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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갤러리가 아닌 갤러리가 있다
박희선_아트와(ARTWA) 대표여기에 갤러리가 아닌 갤러리가 있다. 스스로를 ‘아티스트 프로모션 기획사’라고 소개하는 ‘아트와(ARTWA)’다. 작가를 발굴해 시장에 소개하고, 그의 작품을 국내외에 유통한다는 점에선 갤러리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과정에서부터 큐레이터와 평론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조언을 하고, 영향을 주고 이전과는 다른 결과물을 끌어낸다는 점에선 기존 갤러리와는 결이 다르다. 기존 갤러리들의 핵심역량이 작품을 보는 ‘안목’이라면 아트와는 작가를 키워내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것도 전문가들의 어드바이스를 통해. 한국미술의 세계적 부흥을 꿈꾸는 아트와의 박희선 대표를 만났다.
아트와는 어떤 회사인가요? 아트와는 갤러리가 아닙니다. 국내 아티스트 프로모션 기획사예요. 연예기획사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그들이 스타를 발굴하듯 아트와는 작가를 발굴해서 국내외 시장에 소개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갤러리가 시장에서 좋아할만한 작가를 발굴하고, 콜렉터에게 소개하는 이른바 소극적 ‘화상’의 역할을 주로 했다고 생각해요. 아트와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아트와에선 큐레이터, 평론가를 비롯해 변호사까지 전문가들을 고문(자문)으로 모시고 작가들과 직접적인 교류를 하도록 합니다. 작가의 작업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거지요. 그렇게 작가의 작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일반 갤러리와 가장 큰 차이입니다. 또 기획사를 지향하기에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아티스트를 프로모션하기 위해선 작가의 작업도 있어야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도 필요합니다. 가격부터 이론적 지원, 소장처, 개인전과 기획전 이력 등 다양한 자료가 국문은 물론 외국어로도 준비돼야 합니다.
아트와는 중국, 프랑스, 영국, 동남아, 중동 등 해외네트워크를 확장하고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도입한 온라인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비록 런칭한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아트와지만, 아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건 콜렉터에게 작품 한 개를 더 파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와 다른 유통망을 구축하고 시장을 개척하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라고 해야 할까요? 아트와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1980년대 영국 미술의 위상은 지금과 같지 않았어요. 미국, 독일보다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음악과 패션으로 대변되는 영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적으로 각광 받으며 미술에도 변화가 시작됐죠. 지금은 전 세계 미술시장의 20%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이 같은 변화의 원동력은 1988년 골드스미스 졸업전을 시작으로 형성된 YBA(Young British Artists)입니다.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데미안 허스트(Damien Steven Hirs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사라 루카스(Sarah lucas) 등 YBA를 집중 프로모션하면서 영국 미술시장을 급성장시켰지요.
중국의 예를 볼까요. 2000년 이전 중국의 세계미술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현대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전무했지요. 지금은 23%에 달합니다. 미국과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중국의 원동력은 자국 컬렉터입니다. 2004년 ‘Between Past and Future’라는 이름으로 60명 중국작가를 프로모션한 첫 대규모 해외전시는 중국자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생존작가 중 가장 비싸게 작품이 거래되는 작가에 중국 작가들이 랭크되기 시작했습니다. 참 부러운 사례들이지요. 아트와의 목표는 이것입니다. 한국작가들을 세계적으로 프로모션하고 마케팅해서 해외 메이저 경매에서 ‘6 figure’(0이 6개를 이름ㆍ1점당 억 원에 거래됨을 뜻함)를 달성하는 것. 최종적으로는 ‘8 figure’까지 욕심내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목표입니다. 결국 한국작가를 해외에 알려야하는 건데, 유통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네요. 현재는 프로젝트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Can art go too far’라는 이름으로 지금까지 프랑스 4대 살롱전인 앙데팡당전의 아트페어 ‘아트캐피털’, 중국 상하이 화추이 아트센터에서 아트와와 계약을 맺은 주력작가들을 소개했지요. 2018 아트캐피털에선 고권 작가가 청년작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단 1명의 이머징(emerging)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이예요. 화추이 아트센터에서 전시는 작가 4인이 2달 동안 그곳 레지던시에서 머물면서 신작을 제작했고요. 현지에서 반응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한국작가 7인이 동시에 그렇게 대형 갤러리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없거든요.
더불어 내년 5월에는 한국의 동시대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는 ‘코리안 아이(Korean eye)’를 미술서 전문출판사인 스키라와 함께 출판합니다. 코리안 아이는 영국 사치갤러리가 영국 미디어 그룹인 PMG(Parallel Media Group)과 지난 2008년 론칭한 아이 프로그램(Eye programme)의 일환입니다. 아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9개국 이머징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매년 싱가포르에서 아이 어워드(Eye award)도 수여하지요. 2014년부터 사치갤러리와 PMG는 매년 사치미술관에서 아트페어 ‘START’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트와는 지난 5월에 사치갤러리(Saatchi Gallery)ㆍPMG와 함께 블록체인 온라인 아트마켓 ‘스타트넷(STARTNET)’을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10년간 아트와가 독점적으로 운영하면서 한국작가들을 소개할 겁니다. 세계 최고의 이머징 아티스트 프로그램을 위임받은 셈이지요.
‘아티스트 셀프 마케팅’이나 ‘포트폴리오데이’같은 아티스트 작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지금까지 성과는 어떤가요? 아트와 프로그램은 작가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교육과 지원을 한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작업의 방향부터 작업 외에 작가에게 필요한 법률정보까지 다양합니다. 어디에서도 알려주지 않는 실전교육이지요. ‘아티스트 셀프 마케팅’은 이제 7기까지 진행했습니다. 강사진은 홍경한 미술평론가,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정성희 변호사, 박영택 경기대교수 등 작가들이 가장 만나고 조언을 구하고 싶은 전문가들로 구성됩니다. 스스로 자신을 마케팅하는 방법을 배우고 작가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아티스트 셀프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골프선수와 함께하는 캐디처럼, 작가가 가는데 혼자 고민 하지 않고 더 성장 할 수 있도록 가이던스(guidance)를 주는 셈이죠.
포트폴리오데이는 자신의 작업을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보여주고 조언을 얻는 시간입니다. 지난 7월 초 진행했는데 50여명의 작가분들이 신청했고, 아침 10시에 시작했는데 밤 11시가 넘어서야 끝났습니다. 동시대미술흐름 속에서 자기 작품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해요. 평론가, 큐레이터 등 5명의 전문가들은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종일 리뷰를 했는데,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또한 아티스트 셀프 마케팅에 참여했던 작가 중 몇 분은 아트와의 주력작가로 계약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주력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계속 있었어요. 해련 작가의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소장품이 되었고, 이갑철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했고요, 조윤국 작가 작품 1점은 스타트넷 출범을 기념해 PMG 회장인 데이비드 시크리티라(David Ciclitira)가 컬렉션 했습니다. 오는 9월 사치 컬렉터 클럽 모임에서 소개한다고 하네요.
기존 갤러리와 차별화하면서 한국미술시장의 성공을 꿈꾸는 아트와인데요, 대표님의 이력이 궁금합니다. 짐작 하셨을지 모르지만 저는 흔히 말하는 ‘미술계 사람’이 아니예요. 전공도 펜실베니아 주립대에서 수학ㆍ컴퓨터 사이언스 석ㆍ박사 과정을 수료했고요 미국에서 수업도 했지요. 그러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9년엔 번역회사를 설립해 한국 최초로 인터넷 번역공정 시스템을 개발했지요. 미술은 늘 관심은 있었고 좋아했지만 가끔 갤러리나 미술관에 들러 작품을 보거나 했을 뿐 이렇게 미술사업에 뛰어들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번역회사를 그만두고 미술 쪽으로 관심을 돌리게 된 데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번역이 시작되면서예요. 서서히 하향세를 그릴 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미술시장을 보니까 20년 전 번역시장과 상황이 너무 비슷했습니다. 인문학과 인터넷을 결합시켜 번역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가 됐듯이 아트와는 인터넷을 발판으로 블록체인, 빅데이터를 예술과 결합시킬 겁니다. 저는 한국 작가들의 저력을 믿어요. 그리고 이제 미술에서 세계를 제패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아트와가 그 길목에서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고요.