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2017 예술경영 컨퍼런스’가 열렸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지난 8월부터 2개월 간 전문예술법인·단체를 대상으로 예술경영 우수사례를 공모한 결과로 10개 우수전문예술법인·단체를 선정하였다. 본 행사에서는 선정된 단체의 사례발표와 함께 심사를 통해 3개 단체에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상’, ‘수림문화재단상’ 표창을 수여하였다.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춘 전문예술법인·단체를 발굴하기 위한 본 행사는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 온 단체들의 열정과 자신감이 돋보이면서도 진한 고민이 느껴지는 자리였다. 올해는 내·외부적으로 단체 활동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수치화는 노력과 함께 콘텐츠의 확산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관객과 소통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

사비나미술관_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사업기획 및 수행 분야

사비나미술관_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사업기획 및 수행 분야
사비나미술관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 전경
사비나미술관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 전경

사비나미술관은 개관 20년을 지낸 사립미술관이다. 그동안 과학, 수학, 건축, 문학 등 타 분야와의 융복합 전시기획 및 사회 현상을 포착한 주제 기획전시를 꾸준히 이어오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어 왔으며, 특히 연 2회에 걸쳐 한국미술사에 등재 가능성이 높은 중견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상위 미술품 컬렉터의 데이터를 보유한 래리스 리스트(Larry’s List)와 아트론(artron)의 미술시장모니터가 공동 조사한 ‘사립미술관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도시 중 서울에서 가장 가볼 만한 좋은 미술관 3곳 중 하나로 선정된 바 있다.

2014년 3D 프린팅시대의 개막과 함께한 기획전 <3D Printing & Art>, 2016년 초단편 콘텐츠 시대를 전시로 보여준 <60sec art> 그리고 2017년 셀피의 유행을 포작한 <#Selfie_나를 찍는 사람들>까지 시대의 이슈를 현대미술로 풀어내는 기획 전시와 타분야와의 융복합형 기획전시를 개최하고 있으며 창의력을 중시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와 교육뿐만 아니라 지난 전시를 생생하게 재현하는 VR전시장, 작가 인터뷰 및 세미나를 생중계하는 인터넷방송을 진행함으로써 온라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등 관객과 소통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100일간 진행되었던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 전시는 사전 설문조사를 통해 그 통계를 전시기획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설문조사 결과의 포인트는 ‘SNS를 활발하게 하는 80%이상의 20-30대 여성이 미술관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 한다’라는 것이었다. 우리 미술관은 9팀으로 구성된 전시 작품을 사진촬영을 해 감상과 이해가 가능하도록 전시를 구성했고, 여기서 찍힌 사진이 SNS, 특히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많은 관람객은 그들 스스로 #셀피 전시의 홍보대사 역할을 했고, 그렇게 SNS에서 핫스팟으로 알려진 사비나미술관에 많은 젊은 관람객들이 방문하게 되었다. 100일간 약 27000여 명이 방문해 사비나미술관 개관이래 최다 관람객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사비나미술관의 강재현 전시팀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수상한 사비나미술관의 강재현 전시팀장

특히 단순히 미술관에서의 기념촬영, 즉 작품을 배경으로 하는 포토존의 개념을 넘어 셀카를 통해 작품에 참여하고, 작품을 감상하고, 현대미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장치해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셀피 현상에 대한 필름, 역사, 통계자료 등을 전시장 벽면에 아카이브 해 시대의 현상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사립미술관은 운영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재단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늘 적은 인력과 예산으로 만성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 미술관은 관장님을 중심으로 늘 어떻게 하면 관람객에게 현대미술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작은 반향이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한다. 이번 전시는 최다 관람객 기록을 갱신하며 미술관 운영에 대한 희망을 보았던 전시로, 내년 1월 창원문화재단에서 다시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에 받은 큰 격려와 칭찬으로 에너지를 얻어 앞으로 계속해서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기획하고자 한다.

문화공동체에 기반한 전통연희의 현재화를 이루다

예술공장 두레_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 재원조성 및 기타 분야

예술공장 두레 공연 및 후원활동
예술공장 두레 공연 및 후원활동
예술공장 두레 공연 및 후원활동

삶의 연극, 진실의 연극, 함께하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1984년 창단한 예술공장 두레는 ‘광대무변세상(廣大無變世上)’ 을 만들어 간다는 의지로, 연희자가 언제나 넓고 끝없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늘 살아 움직이는 ‘숨 쉬는 광대’ 로서 관객들을 만나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활동하고 있는 창작연희단체이다. ‘전통연희의 현재화’라는 뚜렷한 목표 안에서 이 시대가 안고 있는 아픔과 현실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삶의 본질 인식과 잃어가고 있는 우리 민족정서의 건강함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형식과 실험으로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공장 두레가 후원회원의 힘으로 새 보금자리를 찾고, 우수사례로써 수상까지 한 데에는 두레의 설립목적이자 현재진행형 목표인 <문화공동체> 의식이 컸다고 본다. 한적한 시골에서 공연을 기획하고, 연습하며, 마을주민과 함께 일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마을’을 만들자는 생각에 많은 분들께서 동의하셨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한 해마다 후원회원들과 자리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자 노력했고, 회원들에게 일이 생겼을 때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며 두레로써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도와드리는 등, 단순한 캐시백을 받는 느낌이 아니라 문화가 있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는 피드백을 제공하려 했다. 내가 지원하는 문화단체가 내 주변에 있고 언제나 찾아와 쉬고 가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예술공장 두레의 목표였고, 많은 분들의 도움 속에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을 수상한 예술공장 두레의 신태희 사무국장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을 수상한 예술공장 두레의 신태희 사무국장

두레는 새로운 보금자리인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형동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마을을 조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형동리는 청주시에서 인정받은 몇 안 되는 ‘풍경이 있는 마을’로 선정된 동네이고, 주변에는 운보미술관, 개인작가들의 갤러리와 도예공방 등 문화적 인프라가 꽤 잘 구축되어있는 곳이다. 이들과 연계하여 마을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고 마을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작게는 마을잔치로 시작해서, 외지에서 찾아오는 관객들까지 매료시킬 수 있는 문화축제를 만들어가려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후원회원들께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시고, 또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두레가 되겠다.

마을의 기억을 예술에 담다

문화공간 양_수림문화재단 표창 수상, 사업기획 및 수행 분야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거로소사’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공간 양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거로소사’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공간 양
마을주민과 함께하는 ‘거로소사’ 사업을 추진하는 문화공간 양

문화공간 양에는 오래된 시계가 하나가 있다. 거로 마을에 있는 단 하나의 시계였다. 마을 사람들은 새벽에도 찾아왔다. 아이가 태어난 시간과 어르신이 돌아가신 시간을 알기 위해서다. 4·3사건 때 모두 불에 탄 마을에 사람들이 돌아왔고, 서로 도와 돌집을 다시 지었다. 현재 문화공간 양의 전시장도 그렇게 지어졌다.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돌아와 할머니가 준비한 음식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어렸던 김범진 관장은 마을사람들을 위해 동요 20곡을 준비해 두었다가 불러드렸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용돈을 받았다.

개인의 기억, 마을의 기억이 소중하다고 느끼고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할머니가 마을 사람들을 대접했던 일이 현재 의미에서 문화 활동이라는 것을 깨닫고 할머니의 마음으로 문화공간 양을 시작했다. ‘양’은 사람을 부를 때 사용하는 제주어다. 문화공간 양은 문화와 예술로 마을에 말을 건넨다. ‘삶과 더불어 함께하는 예술’을 실천하기 위해 공동체 프로그램과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예술가를 위해 레지던시·전시지원·문화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미술계의 주요 담론을 논의하고자 강좌·스터디·토론회를 열고, 지역 문화예술에 대해 연구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문화공간 양은 다양한 매체로 마을의 과거·현재·미래를 예술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거로 마을 사람들의 삶으로 들어가고자 노력했다. 마을주민도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마을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했고, 마을 어르신과 임원에게 문화공간 양의 활동도 계속 소개했다. 작품 제작도 같이하고 특히 마을에 대한 작업을 할 때 어르신들에게 강의도 듣고 조언도 받고 동의도 구하는 등 마을 분들과 끊임없이 함께하는 과정들을 가졌다. 힘들다고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지 않았다.

수림문화재단 표창을 수상한 문화공간 양의 김범진 팀장(좌), 김연주 기획자(우) 수림문화재단 표창을 수상한 문화공간 양의 김범진 팀장(좌), 김연주 기획자(우)

더욱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작업을 위해 2014년도부터 ‘거로소사’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거로소사는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마을의 풍경·행사·사람 등을 사진·영상·만화·웹툰 등의 다양한 매체로 기록을 하는 작업이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마을을 담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2016년에는 작품과 기록사진 등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인 거로기록보관소를 시작했다. 올해는 특히 기록이라는 주제로 마을 사람이 마을을 기록한 사진·그림·글 등을 모았다. 또한, 시각 이외의 예술에도 마을을 담기 위해 소리를 모아 곡으로 만들었다. 마을의 소리를 인터넷에서 실시간 방송도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마을 사람이 직접 참여하여 마을 공터에 쉬어갈 수 있는 의자를 제작했다. 이러한 여러 작업과 작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이 거로기록보관소다.

활동은 마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술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으셨던 마을 어르신들이 마을에 문화공간이 생김으로써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예술가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마을 주민의 자발적인 후원도 이루어져 레지던시 공간은 마을주민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공간 양은 거로 마을의 이야기가 담긴 작업을 다른 지역에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거로 마을과 제주도를 주제로 베를린에서 세미나를 열기 위해 준비 중이다. CD·책·웹툰을 제작하고 전시를 개최하고 방송을 하는 등, 더 많은 사람이 마을의 기억을 담은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마을과 공유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갈 것이다.

  • 강재현
  • 필자소개

    강재현은 원서갤러리(1997-1999), 갤러리현대(2000-2005), (사)한국사립미술관협회(2007-2009)에서 전시기획과 운영을 담당했고, 2010년부터 현재까지 사비나미술관 전시팀장을 맡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소셜 네트워크 아트@예술, 소통방식의 변화(2011)>, <3D프린팅&아트(2014)>, <아티스트 포트폴리오(2013-14)>, <60sec ART(2016)>, <#셀피-나를 찍는 사람들(2017)>등이 있다.

  • 신태희
  • 필자소개

    신태희는 (사)예술공장 두레의 사무국자이자 상근단원이다. <꽃필 날 있겠지>, <귀동아 방귀동아>를 쓰고, ‘고성오광대’, ‘진주한량무’, ‘호걸양반무’를 전수받았다. 그 외 <충청도의 힘>, <집>, <다 그렇지는 않았다> 등 다수의 작품에도 출연하였다.

  • 김연주
  • 필자소개

    김연주는 2001년부터 (주)아트컨설팅서울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미디어아트와 공공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다수의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홍익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경원대학교, 제주대학교 등에 출강하면서 미술사, 현대미술이론을 가르쳤으며, 전시, 문화예술교육, 공공미술 등 몇몇 연구의 공동연구원으로도 참여했다. 현재,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문화공간 양 기획자로 활동 중이다. 마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기록하는 일과 새로운 예술개념을 제안하고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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