과 실천을 위한 기획, 연구, 강의 및 비평을 하는 인터-로컬 큐레이터로 활동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포스트프로파간다>(2013), <미적범주>(2013), <메타데이터>(2012), <만국박람회>(2012), <사운드스케이프>(2012) 등의 전시 기획과 송도신도시 삼부작(유령the invisible, Other Residence, 파산의 記述), DIY 포럼, 다른 공간 : 다른 경제와 다른 예술 등의 공공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이동석 전시기획상(2013)을 수상했고, 프로젝트 비아(2013)를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금 수혜 및 큐레이터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도시재생과 예술/가>(2016) 편집 및 저자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