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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공연은 작년의 노력이 거둔 결실
소피 미르틸-맥코티_로터스 아츠 매니지먼트 대표지난 5월 14일,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NEXT아카데미의 일환으로 ‘북미 공연예술시장 진출전략’ 강좌를 마련해 북미 공연 시장 정보와 한국 공연작품의 시장 진출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강연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북미 무용전문 에이전시 로터스 아츠 매니지먼트(LOTUS ARTS MANAGEMENT)의 대표 소피 미르틸-맥코티(Sophie Myrtil-Mccourty)를 만났다. 정확히는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하였다. 북미 공연시장은 드넓은 면적에 걸맞게 수많은 무대와 기회가 산재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많은 프리젠터들이 예술가들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강연도 듣고 인터뷰를 정리하다보니, 역시 전문 에이전트의 역할이나 업무의 범주가 무척 뚜렷하고 시장 또한 명확하게 세분화되어 있었다. 아마도 개개인의 프리젠터들이 따로 또 같이 치열하게 네트워킹하면서 이루어낸 산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로터스 아츠 매니지먼트(LOTUS ARTS MANAGEMENT, 이하 로터스)의 대표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전에는 통번역 관련 일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연 에이전시를 직접 운영하게 된 지금까지의 커리어가 궁금한데요. 저는 파리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1996년 파리통번역대학원(ISIT)을 졸업 후 1998년까지 영어·독어·프랑스어 통번역 일을 했구요. 그런데 2년 동안 일하면서 통번역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던 중 안무가로 뉴욕에서 활동 중인 언니가 안무 쪽 일을 해보라고 적극 권했어요. 사실 어린 시절부터 춤을 연습했고 무용 수업을 빼놓지 않고 들었거든요. 그게 첫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무용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언니의 소개로 뮤지컬 <렌트(RENT)> 브로드웨이 안무가 말리스 이어비(Marlies Yearby)의 개인 어시스턴트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2000년에는 펜타클(Pentacle)의 헬프 데스크(Help Desk)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펜타클은 무용 위주의 중요한 아트 서비스 단체에요. 그곳에서 일하면서 아티스트 부킹(booking)에 관심 갖게 되었고, 2004년부터는 부킹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 간 나만의 아티스트 풀(pool)을 구축하고, 전통 공연무대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무용단체, 특히 유색 인종 안무가가 이끄는 무용단체와 협업하는데 집중했어요.
그런데 한 곳에서 오래 일하다보니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고, 도전의식도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부킹 경력을 풍부하게 쌓은 후, 내 에이전시를 차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준비를 하면서부터는 펜타클에서 협업하던 아티스트 대부분이 나와 함께하기로 했기에 상황도 무척 우호적이었어요. 이 분야에서 10여 년 간 쌓은 경험, 그리고 이미 성공을 거둔 4개 투어 공연단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죠. 그게 바로 로터스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공연 매니지먼트 업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무용은 나의 열정 그 자체이고, 그렇기 때문에 무용과 관련한 일을 하다는 것은 꿈의 실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터스에 속한 무용단 각각의 작품에 열정을 쏟아가며 전적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무용단의 성장을 돕고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전 세계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예술이 세상을 더 좋게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이러한 잠재적 변화에 기여할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에요.
로터스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부티크 에이전시(boutique agency)는 한국에는 아직 생소한 개념인데요. 로터스는 유한책임회사로, 나와 어시스턴트로 구성된 작은 부티크(boutique) 형태의 에이전시입니다. 처음 회사 운영을 시작했을 때, 각각의 소속 무용단에게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는 것이 저의 목표였어요. 소속 무용단의 풀을 크게 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로터스의 소속단체 수는 최대 다섯을 넘은 적이 없어요. 관리하기에 적합할 뿐 아니라, 에이전시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커버할 만큼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2016년에 주 6시간 정도 일하는 어시스턴트를 고용했었고,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2년 내에 풀타임 어시스턴트를 고용해서 내가 더 많은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소속단체의 모든 유럽 행사에 직접 가는 것입니다. 부티크 에이전시다보니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고, 그 외에 웹디자인이나 회계는 외부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로터스의 주요한 일은 무엇인가요? 소속 무용단을 부킹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이 있다면요? 단체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합니다. 이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그 단체를 마케팅하는 것이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죠. 제 업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화나 메일로 또는 직접 프리젠터들에게 소속 무용단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입니다. 이때 항상 멀리 내다볼 수 있어야 하는데, 부킹을 할 때는 최소 일 년의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즉, 오늘 진행되는 공연은 작년의 노력이 거둔 결실이라고 할 수 있죠. 또한 프리젠터들과는 반드시 무용단의 장단점을 포함한 모든 것을 공유합니다. 그리고 프리젠터들의 업무, 행사, 일정, 요청사항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받아놓는데, 그래야 그들의 필요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는데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마지막으로, 많이 돌아다녀요. 미국을 비롯한 해외의 부킹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로터스 소속단체의 행사는 최대한 많이 참석하려고 노력합니다.
로터스는 북미 지역 전문 에이전시인가요? 외국 무용단체들이 북미에 진출하거나 혹은 북미권 무용단체가 아시아나 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로터스를 시작하면서는 해외로 부킹 활동을 확장하기로 했어요. 해외의 경우 주로 유럽(프랑스·핀란드· 이탈리아·독일·스페인·영국·폴란드·벨기에 등)에서 부킹 활동을 하고, 그 외에도 칠레, 에콰도르, 러시아, 홍콩 그리고 최근에는 아부다비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함께하는 5개의 무용단 중 4개는 미국 무용단입니다. 한국 무용단인 브레시트 댄스 컴퍼니(Bereishit Dance Company, 이하 브레시트)가 로터스 소속의 유일한 외국 무용단이에요. 브레시트의 경우 4개의 미국 투어에 부킹을 했어요. 2016년에는 매사추세츠주 베켓, 2017년에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뉴저지주 뉴브런즈윅에서 투어를 했고 2018년 11월에 아부다비 공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주로 미국 무용단과 함께 일하기 때문에, 이들의 해외 부킹 활동은 미국 내 브레시트의 부킹보다 더 많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미국 무용단의 해외 부킹이나 한국 단체의 미국 내 부킹은 모두 국제무대 진출에 해당하는 만큼 같은 무게감을 갖게 되지요.
미국 무용단이 아닌 브레시트의 활동을 위해 별도의 미국 시장 접근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브레시트의 부킹 과정은 미국 무용단체와 비슷해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브레시트는 다른 로터스 소속 무용단만큼 미국에서 공연을 많이 하지 않고, 따라서 잘 알려지지 않아 해외 무용단을 자주 초청하는 프리젠터 중에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편입니다. 이들은 비자 발급이라든지 해외 무용단 소개에 필요한 절차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동아시아 학과 혹은 무용 프로그램이 개설된 대학에 연락하기도 합니다. 브레시트의 작품은 개성이 강한데 워크숍 및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안무가로부터 직접 배우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면 무척 반응이 좋아요. 마지막으로, 한국 출신 거주자가 많은 도시에서 공연하는 것도 고려합니다. 하지만 경험에 비추어볼 때, 교민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국 출신 현대무용단체를 지원한다는 법도 없기 때문에 우선시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브레시트가 미국 투어를 할 때마다, 투어가 성공을 거두기 위한 최소한의 계약을 추가로 성사시키는 것도 저의 일이에요. 일단 투어가 진행되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비자 절차를 밟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프리젠터들에게 ‘W8BEN-E’ 양식을 제공해서 무용단이 미국 연방세(공연료의 30%)를 면제받도록 하죠.
로터스 대표 외에도 ‘필드 리더십 펀드’(Field Leadership Fund)나 ‘테네시 프리젠터스‘(Tennessee Presenters)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으신가요? ‘필드 리더십 펀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전문예술가 12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뉴욕의 중요한 아트 서비스 단체입니다. 인종, 성별 등으로 인해 활동이 어려운 예술가들을 위해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전문역량 개발, 재정지원, 활동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저는 이곳에서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데, 지원 신청서를 검토하고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테네시 프리젠터스’는 테네시주의 프리젠터 협회로, “테네시주 공연예술의 품격과 규모를 강화하고자 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비즈니스 관계 및 협력사업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는 곳입니다. 협회 회원들은 일 년에 수차례 직접 또는 전화로 미팅을 가지며 네트워킹하기도 하고 블록부킹 기회를 논의하기도 해요. 테네시주 공연예술계는 다양성이 부족한데, 저는 협회 이사로서 로터스가 협회 활동에 참여하며 다양한 소속 단체들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현지 매니지먼트사로서 한국 무용단체의 미국, 특히 북미권역 진출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을까요? 성공은 협업에 달려있어요. 무용단, 안무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 미국 무용 에이전트를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부킹 담당자가 미국 프리젠터들과 견고한 관계를 이미 구축해놓았고 미국의 부킹 컨퍼런스 참석이 가능하지 않은 이상, 한국에서 미국 투어를 부킹하기란 아마도 매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스커뮤니케이션(miscommunication)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체의 연락 담당자와 기술감독은 영어가 능숙해야 하고요. 완성도 높은 영상, 홍보자료, 공연 관련 세부 지침서를 영어로 번역해서 에이전트들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각자의 웹사이트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SNS(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 활동을 활발하게 할 것, 그리고 예산이 있다면 공연예술전문가협회(APAP)에서 쇼케이스를 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또한 미국 투어를 시작하고 처음 몇 년 동안은 낮은 공연료를 받을 각오를 해야 해요. 수익 또한 손익분기점 정도를 목표 삼는 것이 좋습니다.
북미 지역에서는 관객개발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한국 무용계, 공연예술계 전체 역시 관객개발이 중요한 화두입니다. 북미 역시 관객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유캔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와 같은 TV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하고, 박물관·미술관·교회·커뮤니티 센터 등 비전통적인 공간에서도 무용 공연이나 영상을 상연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객들이 무용 체험에 관심이 많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체험을 통한 관객과의 쌍방향 소통이 더욱 강화될 것 같아요.
투어 기간에 프리젠터들은 공연장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레지던시 활동을 마련하기도 하는데요, 주로 워크숍, 마스터 클래스, 일반 관객들을 위한 커뮤니티 클래스, 작품과 관련한 패널 토론 및 강연 프로그램입니다. 또 일부 축제에서는 낮은 입장료를 받고 하룻밤에 여러 무용단체의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하는데, 무용을 처음 보러 온 관객들이 다양한 무용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자는 취지에요.
극장에서는 유료 회원제를 실시하거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연 티켓값을 자발적으로 내는 프로그램(pay what you decide)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무용을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무용 블로그 운영도 독려하고 있어요. 미국 언론에서 무용 평론 및 기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북미 지역 무용계의 최신 화두 혹은 경향은 무엇인가요? 지난 15년간 미국에서는 사회정의와 정치적 주제를 다룬 무용 작품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정의’를 다룬 작품이란 다양성, 평등성, 포용성 등 시의적절한 문화적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작품을 의미해요.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데, 현대무용이 이 점을 작품에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미국의 무용 부킹계에 대한 개인적인 지식을 공유할 기회를 주셔서 저 역시 고맙습니다. 웹진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무용단체가 미국에서 투어 할 기회를 갖길 바랍니다.
이정아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웹진 <<예술경영>>을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