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는 3월 7일 문화예술분야의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선배에게 듣는 문화예술 JOB이야기>를 개최하였다. 특히 공연과 시각분야의 신진인력 및 전문가들의 대담 코너와 강의를 통해 커리어패스 및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문화예술계 진입에 필요한 밀접한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하였다. 웹진<예술경영>에서는 프로그램의 강사로 참여한 민간 공연·전시 기획사 전문가를 통해 행사를 정리했다.
공연예술분야 언론홍보 : 15년의 홍보인생 요약하기
필자가 근무하는 공연 기획사는 제작은 물론 홍보 마케팅 그리고 티켓예매까지 모든 과정을 내부에서 직접 처리한다. 이렇게 업무별로 파트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공연기간이 평균 3개월 정도인 뮤지컬과 연극을 연간 5-6편 기획하고 무대화 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곳이기 때문이다.
국내 공연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왔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한 2017 공연예술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공연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공연시설은 2007년 662개에서 2016년 992개로 330개가 증가하고 매출액 또한 2007년 2,879억 원에서 2016년 3,435억 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현재 공연기획사는 몸집을 줄여 고정비를 낮추고 작품별, 파트별로 대행사를 쓰며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 유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연예술 분야로 진로를 희망할 경우 극장 혹은 공연 기획사가 선택의 전부였다면 현재는 홍보마케팅 대행사를 통하는 등 좀 더 다양한 경로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한편 공연예술은 다른 산업에 비해 매우 아날로그적이다. 뉴미디어 시대 디지털 기반으로 삶의 모습이 변화함에 따라 홍보마케팅 분야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음에도, 여전히 신문‧잡지‧뉴스‧라디오 등의 올드미디어가 홍보팀에겐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다. 특히 언론홍보는 높은 신뢰도로 인해 타 광고보다 예산 절감 효과가 뛰어나 공연단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과거 홍보팀은 언론홍보가 주 업무였다. 업무 과정은 ①보도자료 등 취재 아이템을 언론사에 제공 ②언론사가 그 아이템을 기사로 가공, 매체에 발행할 수 있게 서포트 ③사후 및 위기관리와 같은 3단계의 단선적 구조로 이루어졌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홍보팀의 업무도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공급자와 소비자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제작‧공유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에 발맞춰 고관여‧신용재‧경험재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공연예술은 언론홍보를 통해 신뢰와 정보를 전달함과 동시에 감성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직접 제작, 배포하며 새로운 홍보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포털 사이트 플랫폼에서 웹진, 빌리 TV 채널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제작‧배포 하고 있다. 더불어 실시간으로 소통 가능한 SNS 플랫폼에서는 Today’s Billy Elliot 제목으로 미공개 공연 사진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공연장을 찾아온 특별한 손님이나 행사 전 배우들의 모습 그리고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며 관객들과 직접 소통을 하고 있다.
‘선배와의 만남’ 코너 진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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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후 짧게 ‘선배와의 만남’이 진행되었다. 4-5명을 한 팀으로 구성해 총 세 팀을 만났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으로 ‘어떤 스펙이 필요한지’,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은 질문으로 ‘문화예술의 어떤 가치를 보고 일을 하는지’가 있었는데 이 질문들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홍보분야에서 일하려면 어떤 스펙이 필요한가?
어떤 파트냐에 따라 조건은 달라질 수 있다. 홍보 파트라면 글쓰기, 말하기, 취재 능력이 있으면 좋다. 더불어 콘텐츠를 제작 할 수 있는 디자인, 영상, 촬영 센스를 가지고 있으면 더 좋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중요한 건 긍정적인 성격, 원만한 대인관계, 그리고 지구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분야는 사람이 중심이고, 사람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일 안에서 스스로 기쁨과 재미를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타 산업에 비해 복지와 임금이 평균보다 낮기 때문이다. 여전히 이 분야에는 열정페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중요한 사람에겐 추천할 수 없는 직업군이다. 하지만 일 안에서의 즐거움은 높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즐거움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기도 하다.
직업으로서 문화예술의 가치는 즐거움과 행복감
행사 후 이 질문을 다시 생각해봤다. 처음 함께 일을 시작한 20명이 넘는 인턴은 3개월 후 정규직이 되었을 때 8명이 남았고, 1년 뒤에는 나를 포함한 5명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인턴 중 공연예술을 가장 모르는 사람이었고 이 점이 콤플렉스였다. 그리고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예술인이 아닌 평범한 회사원이다. 물론 내가 몸담고 있는 문화예술이 성장해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길 바라지만 이 분야의 어떤 가치와 의미를 마음에 품고 일하진 않았던 것 같다.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사명감보다는 이 일을 하면서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할 것. 바로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일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