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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 준비하기
『넥스트 아트채널 리서치 디렉토리』 활용가이드국제교류라는 말의 폭이 참 넓어졌다. 교류의 형태뿐만 아니라 대상도 넓어졌다. 덕분에 문화예술과 관련된 국제교류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몇몇 국가 외의 지역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고, 최근에는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는 구체적인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 워낙 문화예술계 전반에 유행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던 터라 이조차도 유행이 아닐까 하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국제교류 대상 지역의 확대는 기회와 대안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방향의 변화가 만들어 낸 주요한 흐름이라고 보는 시선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문제는 정보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동유럽 등의 지역은 관심에 대응하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정리된 자료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곤 했으나 결국 만족할만한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쓸 만한 정보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직접 비행기를 타고 궁금했던 어떤 곳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가서도 문제였다. 짧지 않은 시간을 두고 출근하듯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을 만나고 공간을 찾아다녔지만 살아있는 정보는 순간 대면한 모습과 전달받은 말에 의해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커졌다. 하지만 내가 관심 가는 곳에 충분히 상주하며 부족하다고 느낀 부분을 채워 넣을 수도 없는 상황. 다시금 반복되는 문제지만 내가 필요한 정보를 직접 수급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응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이미 여러 형태로의 교류가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어 축적된 자료가 많거나 문화예술 관련 유학생이 많아 현지 통신원을 두기 용이하거나 현지와의 다양한 소통 채널이 확보되어 있는 지역이 아닐 경우, 우리는 어떻게 살아있는 정보를 만나는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 중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국제교류다. 그중에서도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할 인원을 처음으로 모집하던 2013년 여름은 필자가 아시아 리서치를 결심하고 일본, 홍콩 기획자와 함께 팀을 만들어 여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누군가가 해 주기를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던 시기에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중앙아시아 등을 포함한 여러 지역의 한국문화원에 파견되어 현지 문화원 지원활동과 리서치 활동을 수행하는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아마도 계획된 일정이 없었다면 바로 한국에 돌아와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몇몇 상황에 의해 지원하지는 못했으나 이후에 파견되는 분들과 교육 프로그램 자리에서 조우하는 기회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인연이 생기고 작은 몇 가지 일이 더해지면서 애정이 더 커졌다.
그렇게 애정 있게 바라보던 권역별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파견사업의 결과물로 『넥스트 아트채널 리서치 디렉토리』가 출간되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건네받자마자 완독을 했다. 자주 방문했었고, 개인적인 리서치를 진행했던 태국과 베트남이 포함되어 있어 현장에서 느꼈던 부분과 책에 수록된 내용을 대비해가며 읽는 재미도 있었다. 반드시 작업해 보겠다고 생각하던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포함된 것도 좋았다. 책자의 주 내용은 개략적인 역사와 문화에 대한 배경 설명에서 시작해 해당 지역의 플랫폼 역할로 기능할 수 있는 공간과 단체, 행사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 소개된 대상의 종류와 정보의 양은 이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교류를 준비하고 있는 입장에서 더 요긴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유는 단지 책에 주요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선별하는 과정에 작동하는 저자의 경험과 판단을 존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책의 저자로 참여한 3인의 경우 2년 이상 해당 문화원에서 활동하며 지역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앞부분에도 간략하게 언급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채집하는 정보의 경우 정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거나 일정 단면에 의존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을 생각해 자료의 가치를 다시 볼 필요도 있다.
여러 부분에서 값진 자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나 이 책자만을 통해서 수동적으로 내용을 이해하려고 할 경우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책에 소개된 공간과 단체, 인물을 중심으로 추가 검색을 해 보는 방법이 있다.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더 많은 양의 공간이 언급되어 있고, 각각의 내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인물, 행사 등을 구글링하면 기사와 사진, 동영상 등 참고 가능한 추가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그리고 대상별 주 설명문에 덧붙여져 있는 팁을 참고하는 것도 아주 좋다. 팁에는 방문할 때 고려할 요소와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로 생각해 볼 부분, 한국과의 교류 상황 등 우리가 궁금해 할 여러 요소를 저자의 경험에 기반해 친절하게 녹여 놓았다.
책을 읽고 난 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파견 전문가들에게 더 큰 기대가 생겼다. 우선 본래 사업의 취지대로 문화예술 관련 전문 인력이 보다 현실적인 여건 하에서 쌍방향 교류를 위한 리서치와 매개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관과 문화원 차원에서의 지원을 강화했으면 하는 생각이 견고해졌다. 그리고 이 책이 동기부여로 작동해 국제교류를 구상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료가 꾸준히 생산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년에는 선명한 주제를 가진 리서치 결과로서의 책자, 교류 사례를 정리한 자료집 등이 제작되어 책을 펼친 사람들에게 상상과 실천을 더 즐겁게 제안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