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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野戰)에서 공연이라는 꽃을 가꾼다는 것
인터뷰_제갈현 JK&Company 대표“기획사들끼리 오고가는 농담 중에 문을 연 차례대로 망해간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라며 씁쓸한 농담을 던지는 제갈현 대표. 그녀는 현재 공연기획사 제이케이앤컴퍼니를 이끌고 있다. 늘 ‘꿈의 공연’을 기획하여 선보이길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선영)는 내년부터 기획사 육성을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공립 예술단체에 비해 존속기간이 짧고 자금사정도 열악한 민간기획사를 정부지원을 통해 견인할 필요를 느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내놓은 사업이다. 예술가가 예술‘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 그것은 전문 매니지먼트가 기획부터 투자유치, 유통, 홍보에 전문성을 갖고 전념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이 사업을 앞둔 지금, 기획사를 이끄는 이들이 말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들이 느끼는 갈증이, 곧 위에서 말한 사업이 직격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니. 공연기획 현장을 ‘야전’에 비유하며 활동하고 있는 제갈현 대표를 만나 공연기획의 생태계의 현주소를 들어보았다.
오늘의 ‘제갈 현 대표’가 있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열심히는 했지만, 연주자로써 재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사실 연주보단 연주회가 오르기까지 필요한 살림을 맡는 일이 더 재밌었던 것 같아요. 포스터 붙이는 것부터 막이 내리고 나서도 끊이지 않는 잡무까지. 학부 때 체험한 그런 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이 학교생활 중에 가장 재밌었나?’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 이것이 훗날의 직업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용인시 수지로 이사했는데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문화적인 기반이 없다는 걸 느꼈어요.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2004년에 용인시여성회관이 개관할 때 총 연출을 맡았고, 그걸 계기로 용인시립예술단에서 일하면서 용인시립소년소녀합창단, 용인시립청소년오케스트라의 운영을 담당했습니다. 기획, 예산 계획과 실행 등을 배우고 실행하면서 단체와 제 자신을 키우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0년부터 제이케이앤컴퍼니를 운영해오셨는데, 운영의 흐름과 내력이 궁금합니다. 회사운영과 방향설정에 방점을 찍은 공연들이 있을 텐데요, 그 공연들을 중심으로 말씀해주십시오. 2010년 10월에 사업자등록을 했고, 공연은 201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자본도 별로 없었기에 작은 오피스텔에서 혼자 일하며,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소규모 공연을 했었죠. 2011년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을 듀오로 ‘아름다운 동행’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2012년에는 유럽에서 나름대로 연주력을 인정받는 연주자들을 초청해서 연혁을 단단히 채웠고, 2013년에 사무실과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조금 더 전투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내 아이 첫 콘서트’, ‘테디베어 이야기’ 공연 등 클래식에 재미를 더한 공연들을 풀어나갔죠. 2014년에는 공연 규모를 키워보자는 차원에서 독일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를 초청했습니다. 그 때 넌버벌 퍼포먼스 ‘드럼 스트럭’ 공연이 제이케이앤컴퍼니 운영에 도움을 주는 효자(?) 노릇을 단단히 했습니다.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 공연은 큰 분기점이 되었어요.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23석)에 올린 것이었으니까요. 자신감이 붙어서 2015년에 100인의 첼리스트가 함께 한 ‘첼로 듀엘로’ 공연을, 2016년 3월에 베를린 챔버 오케스트라를 다시 초청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9월에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 기획사는 늘 좋은 공연을 꿈꾸고 안정적인 궤도로의 빠른 진입을 원하지만, 현실은 늘 힘들어 보입니다. 제이케이앤컴퍼니의 ‘현재’를 말씀해주세요. 사업자등록을 할 때 ‘3년’ ‘5년’ ‘10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3년 계획은 회사의 연혁을 잘 만들어놓자는 것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그것을 제이케이앤컴퍼니의 색으로 가져가자고 마음먹었죠. 회사의 연혁을 잘 다져놓는 것이었습니다. 5년 계획은 사업성을 키우는 것이었습니다. 독주와 소규모 앙상블, 그리고 챔버 오케스트라로 공연 규모를 키웠습니다. 이제 5년을 지나왔는데요, 현재는 지금까지 쌓아온 연혁과 콘텐츠들을 잘 유지하고 장기적인 방향으로 10년 계획을 실행해가고 있습니다.
매년마다 10개 이상의 공연을 기획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운영 철학은 무엇인가요? 어떤 일이든 본인이 즐겁게 계획하고 실행하면 그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된다는 것. ‘즐겁게 일하자!’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삽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을 차분히 해나가면 된다는 생각이죠. 2011년에 첫 발을 내디딜 때 1년마다 직원을 한 명씩 들이는 게 목표였는데요, 현재는 1명 모자란 5명입니다.(웃음) 소규모 기획사는 직원 채용과 관리 문제로 힘듭니다. 역량 있는 직원 한 명을 중심으로 회사 운영의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인재를 키우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공서나 대기업도 아니다보니, 노하우 전수 위주이고 기본기를 위한 매뉴얼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매뉴얼들을 자주 활용합니다. 매뉴얼이 교과서가 되고, 현장이 곧 실습장이 되는 것이죠. 예술경영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던 시대를 지나온 제가 오늘날의 모습을 볼 때, 후배들은 굉장히 복 받았다고 할까요?
9월에는 영국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지휘 알렉산드로 쉘리.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첼리스트 제임스 정환 김). 제이케이앤컴퍼니를 열면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해봐야겠다는 목표를 가졌습니다. 사실 클래식 공연 기획에 있어서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이 ‘끝’이자 ‘대미’라고 보면 되거든요. 로열 필에 처음 제안했을 때 소규모 기획사이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위험 부담을 안고 우리와 함께 할 이유는 분명 없었던 거죠. 하지만 런던 출장 때마다 지속적으로 방문했고, 쫓아내지는 않았지만 냉대는 분명했죠. 회사의 연혁, 즉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더군요. 그러던 중에 2014년 독일 베를린 쳄버 오케스트라 공연이 큰 계기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인정받는 단체이자 유명 솔리스트가 많이 거쳐 간 단체였고, 이를 통해 제이케이앤컴퍼니를 작지만 내실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로열 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서울(9월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10일 롯데콘서트홀)을 비롯하여 구미(7일 구미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대전(10일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 오릅니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치고는 지방 순회가 많은 편인데요, 지역 공연은 어떻게 성사시켰나요? 지역에서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로열 필은 다른 기획사들을 통해 3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내한 공연을 했더군요. 그만큼 인지도가 있던 거죠. 올해가 로열 필 창단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지역 순회를 통해 한국의 관객과 로열 필하모닉 측에 새로운 이미지와 추억을 만들었으면 하는 차원에서 로열 필 측에 정중히 제안했고, 그쪽에서도 고민 끝에 수락했습니다. 로열 필의 내한 공연은 회사 운영에 있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이제 도전할 수 있는 것을 해본 셈이니, 지금은 한 단계 살짝 내려와서 운영상의 리스크가 없는 것들을 하면서 안정적인 궤도로 들어가 볼 예정입니다.
공연과 기획사 운영에 관한 재원조성은 어떻게 하나요? 재원조성과 운영은 대한민국 내 모든 기획사들이 겪는 고충 중의 하나일 겁니다. 제이케이앤컴퍼니는 일 년 계획을 세우고, 자금 배분을 철저히 하여 공연과 회사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제이케이앤컴퍼니는 2015년에 벤처기업으로 승인받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받아 자금 운용에 도움이 됩니다. 지원금을 받는 건 아니고 법인세 같은 것들을 감면 받는 것이죠. 열심히 뛰다보면 적은 액수의 세금납부도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게 다반사인데, 세금 납부와 그에 관한 서류만 잘 정리해놓아도 이를 통한 신뢰를 활용해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로열 필하모닉 내한 공연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들 텐데요. 해외 오케스트라는 무조건 사전 지급입니다. 진행해보니 자금만 유통이 되면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서 의지한 것이 ‘기술보증기금’입니다. 영화계에서 많이 이용하는데요, 그에 비해 클래식은 규모가 작으니 이용하지 않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로열 필 정도면 자금 단위가 크다보니 기술보증기금을 이용했고, 제이케이앤컴퍼니의 연혁과 기술력, 포트폴리오가 밑거름이 되어 초청에 관한 자금을 유통할 수 있었습니다. 후배들에게 팁을 준다면 처음에 운영을 무작위로 하지 말고 회사 연혁을 잘 만들어놓으면, 그것이 재산이 되어 이런 기회에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3년’ ‘5년’ ‘10년’의 계획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로열 필하모닉 내한 공연 뒤에도 10월에 바이올린 듀오 레토리카, 아일랜드 팝페라그룹 캘틱우먼의 내한 공연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3년 동안 연혁을 잘 다졌고, 규모를 키워보겠다는 5년의 계획을 잘 실행했습니다. 10년의 계획 중 절반의 시간을 지나왔고요. 나머지 5년은 지금까지 꾸려온 살림 유지와 남은 계획을 실행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클래식 중심의 회사로 출범했지만, 클래식을 중심으로 홀로그램, 3D매핑 등 여러 장르를 접목한 공연을 기획할 예정입니다. 클래식과 잘 맞는지에 대한 실험성부터 이러한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 있을지를 공부해나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예술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공연예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을 만나며 책상과 객석, 강연실과 방송국을 오고간다.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에서 심사·평가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립현대무용단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주요 대상은 클래식 음악과 전통공연예술. 그 외에 연극·무용·음악극 등을 가로지르는 ‘음악’과 ‘음향’, 작품 제작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