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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이해와 존중으로 교류와 협력이 확대되길 바란다
인터뷰_메르다드 라야니 마크수스 / 세이드 아자디올해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은 ‘중동’을 포커스 권역으로 선정하여 아직은 생소한 중동의 문화적 지형과 공연 현황을 소개하는 플랫폼을 마련하였다. 그 중 주목해볼 만한 국가는 최근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하는 이란이다. 다른 아랍 문화와는 차별화된 2500년 페르시아 역사와 그 속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이란은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다. 특히 이란의 영화는 오래전부터 세계의 주목을 받아온 반면, 1000년의 마임, 인형극 등 유구한 공연예술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이란의 연극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이란의 공연계 흐름과 해외와의 교류 방향성을 알아보기 위해 정부 산하에서 연극을 지원하는 기관인 드라마틱 아츠 센터'(Dramatic Arts Center of Iran)’의 국제교류 디렉터 메르다드 라야니 마크수스와 '파지르 국제 연극제’(Fadjr International Theater Festival)’ 예술감독인 사이드 아사디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라야니: 이란 정부가 연극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이란 드라마틱 아츠 센터’에서 타 국가와의 문화 예술 가교 역할을 하는 국제교류부를 총괄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연극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의 문화교류를 확장하고자 한다.
아사디: 이란 문화부 산하의 축제 조직인 파지르 국제연극제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이기도 하며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와 예술에 대해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PAMS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을 비롯하여 다양한 국가에서 방문한 프로듀서들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개최될 ‘파지르 국제 연극제’에 초청할 작품을 찾고 있다.
‘이란 드라마틱 아츠센터’와 ‘파지르 국제연극제’에 대해 소개하자면?
라야니: 이란 문화부 산하에는 여러 기관이 있으며, 그 가운데 연극 쪽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들이 나누어져 있다. 1982년에 설립된 ‘이란 드라마틱 아츠 센터’는 그중 하나다. 이란의 주요 연극제인 파지르 국제연극제 외에도 어린이청소년극, 인형극, 거리극, 전통극 축제 등 총 다섯 개의 국제연극제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해외 아티스트 워크숍, 세미나, 콘퍼런스 등 다양한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산하의 예술단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사디: 파지르 국제연극제는 매년 새로운 주제를 선정하여 이란 연극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유럽, 미주, 아시아 등 다양한 권역의 현대 연극을 현지 관객들에게 소개해오고 있다. 최근 이란의 젊은 연극인들은 90% 이상이 연극 관련학과의 졸업생들이다.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전역엔 14개의 연극학과가 있으며, 곳곳에 소규모의 사설 아카데미들이 있다. 전문적으로 연극을 공부한 연극인들이 많아짐에 따라 국제적인 시각에서 새로운 무대 언어를 알고자 하는 요구들이 높아졌다. 우리 연극제는 단순하게 공연을 초청하고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해외 예술가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고자 한다. 마찬가지로 해외 예술가들이 우리 연극제를 통해 이란인들의 문화, 예술 그리고 생활상을 이해하고 자국에 널리 알려주기를 기대한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New Technology New Presentation’이었다.
2011년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보이첵>이 파지르 국제연극제에 초청되어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극장 로비를 가득 채운 젊은 관객들과 공연 후 나눈 토론의 깊이가 인상적이었다. 최근 이란 연극의 주요 관객층과 관객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
아사디: 이란은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은 사회이며,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 층의 비율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이들 젊은 세대들은 세계적인 생활의 기준과 사고방식을 갖추길 원한다. 이에 대한 연장 선상에서 예술을 전공하지 않은 젊은 층 또한 공연, 영화, 음악 등 다양한 문화활동에 대해 높은 관심을 두고 있으며, 극장과 같은 문화 공간에서의 만남을 선호한다.
라야니: 지난 5-10년 전과 비교하면 공연 관객 수는 확연하게 늘어났다. 과거 테헤란에는 20여 개의 극장만이 존재하였으나, 이제는 100여 개의 극장에서 매일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다. 그것도 상업적인 공연이 아닌 순수예술 공연이다. 이는 관객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정부 기관 가운데 하나인 ‘드라마틱 아츠 센터’를 비롯하여 타 지역의 예술기관들은 관객들의 호응에 부응하고자 노력한다. 이란엔 34개의 지역 축제가 있다. 파지르 국제연극제는 매년 축제 주제에 맞는 공연 외에도, 이란 연극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지역 축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들을 한데 모아 축제 기간 동안 공연을 올린다.
많은 예술가가 창작 활동을 하고 있으나 재원 조성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지원이 없인 순수 예술의 창작이 쉽지 않은데 이란은 어떠한가? 창작을 위한 지원정책이 궁금하다. 라야니: 이란에도 수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창작의 기회도 많지 않고 예산 또한 넉넉하지 않아 경쟁이 치열하다. 대다수의 공연은 오로지 박스 오피스 수익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관계로 재정적으로 넉넉지 않다. 문화부나 지자체에서 예술 지원을 위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어, 정부 산하의 예술단체 및 독립 예술단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작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드라마틱 아츠 센터는 연극 중심의 창작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며, 더불어 젊은 연극인을 중심으로 한 단체들의 소극장 설립에도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예술기관들은 자체적으로 예술가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예술가들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기금 프로그램은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테헤란에서만 매일 100여 개의 작품이 공연되지만, 정부의 예산은 제한적이라 이들 모두가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꾸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이겠지만, 개인적 경험으로는 공연내용 심사의 기준이 엄격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이란에 진출하고자 하는 예술가들이 문화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는가?
라야니: 알다시피 이란은 이슬람 국가이다. 이슬람 사회만의 규칙이 있고, 이에 따른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다른 문화와의 교류를 원하는 아티스트들이라면 이를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약은 약간의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작업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사디: PAMS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한국의 문화, 음식, 조심해야 할 행동 등에 대해 조사를 하였다. 이처럼 서로의 문화를 공부하고 알아가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 또한, 현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제약이라기보다는 문화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한국 사람들이 이란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보다, 이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실제로 이란엔 다수의 한국 사극이 방영되고 있으며, 많은 인기를 얻음) 사실 알고 보면 두 나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다른 점 보다는 비슷한 점을 찾고 그 안에서 함께 협력해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술은 국경을 넘어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외교야말로 정치적 외교의 그것을 뛰어넘는다고 생각한다.
이란에는 누군가를 이해하려면 며칠을 함께 살아봐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두 문화가 서로를 정확히 이해하고 교류하기 위해서는 같이 부대끼며 살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이다. 서로의 거리를 좁히고 상대방에 대해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말이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바라보는 상대방의 모습은 매우 국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알고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봐야만 하는 것이다.
최근 이란의 개혁개방 정책이 탄력을 받음에 따라 타 국가와의 경제적인 교류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는 이란 연극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국제교류를 하는 단체로 알고 있는데, 향후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라야니: 이란은 대외적으로 다른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교류를 확대하고자 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이 국제교류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시간이었다면, 최근 2년간은 교류의 확대를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도 역시 양국 간의 연극 교류의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서이다. 한국과는 매년 공연을 통한 교류는 이어오고 있으며 합작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알고 보면 이란과 한국은 문화적, 정서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많다. 그 속에서 다양한 교류 방식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외에 이란 예술가들의 새로운 흐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올해 파지르 국제연극제의 주제를 ‘New Technology New Presentation’으로 선정하기도 하였다. 이란 예술가들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창을 더욱 확대하고자 한다.
아사디: PAMS를 통해 한국과 이란의 예술가들이 연결되고 공동의 작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 단순한 공연 교류의 수준을 넘어 협력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파지르 국제연극제의 또 다른 미션이고, 이번 PAMS에 참가한 주요 목적이다.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합작이 한국과 이란 공연계에 두루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PAMS를 통해 기대하는 바와 하고 싶은 말은?
라야니: 우선 PAMS에 참가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 초청 메일을 받자마자 바로 참가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란과 한국 사이의 관계를 쌓을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PAMS를 통해 한국과 해외 공연계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사디: 동의한다. 한국의 아티스트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더불어 타 국가의 공연관계자들과 교류하는 자리를 가질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으며, 다음 기회에도 올 수 있길 기대한다. 많은 이란의 공연예술이 내년 PAMS를 통해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희진은 프로듀서그룹 도트의 프로듀서로서 한국 공연단체의 공연 투어 매니지먼트 및 해외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