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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경영 전공하면 뭐 하고 살지?
이지현_문화예술경영학과 대학원생
최근 페이스북에서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라는 다소 도발적인 이름의 페이지가 눈에 띄었다. 도대체 누가, 왜, 무엇을 위해 이러한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지, 요즘 예술경영 대학원생들은 예술경영을 어떻게 공부하는지 궁금하기도 하여 인터뷰를 청했다.
예술경영을 전공하면 뭐 먹고 사는지 궁금해서 페이스북을 만들었다는 대학원생 이지현씨.
예술을 사랑하고, 예술의 자생력과 창작-유통-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관객을 늘려 예술의 파이(pie)를 키워야 한다며 반짝이는 눈동자로 이야기하는 그녀의 당찬 모습에서 예술경영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예술경영을 학문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미술관에서 여가시간을 많이 보냈고, 여전히 미술, 공연 할 것 없이 현장을 많이 다녀서 예술이 낯설거나 어렵지 않았어요. 다만 입시제도 내에서 제가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분야를 할 여건이 되지 않았어요. 대학은 경영학과였는데, 스스로 예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영학과 수업을 듣기 위해 미대 건물을 지나갈 일이 많았는데, 점점 미술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는 생각이 커졌어요. 그래서 미대 교수님께 요청하여 회화과에서 부전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경영학과에서 회화과 부전공은 최초라고 하더라고요? 그 때부터 예술가나 전문아티스트는 아니더라도 예술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습니다. 여러 방향을 찾고 고민하다가 예술경영이라는 학문을 알게 되었고, 여러 학교의 대학원 과정을 비교해보고 최종적으로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로 진학했습니다. 홍대의 특수한 지역성, 인프라와 더불어 홍대 예술전공생들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교류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지요.
페이스북에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를 만든 계기가 있으신가요? 예술경영학과가 활발하게 생겨나는 것에 비해 막상 온·오프라인의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입학 후에도 문화예술 현장을 다니다보면 막상 작가와 타 전공의 예술계 종사자들은 이 전공에 대해 낯설어하거나 회의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관련 정보도 모여 있는 곳 없이 분산되어 있었고요. 그래서 예술경영과 관련된 책들을 그때 집중적으로 읽고 자료도 적극적으로 찾아보게 되었어요. 마치 성경을 의심하던 사람이 반론을 위해 공부하다 신도가 된 것처럼, 저 역시 그 과정을 거쳐 이 학문이 필요에 의해 생겨났고 분명히 가치가 있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것들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반응이 왔고 많은 사람들이 저의 고민에 공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이 이 페이지 제목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하셨는데, 페이지명에 따라 스스로 더욱 공부하고 이를 통해 예술경영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좋게 봐주고 계세요.
‘예술경영 대학원생이 등록금 아까워서 만든 페이지’를 통해 모인 스터디는 왜 만드셨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요? 2017년 4월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관리하면서 팔로워들이 늘어가던 중, 타 분야에서는 강독 모임들이 여럿 있다는 것을 알고 예술경영 쪽에도 이러한 모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은 수익도 무엇도 아니고, 공부 모임에 가까웠어요. 대관비, 자료 마련을 위해 유료로 운영하였습니다. 주된 교재는 현재 주영한국문화원장이신 용호성 원장님의 『예술경영』이었어요. 주 1회 2시간, 6주 코스였는데 2시간 중 1시간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남은 1시간은 제가 준비한 자료를 발표했었어요. 거의 끝나갈 때 쯤 다음 기수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죠. 현재 7기를 진행 중인데 1기부터의 총 참여인원은 80명 정도이고, 연령대는 20-30대가 가장 많은데 각자 일하시는 분야는 다양하더라고요. 최근에는 예술경영 관련 서적 외에도 예술경영지원센터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자료를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스터디를 운영하시면서 재미있는 일화가 있었다면 소개해주세요. 용호성 원장님의 특강을 개최한 것이요. 하루는 원장님께서 먼저 연락을 주셨는데 『예술경영』을 계속 스터디 주교재로 사용하고 있다면, 한국에 갈 때 스터디원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을 주신 거예요. 이 스터디의 존재를 아시는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원장님의 책을 교재로 쓰시는 것까지 알고 계셨어요. 너무 놀랍고 감사했지요. 마침 올해 초 문화원장 회의를 위해 한국에 방문하셨고 그 때 <용호성 선생님과의 만남>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스터디원 외에도 다른 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장님께 양해를 구하고 외부 신청자를 받았는데 폭발적인 반응으로 인해 결국 강의 며칠 전 강남역 인근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소를 급히 대관해 행사를 진행했던 기억이 나네요.
‘믹스도미토리’라는 팀도 운영하고 계시던데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솔직히 기획도 예술이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 소개문구가 인상적입니다. 믹스도미토리는 대학원 동기 3인과 만든 문화예술기획팀입니다. 저는 시각예술에 관심이 있다 보니 제 메시지를 전시기획으로 풀어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리고 기왕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김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과 무엇이든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자는 모였기 때문에 시각·영화·음악 등 각자의 전문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한명씩 PM이 되는 구조입니다. ‘팀’이라고 한 이유는 적어도 처음은 법적 형태 없이, 공공지원 없이 우리의 힘만으로 시작해 자체적인 수익구조를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믹스도미토리의 첫 기획은 무엇이었나요? 첫 전시 <믹스도미토리 - 원작과 패브릭 아트워크 展>은 ‘예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도하자!’는 동기에서 출발했습니다. 3명이서 이에 대해 고민하고, 최종적으로 ‘지속성’, ‘자립성’, ‘작품의 본질’, ‘관객개발’의 키워드를 뽑아보고, 기획자-아티스트-향유자 간의 선순환 구조를 추구하고자 했어요. 향유자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관객개발이 목표였는데, 전문가·관계자가 아닌 완전한 외부인이 유입되어야 파이(pie)가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작가 5명이 ‘여정’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했습니다. 마침 전시장소가 게스트하우스여서 신발을 벗어야 전시장에 들어갈 수 있어 콘셉트를 ‘편안한 가정집’으로 연출했죠. 또 부대 프로그램으로 소위 ‘오프닝 파티’를 열어 작가가 참여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마련했고, 마지막 날에는 ’아트브런치‘를 열어 문화예술기획자들만의 자리를 만들었어요.
지원금을 받기 위한 공모는 하지 않고 우리끼리 재원을 조성해보고자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하나는 관객 입장료를 받았고, 또 하나는 기업스폰서를 통해 음료 등 물품협찬을 받았어요. 그리고 비용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게스트하우스를 빌리면서 3일치 대관료를 정식으로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작가의 작품 판매는 커미션(commission) 없이 진행했고, 그 외에 작가들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작품들로 패브릭 아트워크(artwork)를 만들어 판매하고 그 순수익을 작가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믹스도미토리는 관객입장료에서 나오는 순수익을 가지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고요.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적자일 줄 알았지만 흑자가 났어요. 물론 거의 한달 반을 이 전시에만 매달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쉽게 흑자라고는 할 수 없지요. 우리가 탈진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롱런할 수 있는 재정적인 구조를 한번 경험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의외의 지점은, 8천원의 유료 전시에 대해서 오히려 미술계 종사자들이 무료가 아닌 것에 의아했고, 외부 관람객들은 영화 한편 값에 전시를 볼 수 있다며 선뜻 티켓 값을 계산하더라고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브런치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신데. 각각 차별화된 특성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람들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플랫폼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은 온라인에서는 제가 일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많고, 상호작용이라고 해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통한 소통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스터디가 오히려 플랫폼에 더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스터디에서 만난 스터디원들끼리 각자 따로 모여 공모전에 도전하거나 별도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하는 2차 활동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카드뉴스, 링크를 통한 정보공유 성격이 강했어요. 그러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충족되지 않았죠. 그래서 카카오브런치에 주제를 정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더불어 국내에서는 네이버 검색엔진을 통한 유입이 효과적이기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도 겸하게 되었죠. 인스타그램은 개인 계정인데 예술현장에 다녀올 때마다 사진, 해시태그(hashtag)와 함께 간단한 후기를 남겨요. 각 소셜 미디어마다 사용자와 그들의 특성이 확실히 구분되다보니 각각 나름의 특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예술경영의 학문과 현장이 어떤 연계지점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문화예술 마케팅 분야라고 하면 일반경영의 마케팅 기법을 그대로 예술에 적용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예술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예술시장에 도입하는 것들이 어색한 것이 많다고 느꼈어요. 머그컵과 같은 일반적인 제품은 시장에서 수요에 의해 만드는데, 예술 작품은 공급자인 예술가에 의해 먼저 만들어 작품이 탄생하잖아요.
예술경영 관련 학교 커리큘럼들이 광범위한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각 학교마다 방점을 찍는, 특징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전공이 부족한 면도 있고요. 회화를 전공할 때 학교 커리큘럼이 ‘전업작가’, ‘스타작가’만을 종착점으로 여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실제 많은 예술가들이 그렇지 않은 것처럼 예술경영 전공자들이 재단, 박물관, 미술관의 예술경영 종사자로 생각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예술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해결방안이 될 모델을 만들어보자고 할 때, 이론과 2차 자료에 기반해 완벽한 모델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는 적용하기 어려워 이론에만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라리 학교 자체에서 인턴십이나 혹은 실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최소한의 모델을 시장에서 시도해볼 수 있게끔 한다면 보다 현실 사례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향후 새로운 목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엄청난 목표 같은 것은 없어요. 당장은 논문을 준비 중이라 흥미로운 연구 질문을 찾아 좋은 논문을 쓰고 싶습니다. 문화예술경영학은 다른 학문에 비해 특히나 현장으로부터 답이 오는 경우가 많고, 연구자들이 호기심과 질문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더 좋은 연구를 위해서라도 더 많은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20대에는 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시기로 보내고자 합니다. 문화예술계 안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좀 더 구체적으로는 문화예술계 안에서 관객을 개발하거나 커리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창업 관련 강의를 듣고 조금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믹스도미토리 또한 지속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나가고 있고요. 필요하다면 현장에서 내공을 더 쌓을 수도 있고, 공공기관 등에 취업을 도전해 볼 수도 있겠지만 당분간은 현재의 목표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정아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웹진 <<예술경영>>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