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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기업이 예술로 투자유치를 하려면?
2017 문화예술 재원조성 프로젝트_‘IR 데모데이’ 리뷰클래식 MR 제작, 창작동화 정기구독 서비스, 뮤지션 발굴 플랫폼, 스마트폰을 켜면 보이는 잠금화면에 아티스트의 작품을 큐레이션하는 소셜벤처 등. 모두 지난 11월 23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리는 ‘2017 문화예술 재원조성 프로젝트 IR 데모데이’(이하 IR 데모데이)에 참가한 기업이다. 참가한 예술기업들은 이날 피칭에 앞서 6주간 IR 강의 및 컨설팅을 통해 사업 모델의 검토 및 개선사항, 투자 전략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 받았다. 1부 루키 세션에서는 초기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7개 예술기업의 피칭이 진행되었고 2부 챌린지 세션에는 IR 공모전을 통해 선발된 10개 기업의 피칭이 이어졌다. 문화예술 분야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청년예술가일자리지원센터와의 공동주관으로 한 행사다.
이날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 심사역, 액셀러레이터, 컴퍼니빌더 등 30명의 투자자들이 IR 데모데이에 참가하여 투자 적합성을 평가하였다. 그 결과 총 19건의 투자유치지원 협약을 체결하며 투자를 검토 중이다. 피칭 우수기업 수상자는 휴대폰 잠금 화면에 미술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한 ‘아티스푼’, 음악과 피트니스가 결합된 드럼 연주 프로그램으로 참여한 ‘해라’, 칸딘스키의 회화 활용 디자인 램프로 참여한 ‘해턴’이 수상했으며, 총 상금 3천만원이 수여됐다.
사실 예술기업들은 타 분야에 비해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제까지 예술기업들은 시장성(제품성)보다는 작품성을 강조하고 이것을 그들의 직업적 프라이드로 삼아왔었다. 그러나 투자자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시장의 성장률, 고객 당 재구매율, 구매의 Repeatability(반복성), 매출의 지속가능성, Exit Plan(출구전략) 등이 주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우리나라 예술기업의 구조적 문제점이란 매출의 한계가 있다는 점(지금의 BM으로는 매출의 최고액이 정해져 있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뮤지컬 기업의 최대 매출은 ‘공연일수×총좌석수’로 산출된다.)과 중요한 투자적 자산인 고객의 DB가 없는 경우가 많아 매출 예측이 어려우며,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그러나 국내 최초로 진행된 IR 데모데이 행사에서 필자는 여러 가능성을 보았다. 이날 피칭한 기업 중에 인상적이었던 4개 기업과 그 이유를 이야기하면서 예술기업이 투자유치를 위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클래식음악의 MR을 제작하는 플랫폼인 ‘카메라타 프로젝트’, 창작동화 정기구독 플랫폼인 ‘잇다’, 뮤지션발굴플랫폼인 ‘국제예술교육개발원’, 잠금화면을 이용한 작품 구매 큐레이션 플랫폼 ‘아티스푼’ 4개 기업의 공통점은 투자자의 시각에서 보는 예술기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첫째는, 일단 매출의 한계가 없다. 작품으로서의 예술이 아니라 제품으로서의 예술을 디지털이라는 매개체로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잇다’의 경우 창작동화를 만드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플랫폼화하여 디지털로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출판부수의 한계를 뛰어 넘었고, ‘아티스푼’의 경우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디지털 잠금화면으로 제공하는 수익모델로 작품을 한번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성 있는 온라인 갤러리로써 매출의 영속성과 반복성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멋진 시도라고 보았다.
둘째, 모든 스타트업이 가장 넘기 어려워하는 GTM(Go to Market)전략이 잘 구축되어 있다. 공통적으로 스타트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초기에 가장 많이 실패하는 경우가 초기시장을 모호하게 잡는 경우이다. ‘카메라타 프로젝트’는 클래식 MR 이라는 초기시장으로 경쟁자를 최소한으로 하고 있으며, ‘국제예술교육개발원’은 젊은 무명 뮤지션이라는 이라는 상품을 DB로 마케팅한다는 구체화된 타깃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투자적 자산인 고객의 DB 및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지점인데,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 연극, 전시 등 거의 모든 현존하는 예술기업은 그들의 공연을 보는 고객의 DB를 가지고 있지 않아 반복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매출을 예측하기 어려운 투자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투자에 성공하는 기업은 플랫폼으로 고객의 DB와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는 Tool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명확한 Exit Plan(출구전략)이 보인다. 사실 투자자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수익이다. 이 수익은 투자금 회수 시점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디지털 콘텐츠로 승부하는 영화, 드라마, 엔터테인먼트를 제외한 대부분의 예술기업은 Exit Plan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투자한 주식을 팔 곳이 없다는 뜻이다. 일부 문화예술 펀드를 운영하는 투자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러한 이유로 투자를 포기한다.
사실 투자자의 시각에서 예술기업의 매출을 분석하면 예술기업이 존속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수많은 고정비용과 치열한 마케팅 전투를 벌이며 예술기업을 운영하시는 대표님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우리나라 예술산업을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많은 언론, 예술인들은 정부의 지원정책, 기업의 메세나 활동의 적극적인 참여와 대중을 향한 문화예술부흥(?)운동 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훌륭한 예술기업들이 재무적으로 건강하고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며 투자유치와 Exit(M&A나 매각)에 성공하여 그들의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고 발전 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IR 데모데이에 앞서 IR 기초 교육의 강의를 진행하였고 이후 IR 데모데이에 전문평가단으로 참여하였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서 투자유치를 진행하는 예술기업의 대표님들께 감히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다. 첫째, 예술은 곧잘 우물 파는 일에 비유된다. 그러나 대표님들은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 우물에서 나와야 한다. 우물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가들만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고민을 토로하고 의견을 들으시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특히 투자를 바라신다면 예술을 즐기는 고객을 관찰하듯이 투자자들을 관찰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모르고, 무슨 이유로 투자하는지를 모르는데 어떻게 투자를 유치 할 것인가?
둘째, 다른 기업과 파트너십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아니, 파트너십, 융합, 통합, 통섭 이런 단어가 나오면 무조건 가서 만나봐야 한다. 현대 기업 전략은 대부분은 통합(Integration)에서 나온다. 예술에 플러스 알파가 붙었을 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고객의 로열티가 된다. 예를 들어 ‘아티스푼’의 잠금화면에 젊은 화가의 작품이 아닌 뮤지컬의 중요 장면이 디지털로 제공되면 어떨까? 그곳에서 예약을 할 수는 없을까?
셋째,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10년 이상 된 예술업계 사람들을 모아놓고 사업을 말아먹어 본 사람 손들어 보라고 하면 아마도 절반은 손을 들것이다. 그럼 왜 사업을 말아먹었을까? 사업적으로 무리한 결정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정말로 진지하게 100% 기업이 성공하는 방법이 있다. 그건 성공 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사업을 계속 존속하며 와신상담 기회를 보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 예술기업이 가진 역량과 노하우로 점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 말이다.
IR 데모데이가 예술기업의 투자유치의 모델을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임에는 틀림이 없다. 더 많은 예술기업이 이를 통해 투자유치를 하고, 예술기업에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이곳에 와서 알찬 기업을 만나는 만남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향후 이 프로그램이 일시적인 행사가 아니라 투자유치를 원하는 예술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멘토링과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여 더 많은 투자의 기회가 예술기업들에게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대한민국 예술기업 파이팅!
김진영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약15년 간 연구소, 컨설팅법인에서 전략수립 및M&A 컨설팅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후 KT그룹 상무 등 대기업 임원을 지내고 현재는 SME와 스타트업을 위한 컨설팅펌을 운영하면서 컴퍼니빌딩과 투자를 하고 있다. 또한 스타트업 업계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강사와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