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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영혼을 소장하는 아트 러버를 위해
[문화예술청년 인생 UP데이트 Ⅲ]박은주_아트 컨설턴트아트 컨설턴트, 박은주는 투자자가 아닌 아트 러버(art lover)로서의 컬렉터를 위한 교류 프로그램과 출판, 전시 등의 활동으로 예술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은 아티스트 지망생이었다. 그런 친구들과 모여 노는 장소가 아틀리에였던 터라 자연스럽게 그도 친구들처럼 아티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소질이 없었다. 정말 죽을힘을 다해 그려도 친구들과 동행할 수 없었다. 아티스트는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타고나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면서 미련 없이 꿈을 접었다.
그 후 경제인들이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 멋진 경제인이 되려고 공부를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직업에 대한 목표만 있었고 정작 인생에 대한 꿈이 없었다. 하지만 살면서 행복해야 하고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인류에 기여해야 한다는 삶의 가치와 철학이 생겼다. 그리고 스스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예술 작품을 공부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에게 참된 기쁨을 전달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경험하면 할수록 자신에게 자질이 있다는 것과 자신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외국이었고 게다가 비전공자로 경력을 시작하기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하시게 됐나요? 파리에서 경제학 관련 공부를 하고 있을 때, 1997년 IMF 사태가 터지면서 유학생들 모두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제 주위 사람들도 외곽으로 이사를 하거나 한국으로 돌아갔죠. 그때 공부를 접고 한국으로 돌아간 유학생 친구가 프랑스로 해외 연수를 오는 공무원들을 위한 랜드회사를 시작했어요. 현지 코디네이터로서 제가 좋아하는 미술관들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일을 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나 스스로에게 큐레이터로서 지녀야 할 열정과 자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사관이나 다른 여행사 등에 소개도 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미술사와 현대미술도 공부했어요. 다른 학생들이 갤러리 연수를 받을 때, 저는 드루오 경매장에서 작품 판매의 다양한 과정과 단계를 경험하며 실전을 익혔는데 그 당시 경험들은 제 인생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아트 컨설턴트로서 작가와의 관계는 어떻게 만드시나요? 아직도 아트 페어나 갤러리, 살롱전에 가서 젊은 작가들을 만날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뛰어요. 좋은 작가를 발굴했다고 생각해도 2~3년 동안은 그 작가를 지켜봐요. 작업 과정뿐 아니라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과거의 대가 중 어떤 작가를 왜 좋아하는지, 주변에 어떤 평론가나 갤러리스트들이 있는지 파악해야 하니까요. 아틀리에에 가는 건 필수죠. 숨겨진 작업량이 많은지, 딱 할 만큼만 하는지 등 많은 부분을 보죠. 그리고 작가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인지 말이 아닌, 저 스스로 직접 보고 느껴요.
그는 작가의 작업에 대한 컬렉터들의 반응을 굉장히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컬렉터들에게 반응이 색다른 작가가 있으면 그게 하나의 확신이 되고, 큰 갤러리, 페어 등이 단계가 있는데 그것을 가능케 하는 중심엔 컬렉터가 있다. 그는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보다 컬렉터의 힘이 더 크다고 본다. 컬렉터가 없으면 미술 시장 자체가 형성될 수 없다. 그가 말하는 컬렉터는 부자가 아니라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의 영혼을 사는 ‘아트 러버’다.
아트 컨설턴트로서 컬렉터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시나요? 저는 서로 지향하는 바가 같은지를 알고자 작품을 사려는 고객과 먼저 상담을 해요. 저는 고객이 저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는 함께 선택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담과정에서 언제든지 백 프로 팔 수 있는 작품만을 원하는 분께는 “그 경우에는 경매장으로 가셔서 구입하시는 게 어떨까요?” 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려요. 아트 컬렉션은 아티스트, 갤러리스트, 평론가 그리고 다른 컬렉터와의 휴먼 컬렉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판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 분들은 이것이 얼마나 우리를 충만하게 하는지 고려하지 않으셔서 매우 안타까워요.
컬렉터들에게 주로 어떤 조언들을 해주시나요? 고객들께 이름 있는 작가의 작업만 사지 말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능 있는 작가들을 지원하면서 함께 성장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갤러리나 전시 공간도 알려진 곳만 가지 말라고 해요. 작가들이 성장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 가치가 꾸준히 올라가는 기쁨을 발견하는 컬렉터와 유명한 작가의 비싼 작업만 사려는 컬렉터의 기쁨은 비교할 수 없다고 봐요. 우리는 마티스에게도, 피카소에게도 무명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작가도 갑자기 대가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좋은 컬렉터는 어떤 사람인가요? 유럽의 경우엔 어릴 때부터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 예술 관련 서적, 사진, 프린트 등의 선물을 주고받으며 모은 것으로 이미 그런 소양을 가진 컬렉터가 돼요. 성인이 되어 전시를 보고 미술관에 가면서 예술 작업을 사는 게 자연스럽게 생활화되어 있어요. 컬렉터라는 사람은 예술이 우리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 중요한 걸 깨달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예술이라는 영혼을 기꺼이 소장하는 진정한 아트 러버죠. 마르셀 뒤샹은 “예술품 컬렉션은 하나의 예술 형식이다”라고 했습니다. 즉 아트 컬렉터들은 자기만의 형식으로 본인의 컬렉션을 창조하는 예술가라는 말이죠.
그가 아트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예술을 투자나 자산 증식의 도구로 생각하는 컬렉터들을 만났을 때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컬렉터는 무명작가들에게 재정적으로 도움을 주고 예술을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돕고 힘을 주는 그런 사람이다. 작가들에게 컬렉터들의 응원은 삶의 원천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예술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적 방법론이나 접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컬렉터와 작가, 컬렉터와 전문가들의 교류를 위한 토크 프로그램이 필요하죠. 좋은 컬렉터들의 사례를 들어 보는 것은 좋은 길잡이가 되니까요. 아트 러버들이 왜 컬렉팅을 하고 어떤 만족을 얻고 있는지 교류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게 해서 작가와 컬렉터가 동행하며 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누구보다 바란다.
최근 미술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공 영역에서도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가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라는 사업을 했잖아요. 외국에는 페어 등의 기회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활성화가 잘 안 되어 있는데, 그걸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아쉬운 점은 홍보예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어 놓고 초대를 안 한 것처럼, 좋은 행사를 만들어 놓고 홍보를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페어를 항상 코엑스 같은 곳에서만 하는 것도 아쉬워요. 페어 같은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할 때 전문적인 자문을 해 줄 수 있는 외부 위원회를 활용해야 수준 높은 작업을 선보일 수 있고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3월에 제가 홍보하는 프랑스의 젊은 작가 폴 베르지에 전시를 소노아트에서 큐레이터로 기획했습니다. 동시에 젊고 유망한 한국 작가를 프랑스에 홍보하려 준비 중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예술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어린이 예술사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인간들에게 말해주는 예술사가 콘셉트죠. 다른 하나는 아티스트와 모델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요. 첫 번째 책 《컬렉터》에 이어 좋은 컬렉팅의 사례를 좀 더 알리기 위해 《컬렉터 II》를 쓰고 있는데, 제가 전 세계를 직접 다니며 컬렉터를 찾아가서 인터뷰해요. 작가와 만나는 것을 진심으로 즐기고,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닌 예술에 대한 탐구를 자아실현으로 삼는, 모범이 되는 컬렉터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해요.
박은주 컨설턴트는 앞으로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많아져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컬렉터들을 하나하나 설득해서 컬렉팅을 하는 건 훌륭한 일이며, 굉장히 존경받을 만한 일이라는 걸 인지시켜야 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은 더 보람차고 좋은 일이라고, 그것만큼 가슴 뛰는 일은 없다고 말이다.
저와 비슷한 일을 하려면 예술사를 꾸준히 공부해야 하지만, 굳이 예술사를 전공으로 하는 학교에 다닐 필요는 없다고 봐요. 글 쓰는 연습은 정말 중요해요. 왼손에는 책, 오른손에는 펜을 가져야 합니다. 글을 쓰려면 스스로를 명확히 알아야 쓸 수 있어요 그리고 전시를 많이 봐야 하죠. 난을 찾기 위해서는 잡초도 봐야 해요. 즉 많이 봐야 해요. 다리품을 파는 것 이외에 방법은 없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우뚝 솟은 안목이 생겨요.
박은주 프로필
학력
- 한국카톨릭대학교(구 성심대학) 경영학과 졸업
- Paris Nord University, Master
- GRETA – National School in Art History
- IESA(Institut d’Etudes Superieures des Arts) Paris – Internatonal Studies in History and Business of Art & Culture) Paris
주요 경력
- 前 Delorme & Collin du Bocage (Drouot Auction House Internship)
- 前 ART PRICE KOREA’s Journalist
- 現 Art Market and Art History Conference Speaker
- 現 Exhibition Curator
- 저서 《컬렉터: 취향과 안목의 탄생》, 아트북스(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