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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뮤지컬 음악감독이고 싶다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Ⅲ]마창욱_뮤지컬 음악감독마창욱 음악감독은 20대 후반 뮤지컬 음악감독이 된 후, 뮤지컬, 드라마 OST, 앨범 작업, 보컬 코치 등 여러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뮤지컬 스페셜레터>로 상을 받은 실력파다. 팍팍한 현실에서 가끔 모순되고, 불안해도 그 끝은 뮤지컬 음악감독이고 싶은 마 감독을 연남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곡, 연주, 편곡, 보컬, 음향, 음악감독 등 음악 전반에 걸쳐 못하는 것이 없다. “뮤지컬 음악감독이라고 불러 주세요.” 여러 가지 역할 중에서 마 감독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깊다. 자금만 넉넉하다면 혼자서도 뮤지컬 작품을 하나 올릴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다양한 업무를 맡았고 능력을 채웠다. 이번 작품에는 보컬 코치를 하지만 다음 작품에는 작곡을 하고, 그 다음 작품에는 편곡을 하는 식이었다.
어떻게 음악 전반에 걸쳐 다양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일까? 14살의 소년은 기타로 처음 음악을 접했다. 이후 헤비메탈에 빠졌다. “기타는 20년도 전에 시작했지만 실력은 그만큼 되지 않으니 연주만 하다가 슬슬 싫증이 났어요. 최소한 내가 부를 노래는 내가 만들자는 생각에 작곡을 시작했어요. 악기들을 연주하다가 노래하고, 목 아프면 곡 쓰고 그러다 다시 연주하기를 반복했어요.” 이렇게 10년을 하다 보니 이제는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놀라운 것은 전공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독학이라는 것이다. 마 감독의 전공은 ‘현대음악과 보컬’이다. 그래서 전공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보컬을 전공으로 배워서 지금 하는 일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요? 대학 진학 전까지 헤비메탈 음악을 하고 있었지만 학과가 교회음악과이다 보니 전공 필수로 클래식보컬(성악)을 배우게 됐어요. 점점 그 매력에 빠져 교수님을 졸라서 졸업할 때까지 더 배울 수 있었어요. 이 수업은 3학년까지만 배우면 되는 수업이었거든요. 현재 목원대학교에서 성악 뮤지컬 학부 출강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 전공인 보컬 분야에 한정하고 있어요. 이론을 배웠으니 정식으로 가르칠 수 있는 거죠.
현대교회음악과 전공인데, 뮤지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대학에서 좋은 교수를 만났고, 전공이 뮤지컬로 이끌었어요. 현대교회음악과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와 전통을 아우르는 동시대적인 음악을 해야 했기에 현대실용음악과 클래식을 동시에 공부했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넓게 포용하고 소화해야 하는 뮤지컬이란 장르에 도움이 된 거죠. “학교에서 동기들과 경쟁하면서 성장해 갔어요. 뮤지컬계로 발을 딛게 된 것도 보컬의 기본기가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학교가 진로의 발판이 될 수 있으니 학교 수업에 충실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마 감독은 졸업 후 뮤지컬 업계에 문을 두드렸다. “뮤지컬의 배우는 못 되겠다 싶어서 작곡 분야에 자리가 있는지 알아봤어요. 아무 경험도 없고 열정만 있을 때라 시켜만 주시면 다 하겠다고 했죠.” 기회는 적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도로시>라는 어린이 뮤지컬의 편곡 업무를 맡게 됐다. 그 작품 팀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뮤지컬계에 안착하게 되었다.
20대 후반, 뜻밖에 운 좋은 일이 생겼다.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이성준 음악감독이 유학을 가면서 후임자로 자신을 추천한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족히 5년 이상 빠르게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음악감독으로 데뷔했는데, 일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만일 있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음악감독으로 데뷔해 초반에는, 서로 치열하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하면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뮤지컬 창작의 원천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때는 소통하는 방법이 좀 서툴렀죠.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의 정체성도 중요하지만 지혜롭게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삶의 철학이 무뎌지거나 깊은 대화를 원할 때, 멘토를 찾아 나섭니다. 탤런트 유준상 씨도 공연하면서 만난 인생의 멘토인데,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삶의 철학을 재정립하곤 해요.
마 감독은 지금까지 25편이 넘는 뮤지컬 작품에 참여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편곡(2014년)과 보컬 코치(2015~2016년), <뮤지컬 천년혼>(2014년) 작곡·음악감독, 뮤지컬 <곤 투모로우>(2016년) 편곡 등 작품이 있다면 달려갔다. 여러 작품 중에서도 ‘마창욱’의 색깔을 담았다고 자부할 수 있는 작품은 <뮤지컬 스페셜레터>(2009~2012년)이다. 결과가 좋아서 오픈런으로 장기 공연했고 ‘2009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도 수상했다.
<스페셜레터>는 어떻게 제작했고, 의미가 왜 특별한가요? 작가와 한강에서 커피 마시다가 농담처럼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들면 어떨까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이 작품으로 공연 로열티도 처음으로 받았어요. 큰 금액은 아니어도 작품으로 로열티를 받는 것은 작품이 투자비를 회수할 정도로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롱런했다는 의미예요. 뮤지컬 업계에서 로열티를 받는 작곡가가 많지 않거든요.
시간에 쫓기고 여러 작품을 한꺼번에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셨나요? 어쩔 수 없죠. 잠을 줄여야죠. 뻔한 대답이긴 하지만 ‘헝그리 정신’이 강했어요. 처음부터 아예 가난하기로 작정했어요. 대신 ‘스물아홉 살까지’만이라고 나름대로 가난의 한계치를 정해 놓았어요. 가정을 꾸리기 전까지만이라고 기간을 정한 거죠. 그러고는 ‘실력이 명함이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마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스물아홉 살 때 결혼을 하게 되면서부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이 직업을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두 번째 힘이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 조카가 질문을 해 왔다.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할까요?”라는 질문에 “너는 웬만하면 음악하지 말고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직해라”라는 현실적인 조언이 나오더란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음악 해서 뭐 먹고 살래?” 같은 불안과 걱정 섞인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이 업계에서 인정받으며 살아남은 사람의 반전 대답이다.
“지금 공연계는 한 명의 뮤지션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이 트렌드가 되어 버렸어요. 인건비를 축소하려고 하니 10년 전부터 이런 흐름이 생겨났어요.” 밤샘 작업을 하는 고강도 업무에도 수입이 노동량에 비례하지 않고, 가끔 공연이 실패했다는 핑계로 돈을 못 받기도 한다. 몇 달을 매달렸는데 막판에 프로젝트가 엎어져서, 서러움에 눈이 붓도록 울기도 했다. 이게 현실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음악을 하지 않고 살래?”라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오’라고 대답할 거예요. 군대에 있는 2년간 음악을 잠시 못 하는 것도 괴로워 오선지에 애국가를 그리곤 했습니다. 음악을 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죠. 최근에 팝페라 그룹 ‘포엣(poet)’의 2집 싱글 작업을 마쳤습니다. 가장 마창욱스러운 음악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콘셉트 기획부터 작사·작곡·연주 등 모든 것을 제 손으로 작업했어요. 클래식과 록사운드를 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죠.
마 감독은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니,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실력이 곧 명함이에요. 실력 없이 기회를 잡았다 해도 그건 오래갈 수 없어요.” 그는 자신의 실력에 어떤 핑계도 대지 않는다. 음악가로 살기로 한 인생, 내가 선택한 길, 핑계를 대지 않고 설렁설렁 하지 않도록 오늘도 자신을 다잡는다. “나는 뮤지컬 음악감독입니다!” 이 문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축적의 시간이 떠오르니, 이 심플한 문장이 귓가를 울린다.
실력과 인성은 어떤 예술의 영역이든 프로들의 세계에선 필수입니다. 어른들은 예술에 정답과 순위가 없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정답과 순위를 요구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책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에서 제가 위로를 얻었던 건 ‘그도 나처럼 사소한 고민을 하는구나’라는 동질감으로부터 오는 위안이었습니다. “박차고 나가서 자신의 것을 하십시오”라고 다른 성공한 예술가들처럼 외치고 싶지만 우리가 살아내고 있는 현실은 녹록지 않죠.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과 시대가 원하는 예술 사이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선택과 집중이 우리에겐 필요합니다.
마창욱 프로필
학력
- 숭실대학교 현대교회음악과 보컬 전공 졸업
- 단국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석사
주요 경력
- 대구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수상(2009)
-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 공식 초청 (2010)
- 더 뮤지컬 어워즈 소극장 창작뮤지컬상 수상(2010)
- 前 목원대학교 성악 뮤지컬 학부 겸임 교수
- 現 뮤지컬 작곡가·음악감독·편곡·뮤지컬 보컬 코치
주요 작품
-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햄릿>,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스페셜레터>, <프랑켄슈타인>, <오! 캐롤>, <서울의 달> 외 다수
- 연극: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 기타: 경주 엑스포 경주타워 멀티 미디어쇼, 서울 재즈페스티벌 공연 JnJoy20밴드 음악감독, 영화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들 편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