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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예술 스타트업, 현실과 열정 사이
좌담_청년예술가 스타트업 지원사업 향후 방향
일시 : 2017년 7월 10일(월) 오후 2시
장소 : (재)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참석자 : *가나다순
김이슬 낭만사 운영
조익환 아티스푼 대표
조인선 모던한 대표
최선영 비기자 대표
사회 : 김은희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인력양성팀 팀장
사회자 : 예술분야 스타트업이 2016년 기준 약 5천여 개로 점점 느는 추세다. 예술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간단하게 각각의 스타트업에 대해서 소개해 줬으면 한다. 예술분야에서 창업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조인선 : 전통예술 아티스트들을 에이전트하고, 그 아티스트들과 함께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플랫폼 회사인 모던한(MODERN, 韓)을 운영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했고, 대중화에 대한 고민을 항상 했다. 단순히 기획사 형태보다는 플랫폼 형태로 이루어서 전통예술 융·복합 콘텐츠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로 창업하게 되었다. 국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통예술 전반을 다루고 있는 회사로 나아가고 있다.
최선영 : 비기자라는 팀의 대표다. 비기자는 현재 2명의 시각예술가가 전반적인 기획이나 연출, 디렉팅을 하는 창작 그룹이다. 각기 다른 생각들이 비길 수 있는 현장을 여러 프로젝트나 공연, 교육, 영화,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고 있고, 현재는 그런 예술 작업을 병행하면서 놀이 인문학 교육 콘텐츠를 기획, 제작하고 있다.
조익환 : 아티스푼이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아티스푼은 시각예술가와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예술가, 기술자 등 넷이 모여 기술과 예술을 융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하고 있고, 아이튠스가 나와서 음악시장이 달라진 것처럼 사람들에게 좀 더 미술이 친숙하게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해서 스마트폰 잠금화면으로 아티스트 작품들을 보여주는 앱을 만들었다.
김이슬 : 강원도 원주에서 문화콘텐츠학과를 졸업한 동기 4명이 창업했다. 분야를 딱히 나누지 않고 공연, 전시, 축제, 전부 다 하고 있다. 아직 창업한 지 1년도 안 돼서 여러 가지를 하면서 주 전공을 찾으려고 하는 중이다.
사회자 : 예술분야라 실무하면서 특히 더 어려운 점은 없었나?
조인선 : 전통예술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비즈니스이고, 게다가 전통예술 연주자 출신이다 보니까 과연 저게 될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그리고 전통에 대한 편견을 깨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예술경영을 공부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에 눈을 뜨고 시작하게 되었다.
조익환 : 일단은 돈이 안 된다. 나름 대중화에는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잠금화면 앱은 랭킹 3위 정도다. 사람들이 열심히 쓰고 좋아하기는 하는데 그 반응에 비해서는 판매로 연결은 안 된다. 그래서 다른 비즈니스도 생각하고 있다.
사회자 : 대표님들이 말씀하신 대로 예술 스타트업 운영 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일부 예술분야 스타트업의 경우에도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지 않아 지원금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구축했는가?
김이슬 : 지금은 기획을 대행하거나 디자인, 포스터 등을 만드는 용역 일을 하고 있다. 일이 안 들어오면 힘들어서 지속적인 걸 만들려고 한다. 웬만하면 지역청년들과 함께 하는 걸 생각 중이다. 지역의 공연, 시각 예술가가 많은데 공연에는 계속 같은 예술가만 올라온다. 그래서 우리가 예술가를 소개해 줄 수 있는 플랫폼, 또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예술MD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싶어서 생각 중이다.
조익환 : 그림을 복제해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한계점이 있는 게 젊은 분들의 집이 크지 않아서 작품을 한두 개 걸면 끝이라 재구매 고객으로 연결되기 힘들고, 신규고객을 아무리 데려가도 얼마 안 가서 끝난다. 그래서 생각한 모델은 얼마 전에 특허를 하나 냈는데 미술 스트리밍 모델이다. 음악도 기술의 발달로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시대인데 미술도 가능하다고 본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로는 광고 쪽을 생각하고 있는데 미술 분야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채널이 많지 않다. 시각예술 쪽에 네오룩이 있다. 현재 앱의 이용자수가 6만 명 정도 되는데, 이 플랫폼을 이용해서 광고 쪽도 진행하려고 한다.
조인선 : 처음에는 국악계의 YG 같은 기획사가 되자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아티스트라는 자율성이 강한 개별이나 집단을 소속시킨다는 것 자체가 어폐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비즈니스 모델을 리서치해서 이탈리아 ‘알레시’라는 주방 디자인 회사를 찾았다. 알레시는 상을 여러 번 받은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소속된 디자이너가 한 명도 없다. 이런 형태를 개방형 디자이너 플랫폼회사라고 칭한다. 이를 착안해서 소속개념보다는 리스트 업을 해놓고 그때그때 맞는 아티스트들을 프로젝트별로 운영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개방형 아티스트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진행을 하고 있다.
사회자 : 펀드레이징이 가장 큰 이슈일 것 같다. 예술산업 특성상, 문화예술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VC)이나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데, 투자유치는 어떻게 진행하는가? 지원금으로만 충당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예술분야 스타트업으로서 투자유치 시 현실적인 어려움은 어떤 점인가?
조인선 :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사실 요즘 키워드가 창업, 벤처, 여성 등이 있는데 나는 타이밍이 잘 맞았다. 게다가 전통,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까지 있기 때문에 누가 봐도 투자하기에는 괜찮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정부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정부는 수익을 어떻게 창출하는지보다 본인들이 준 돈을 어떻게 쓰는지에 민감하다. 정산 등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극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정부 지원 외에도 개인 투자나 벤처캐피털 미팅을 많이 하는데 이런 경우는 돈을 받고 회사 일부를 주는 형식이다. 하지만 모던한이라는 회사 자체가 나의 또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에 나만의 컬러를 가지고 싶어 지양했다.
사회자 : 정산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씀하셨는데 지원 사업들이 또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 보완되었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
조익환 : 장기적으로 봤으면 좋겠다. 스타트업은 최소 3년은 지나야 정상적인 손익분기점을 찾는다. 하지만 정부 사업들이 그렇듯이 즉각적인 성과를 원한다. 지원금 받은 후 6개월이 지났는데, 투자금, 매출액 등을 주 지표로 삼는다. 그리고 이 성과로 추가적인 지원이 나오는데 우리는 추가 지원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예를 들면 누가 봐도 수익창출이 가능한 앱을 만든 스타트업은 월 매출이 3억이다. 이런 경우에 추가 지원은 받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들이 한 아이템으로 중복지원이 불가능하고, 특히 중기청 같은 경우에는 한 업체가 창업 초기자금을 받으면 더 이상 지원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가 지원받으려면 레벨을 높여서 중견기업을 상대로 해야 한다.
사회자 : 여러 지원기관에서 하는 스타트업 교육이나 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조익환 : 여러 군데에서 받아봤다. 사실 한번 받으면 필요 없는 경우들이 많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때도 있다. 문체부에서 처음 교육받았는데 다음에 중기청에서 지원금 받으려면 그쪽 교육에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 그나마 문체부는 예술에 대해서 잘 아니까 조금 나은데, 중기청의 경우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히려 황당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회계분야의 컨설팅은 아주 좋았다.
조인선 : 우리도 정부지원을 많이 받아서 비슷한 멘토링,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는 예술의 순수성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창업이라 다른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역량을 발휘하면서 창조적인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워크숍이나 멘토링이 필요한 것 같다.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초기 자금이 없기 때문에 정부사업들에 목숨을 걸고 하는데 그런 거에 지치면 창조성을 잃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예술전문으로 하는 기관에서 할 수 있는 독창적인 멘토링이나 워크숍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사회자 : 현재 예술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사람 중 대다수가 향후 ‘예술분야에 특화된 스타트업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럼 청년 창업가들을 위해서 정부기관들이나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선영 :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1년 뚝딱 해서 뭐가 나올 수가 없고, 나온다고 해도 무리해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반복재생해서 발전하고 있다는 걸 계속 증명해내야 한다. 지금 자영업도 무너지고 있는 판국에 이렇게 계속 시장의 속성 안에 잘 적응하라고 하는 것도 돌아봐야 하는 거다. 그리고 다른 종류나 형태의 성과들도 바라보려는 모니터링의 시각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작년에 경기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하는 ‘불가사의한 자율학습 모임’의 지원을 받았는데 역시 인건비로 지원금을 쓸 수는 없었지만 특이하게 식비를 많이 써도 되고, 행사를 하지 않아도 됐었다. 큰 성과를 증명해내지 않는다는 전제만으로도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오히려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도 있었고, 지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실질적인 지원들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인선 : 대부분 창업지원사업들을 보면 IT, 기술 기반 쪽으로 많이 치중되어 있다.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창업아이템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으로 예술을 지원하는 센터나 문체부에서 따로 순수예술가들을 위한 창업지원사업을 진행해주면 좋을 것 같다.
최선영 : 정부 차원에서는 창업을 도모하려고 하지만 시장이 있는가, 수요가 있는가는 개인적으로 잘 모르겠다. 아트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것까지도 해봤었는데 일단 아트상품을 잘 안 사기 때문에, 무형의 활동들을 콘텐츠로 판다고 하면 더 힘든 것이다. 그래서 박람회 방식이라든지 더 수요가 생길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지원 사업 형태가 있고, 또 거기에 참여할 때 진행비, 인건비 등이 지원되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익환 : 서울시에서 시제품을 만드는데 2,300만 원을 지원해주는 ‘시제품제작프로젝트’ 같은 것이 있는데 보통 하드웨어 쪽이다. 지금은 높은 금액을 몇 개 스타트업에 몰아주는 형식인데 예술분야 창업으로 시제품 제작까지만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들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예술창업을 한 분들에게는 예술창업펀드가 국가차원에서 하나 조성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콘텐츠 펀드가 있는데 대부분 게임이나 영화가 쪽이 많다. 벤처캐피털(VC) 입장에서는 망하기 쉬우니 예술 쪽으로는 지원하기 어렵다.
김이슬 : 우리는 다 기획자인데 기획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사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기획서를 써서 내더라도 어떤 공연을 할 건지, 어떤 예술가랑 할 건지 등을 요구하는데 지원사업이 선정이 안 된 상태에서 예술가한테 요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어려웠다.
최선영 : 많이 공감한다. 메세나 지원사업도 알아봤었는데 청년이 맨땅에서 좋은 의지로 해보려고 한다는 것에 쉽게 지원해주지 않는다. 10년 정도 활동을 했지만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작업실이 생겼다. 짐을 거기다 놨을 뿐인데 공간의 이미지가 생겼고, 상상캠퍼스의 어떤 공간을 대관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니깐 최근에 공연 리허설도 할 수 있었다. 돈이 당장 생기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시장에서 당연하게 요구하는 요건들을 갖춰볼 수 있었던 거다. 이런 식의 지원들을 해주는 것도 사실은 도움이 큰 것 같다.
사회자 : 요즘에 일자리 관련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예술창업이 문화예술 일자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조인선 : 예술분야에서 창업이 특화될 거로 생각한다. 다만 성공한 사례가 많이 나와 줘야 하는데 아티스트가 경영자가 돼서 사업을 성공시킨다는 게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길임은 확실하고, 또 사실 직원을 뽑더라도 그림만 잘 그리고 연주를 잘하는 직원을 뽑지 않는다. 컴퓨터 잘하고 디자인 잘하는 직원을 뽑게 되는데 그런 입장에서 사실 순수예술가들의 채용까지 연결되기가 쉽지 않다.
최선영 : 완전히 대안이 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장의 속성에 내가 공감하느냐는 계속 의문이다. 예를 들어 잘 된 사람이 있으면 잘 안 된 사람이 계속 발생하는 게 시장의 구조인데, 여기에 공감하지는 않는 것 같다. 수요가 많지 않다고 했을 때는 복지 정책이 계속해서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익환 : 우리 같은 경우에도 예술가가 창업했기 때문에 기술자나 마케터 같은 다른 영역은 필요하겠지만, 더 이상의 예술가들을 채용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단기적인 목표가 기존에 지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한테 월 50만 원씩 수익을 창출해주자는 것이다. 이게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회자 : 네 분 오늘 어렵게 자리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예술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선배로서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조인선 : 일단 창업을 한다면 대표가 된다는 건데 예술가 출신의 경영자가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다른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거에 대한 적응기간과 공부가 상당히 오랜 기간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 그림을 잘 그리고, 음악을 잘한다고 해서 좋은 경영자가 되고 좋은 창업아이템을 만들 수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잘 인지하고 많은 통찰력을 갖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을 같이 보였으면 좋겠다.
최선영 : 같이 하는 사람을 잘 챙기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렇지 못했던 시간이 있었고, 지금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인데 그걸 챙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 무의미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좋은 아이템 이전에 사람을 챙기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김이슬 :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돈을 별로 못 벌어도 버틸 수 있는 게 함께 창업한 네 명의 마음이 잘 맞아서 그렇다. 안 그랬다면 아예 시작도 못 했을 것 같다.
조익환 : 두 가지 정도가 있는데 하나는 예술가적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멘토들도 계속 얘기했었는데 처음에 못 받아들였다. 쓸데없는 고퀄리티에 계속 집착하곤 했다.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걸 찾는 것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걸 했다. 이런 것들이 예술가적 마인드인데 창업을 하려면 소비자한테 집중해야 한다. 또 하나는 거의 시장을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열정이 많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