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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 명료한 자산으로서의 미술품 가치 평가
2017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사업 결과공유 워크숍 리뷰2018년 1월 25일 목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교육동에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의 주관으로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사업 결과공유 워크숍’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센터는 종합적인 미술품 감정 기반 구축을 통한 한국 미술 진흥을 위해 2015년부터 ‘미술품 감정 기반 구축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이 사업은 크게 ‘미술품 감정 인력 양성’, ‘과학적 분석 방법연구 및 감정시스템 개발’, ‘작고 작가 전작도록 발간지원’과 ‘원로 작가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진행된 ‘미술품 감정 인력 양성’ 사업은 기존의 ‘근현대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과 ‘해외감정 프로그램 참가지원’과 더불어 영역을 더욱 넓혀 진행되었다. 센터가 미국감정가협회(Appraiser Association of America, 이하 AAA)와 공동 기획한 시가감정 교육프로그램인 ‘미술품 감정의 이해(Introduction to Appraisal of the Fine Arts)’를 통해 미국의 감정교육과정 및 방법을 벤치마킹하고, 이를 통해 국제적 역량을 지닌 차세대 미술품 감정 인력을 확충하는 기반을 다졌다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사업에 참여한 미술계 관계자들이 직접 사업의 결과 및 사례를 공유한 후 관련 전문가들의 제언을 얻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6년 연말부터 미술계의 위작 및 진위 논란이 2017년까지 여전히 계속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12월에는 ‘미술품 유통 및 감정 법률안’까지 의결되면서 ‘미술품 감정’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술계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국내에서 운영된 ‘근현대 미술품 감정인력 양성 프로그램 운영’과 ‘해외감정 프로그램 참가지원 사업’의 결과를 공유하였다. 한국미술정보개발원과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에서는 차세대 감정 인력 양성을 위해 각각 ‘근현대 동양화 감정 교육 프로그램’과 ‘미술품 시가감정 인력 양성 전문 과정’을 운영하였으며,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및 진행했던 최문선 한국미술정보개발원 연구기획 팀장과 김기리 (사)한국미술품감정협회 기획팀장이 직접 프로그램의 개요, 진행과정, 결과 및 성과에 대하여 발제하였다. 두 프로그램의 주제는 달랐지만, 모두 미술계 현직 경험이 5년 이상인 경력자들 10여명을 대상으로 3~4개월 간 이론과 실습을 통해 운영되었다.
담당자들은 이를 통해 더욱 전문적이고 장기적인 미술품 감정 인력 양성에 대한 필요성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제언을 위해 모인 3명의 모니터링 위원들 또한 감정이라는 분야는 전문성을 겸비함과 동시에 섬세함과 윤리성 또한 지녀야하므로 프로그램의 지속성과 연속성을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로드맵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하였다.
뒤이어 미국의 3대 감정협회 중 국제감정사협회(International Society of Appraisal, 이하 ISA)와 AAA의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선정자들이 오랜 세월 다듬어져 체계적인 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미술품 가치 평가 교육 방법과 연례회의 내용을 공유하였다. ISA의 미술품 시가감정 코스(Appraisal of Fine Art Course)에 참여한 전지윤은 ISA협회에 대한 개괄적인 사항과 더불어 본인이 참가한 교육 프로그램의 목표, 일정, 구성 등을 소개했다. 그리고 AAA의 연례회의인 예술법의 날과 내셔널컨퍼런스에 참여한 필자는 AAA협회와 프로그램을 소개한 후 이 곳에서 다룬 미술품 시가감정 동향 및 이슈를 선정하여 워크숍 참석자들과 공유하였다. 특히, 복수제작 및 에디션 미술품과 감정 신뢰성에 관한 심화연구는 추후 국내에서도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로 주목 받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2017년 8월 7일부터 18일까지 총 10일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AAA의 협력 프로그램 ‘미술품 감정의 이해(Introduction to Appraisal of the Fine Arts)’의 참가자 11명 중 5명이 프로그램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여 워크숍 참가자들과 공유하였다. 김미정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 이사의 미술품 가치 평가와 평가 보고서의 정의, 종류, 보고서 작성법과 형식 등과 미국의 감정 평가 실무 기준을 상세하게 설명한 ‘미국의 미술품감정보고서 작성과 표준감정평가기준(USPAP)’ 발제를 시작으로 김소연 이화여자대학교 교수가 ‘미술품 시가감정의 요소와 이해’라는 제목으로 미술품의 가치를 평가하는 15가지의 요인을 공유했다. 김인아 한국미술품감정협회 실장은 훈련된 안목과 세밀한 조사를 통한 ‘감정 조사방법론’에 대하여 단계적으로 설명했으며, 이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통한 다양한 ‘미술시장에서의 법과 윤리’를 소개했고, 박숙희 신세계갤러리 수석큐레이터는 ‘미술품 거래의 2차 시장: 경매’라는 제목으로 해외 미술시장의 데이터와 미국의 3대 경매회사 분석을 통해 전 세계적인 미술시장의 현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발제했다.
이후에는 발제자 5인의 라운드테이블 및 질의응답이 이루어져 프로그램 참석자인 김주삼 art C&R 미술품 보존연구소 소장, 조인애 프리랜서 유화 복원가, 조은정 미술사학자 및 미술비평가가 간략한 발제와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으며, 본 워크숍에 참석한 캐슬린 김 예술법 전문가 및 변호사가 발제 내용 중 법적인 내용에 대하여 보충 의견을 덧붙여 미술품 가치 평가에 대한 더욱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이 오가면서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또한, 이 자리에서는 미술품 진위 감정(Authentication)과 미술품 가치 평가(또는 시가 감정, Appraisal)가 국내에서 모두 ‘감정’이라는 용어로 사용됨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법적 문제점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오류의 심각성에 대하여 논의하고 이를 분리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담론이 형성되었다.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미술품의 자산의 평가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함에 따라 미술품의 경제적인 가치와 객관적인 지표를 제시해야하는 미술품 가치 평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관련된 연구 또한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이와 관련한 내용과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는 흔치 않았다. AAA의 경우 1949년 설립되었으며, ISA의 경우 1979년 설립된 것처럼, 미국의 미술품 가치 평가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보다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공신력 있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미술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경력 그리고 전문적인 배경지식을 토대로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경제 및 회계학적 지식 요건까지 갖춘 감정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동산, 부동산, 무형 자산 등의 모든 자산의 가치 평가를 관장하는 감정 재단이 관리 감독하기에 미국의 미술품 가치 평가가 대중에게 보다 높은 신뢰성을 부여 받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자산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가치 평가의 역사는 불과 10여년에 불과하다. 그것도 일부 전문가들의 요구와 관심이었을 뿐 사회적인 요구도, 경제적인 필요도 없는 관심외의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미술시장과 사회에서는 자산으로서의 미술품 평가에 관심이 두드러짐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 수준의 성과물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미술시장의 속성상 작가별, 작품별 기준이 될 만 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국내의 상황에서 인력 양성과 사회적인 요구만으로 미술품 가치 평가의 수준이 갑자기 발전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평가사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의 효력을 가지게끔 할 것인지 역시 논의되어야 한다.
미술품의 가치 평가 확립은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여 정확하고 명확한 자료를 쌓아가며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구의 미술품 자산평가가 어떤 사회적 합의와 법률적 토대위에서 오늘에 이르고 있는가를 면밀하게 연구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국내 실정에 맞는 가치 기준 수립을 위한 연구로 다양한 국내외 자산 가치 평가 기준을 살펴보고,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수긍할 수 있는 기준의 도출이 중요하다. 더불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책, 지속적인 논의의 자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된다면, 투명한 미술시장 형성은 물론 점차 자리 잡을 자산으로서의 미술품 또한 충분한 신뢰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위를,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스코미술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독립 큐레이터로 해외에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트레블링 코리안 아츠’ 등 다양한 전시 및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 기획뿐만 아니라 미술품 가격과 가치 평가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국제감정사협회(ISA, International Society of Appraisers)와 미국감정가협회(AAA, Appraisers Association of America)의 프로그램과 뉴욕대학교의 미술품 감정학(Appraisal Studies in Fine and Decorative Arts)을 수료하였으며 국내 미술품 가치 평가에 대하여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메일, yeonjin.ch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